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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단테의 길이냐 YS의 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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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단테의 길이냐 YS의 길이냐

[기자의 눈] 언제까지 '수비형 정치'만 할 텐가?

또 '박근혜'다. 파국은 면한 '2차 법안전쟁'과 쟁점법안 향후 전망에 대한 손익계산이 분분한 가운데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설왕설래도 뜨겁다.

'미디어법 관련 합의 기구 구성 및 100일 간의 논의 뒤 표결처리'를 골자로 하는 여야 합의는 결과적으로 2일 오전 박 전 대표가 로텐더홀 한나라당 농성장에 합류하면서 내놓은 이야기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를 두고 '박근혜의 힘'이냐 '숟가락 하나 얹어놓은 것에 불과'하냐는 해석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친박 진영은 이같은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같은 '박근혜 효과'는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과연 긍정적 현상인가? 그리고 4년 후 대선까지 이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

"큰 역할 하지 못해" vs "만점짜리 정답"

한나라당 내 강경론의 선두에 서 있었던 공성진 최고위원은 3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일등공신은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로 이번 사안에서 박 전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고는 보지는 않는다"면서 "결국은 마지막에 시한을 정해 처리하는 절충안을 가져온 것은 지도부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농성장에 격려방문을 온 것은 봤지만 협상테이블이 급박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그런 (여당에 힘을 실어준) 얘기를 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박 전 대표의 역할을 평가절하했다.

직접 협상에 나섰던 박희태 대표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좋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박 전 대표가 말한) 구체적인 그 내용을 저도 잘 모른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 전 대표 역할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많을 것이다"면서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저는 이번 이 큰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우리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똘똘 뭉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비주류인 원희룡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상식적인 말씀이 결국 만점짜리 정답"이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그는 "당내에서는 그동안 친이, 친박이니 속도전이니, 이런 얘기들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박 전 대표만 실컷 도와줬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고 있다"며 "당 핵심부의 정치력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도부에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박근혜 역할론'은 한나라당에 국한되지 않았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를 합리화하고 뒷받침한 역할을 한 듯하다"면서 "원칙없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차 입법전쟁' 때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최우선이다"의 진짜 의미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측이든, 평가절하하는 측이든 '1차 법안 전쟁'과 이번의 상황이 다르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박 전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직접 참석해 작심한 듯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주고 있다"며 여당의 강행처리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고 상황은 신속히 정리됐다.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 관계자들이 "재주는 우리가 피우고 돈은 박 전 대표가 벌어간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시점이나 내용면에서 모두 파괴력이 이전에 못 미쳤다. 하지만 '박근혜의 힘' 같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친박진영은 말을 아낀 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우리 입장은 일관되다"면서 "그때(1차 법안전쟁)나 지금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뒤집어 말하면 여론의 향배에 몸을 싣는다는 이야기다.

'과정과 절차'나 '발언의 일관성' 혹은 '구 여권이 밀어붙였던 4대 개혁을 막아낸 야당 대표 시절의 성과'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법안이나 정책의 내용 자체보다는 처리과정에 언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 이념지형상,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뉴딜', '규제완화', '법치주의'를 대놓고 반대하기도 부담이 크다. 용산참사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피한 것이 좋은 예다.

결국 결정적 시점까지는 현재처럼 '국민적 공감대'만 강조하는 것이 큰 득점은 못하더라도 실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도라는 것. 게다가 여야 대립각이 커질수록 중간층을 파고 들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단테의 길이냐, YS의 길이냐

'보장 자산이 가장 많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만 하면 대권가도는 문제 없다'는 판단인지 모르겠다.

YS가 아직도 자랑하고 다니지 않는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DJ가 TV토론을 제안해서 고민했는데 영국 대처 수상이 '아니, 이기고 있는데 왜 나가냐'고 조언해줘서 그걸 따랐더니 결국 지지율 차이가 끝가지 유지됐다"고.

하지만 독주로 인한 '대세론'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지난 1997년, 2002년 대선이 잘 증명한 바 있다. '박근혜'니까 '공자님 말씀'으로 4년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엔 입 다물고 좌고우면하고 있다가 판이 명확해진 이후 슬그머니 자기 깃발을 드는 식의 정치가 끝까지 통하긴 어렵다.

단테 알리기리는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있다"고 말했다. 단테의 말을 따를지 YS의 말을 따를지는 박 전 대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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