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언론은 공부 좀 해"…교육부 교과서 토론회 수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언론은 공부 좀 해"…교육부 교과서 토론회 수준

[현장] "의견 모으되 수정은 없다?".. 8명 중 5명이 '대한민국 수립' 찬성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대한민국 수립' 기술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이날 토론회가 학계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이미 수정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토론회가 요식 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1948년 8월 15일, 한국현대사 상의 의미와 시사점'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1948년 8월 15일을 어떻게 보느냐는 국정 교과서 찬반론자가 가장 크게 맞부딪히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접수한 의견 984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3건이 바로 '대한민국 수립'에 대한 것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해당 지적은 '반영', '검토'가 아닌 가장 낮은 단계인 '참고사항'으로 분류해 고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프레시안(서어리)

독립유공자와 유족으로 구성된 광복회는 이날 토론회를 앞두고 "오늘 열리는 학술토론회는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주체인 교육부가 '대한민국 수립' 기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계획된 의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상의 '대한민국 수립' 기술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대한 명백한 역사 왜곡이기에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주최 측은 당초 토론회를 비공개로 가지려 하였으며 처음에는 장소조차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 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자, 발제자, 토론자 등 참가자 8명 가운데 5명이 이른바 '뉴라이트'로 분류되거나 '건국절' 옹호론자로 분류되거나 '대한민국 수립일'을 주장하는 인물인 것.

개회사를 맡은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건국절을 주장했으며, 뉴라이트 계열로 알려진 현대사학회 이사를 맡았다. 토론 사회자인 신복룡 교수 또한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은 바 있다.

발제를 맡은 한시준 단국대 교수, 김명섭 연세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가운데선 김명섭 교수와 강규형 교수의 경우 '1948년 건국 옹호론자'로 분류된다. 또 토론자인 양승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운데 양승태 교수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견지하는 인물이다.

ⓒ프레시안(서어리)
광복회는 "토론자의 성향도 균형 있게 구성했다기보다는 누가 보아도 토론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광복회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 역사 관련 시민단체 회원 수십여 명은 이날 현장 안팎에서도 항의 행동에 나섰다. 토론회장 입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거나, 토론회 중간 "임시 정부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냐"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주제가 이미 역사학계 안팎에서 지리하게 반복된 것인만큼, 토론 가운데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발제 도중 방청석에서는 "왜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타도 나왔다. '뒷북 토론회'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었다.

한 교수는 건국론은 역사적 사실을 그르치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거나 '건국'하자고 하지 않았고, 연호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민국'을 그대로 사용한 점을 들었다. 또 1948년 제헌국회 속기록 어디에도 '건국'이란 말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1948년 건국됐다고 하면 남쪽은 이승만이 세운 나라, 북쪽은 김일성이 세운 나라라는, (북쪽에)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만 인정하면 괴뢰가 어딨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화 찬성 강규형 교수 "언론이 공부도 안해반성하라"

이후 발제에 나선 김명섭 교수와 강규형 교수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건국과 수립은 같은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립'에서 수는 나무 수 한자를 쓰는데, 이는 대한제국과 임시정부를 뿌리로 해서 나무가 세워져 다른 여러 나라와 숲을 이루게 된다는 역사를 적합하게 담아내는 단어"라고 했다.

강규형 교수는 1919년을 '정신적 건국', 1948년을 대한민국 탄생 혹은 실질적 건국이라고 봤다. 그는 "1919년과 1948년은 시대 여건과 참여한 인사들의 구성, 헌법 조항 등에서 차이가 크지만 정신사적으로는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관계"라며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건국절이라고 안 해도 되고 건국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해도 좋다"며 "그러나 독립을 했고, 나라가 세워졌다는 의미에서 건국이란 용어를 기피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대하는 언론 등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강 교수는 "자가당착 주장(을 하는 학자들)과 일부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탄생은 이전 과정과 대립되는 게 아니고 통합돼야 하는 과정이다. 사실에 입각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기억상실증인가, 지적 기만인가"라고 비난했다. 강 교수는 "각 언론은 공부도 안 하고 보도하면서 (국정교과서가) 친일 반민족이라고 하는 데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강 교수는 대표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론자다. 지난달 <시사IN>과 인터뷰를 통해 "기존 검정 근현대사 교과서가 워낙 문제가 많았기에 국정교과서라는 극약 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옹호했던 인사다.

강 교수는 국정교과서가 '최순실표 교과서'가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최순실이 교과서를 이래라 저래라 할 정도의 지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소설을 쓰지 말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최순실이 800억원 예산을 먹었느니 하는데 솔직히 김영삼 아들 김현철이나 김대중 아들 '홍삼 트리오'가 국정에 개입한 수준보다는 낮은 것 같다"고 현 시국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프레시안(서어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