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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변호인'들이 장관 되는 세상부터 바꾸자

[김윤태 칼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유시장 만능주의가 진짜 문제

2016년 한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비선 실세 최순실의 민낯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도 청와대-국민연금-재벌을 연결하는 거대한 부패의 커넥션을 보여주었다. 창조 경제 센터도 재벌과 권력의 부정한 야합으로 전락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관치 경제와 정경 유착을 만든 박정희 모델과 단절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들은 마치 자유 시장과 정경 분리가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과연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듯이 박근혜 게이트는 박정희 모델의 산물일까?

죽은 박정희 때리기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박정희 모델의 죽음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관치 경제와 정경 유착이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서양 학자의 용어를 빌어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관치 경제에 대한 비난의 시작은 더 시간을 거슬러 가야 한다. 1980년 전두환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렀던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제 자유화 조치 이후 김영삼의 '세계화'에 이르기까지 박정희 모델은 서서히 죽어갔다.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국가가 경제를 지도하는 박정희 모델은 지구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낡은 유물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자유 시장'이 지배적 담론이 되면서 박정희 모델은 개발 독재의 산물로 혹평을 받았다. '우리에게 대안이 없다'는 주장은 자유 시장 만능주의를 합리화하고 박정희 모델은 '죽은 개'가 되었다.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박정희 모델의 후과라고 보는 주장은 사실상 죽은 개를 두들겨 패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비극

1990년대 후반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따라서 급속하게 재구성되면서 경제의 금융화와 지구화가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는 저성장과 양극화이었다. 특히 유연 노동 시장의 출현으로 저임금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으로 급증하면서 사람들은 불안의 늪으로 빠졌다. 실직, 은퇴, 질병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사회 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에 빈곤의 덫에 걸린 사람의 삶은 끝없이 추락했다. 교육과 의료의 시장화는 국내 총생산을 높일 수는 있지만 높아지는 교육비와 의료비는 사람들의 행복감을 떨어뜨렸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말한 대로 "동물들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는데 농장만 배를 불려가는 것 같았다".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자유 시장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빈부 격차와 사회적 배제가 증가했다. 상위 1퍼센트의 소득과 재산은 급속하게 상승하지만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다. '마태 효과'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 빈곤 노인, 비정규직, 청년 실업자,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 주변화된 집단은 사회에서 배제되었다. 자살, 안전사고, 고독, 우울증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이는 공공 영역의 시장화와 사회 문제의 개인화가 만든 끔찍한 비극이다. 대기업의 지배와 공공 영역의 쇠퇴는 곧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시장 독재는 박정희 모델이 만든 것이 아니다. "모든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말한 정치권의 실패와 무능이 만든 결과이다. 정치가 사회에서 사라지면 곧 기업이 사회를 지배한다.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

2007년 세계를 흔든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다. 1980년대 이후 30년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효과적으로 자유 시장이 경제 성장을 위한 최상의 수단이라고 설득한다. 규제되지 않은 금융시장이 전 세계를 지배할수록 경제 불안이 커지고 위기가 심화하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등장하면서 탈규제, 공기업의 사유화, 노동 유연화는 더욱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고삐 풀린 대기업은 강력한 힘을 유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위기를 겪으면서 사망하기보다 정반대로 더 커다란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정부가 경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하던 대기업은 위기에 부딪히면 곧바로 정부가 막대한 구제 금융을 지원하라고 요구한다. 거대 기업과 거대 은행은 너무나 커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정부의 재정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빈곤층을 위한 복지 지출이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한다. 불평등을 줄이려는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의 논리는 대중영합주의와 표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한국 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의 제물이 되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자유주의가 자유시장에 그다지 충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가는 노골적으로 자유시장을 무시하고 대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 국가는 기업이 사회를 지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시장과 국가의 대결을 조정하는 정치의 역할은 사라지고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영국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가 <포스트민주주의>에서 묘사한 대로 형식적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이 가장 강력한 정치적 행위자가 되었다. 대기업은 정치에서 강력한 압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중요한 내부 행위자가 되었다. 대기업의 지나친 지배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현실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장 독재에 맞선 민주주의가 중요

신자유주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옹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 2016년 촛불집회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 대통령은 탄핵 청구가 이루어졌지만, 공범자인 재벌 대기업은 모든 책임을 부정하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재벌은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지만, 그들의 힘이 근본적으로 약화한 것은 아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재벌 총수 구속 수사'를 외치지만 국회 청문회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끝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빈손으로 간판을 내렸다. 재벌을 최대 고객으로 모시는 로펌 김앤장에 검찰, 법원 간부들이 퇴임 후 줄지어 들어가면서 재벌은 초법적 존재가 되었다. 재벌 비리 해결사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국회의원과 장관이 되는 세상이다. 박정희 시대의 군부 독재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시장 독재로 대체되었다.

촛불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삶의 고통에 대한 자신의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 노동 악법, 농가 파탄, 청년 실업, 비정규직, 자영업 몰락, 보육 대란, 전세 대란, 가계 부채의 고단한 현실이 촛불을 든 1000만 시민을 광화문으로 이끌었다. 2016년 시민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반드시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재벌-언론-검찰의 삼각동맹을 깨뜨리는 민주적 개혁이 시급하다. 국가가 보통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구체제를 바꾸기 위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 민주화, 복지 국가, 산업 민주주의 등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2017년 대선의 시대 정신은 기업의 지배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유시장 만능주의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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