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이냐 파국이냐…한나라, '잠정 타협안' 거부키로

미디어법, 합의기구·분리처리로 가닥…2일 오전 최종 담판

일단 '파국'을 면할 돌파구는 마련됐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마라톤 심야 협상에 나선 여야는 미디어 관련법 등에 대해 의견차를 상당히 좁힌채 2일 오전 10시 회담을 속개키로 했다. 그러나 잠정 타협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대 분위기가 워낙 강경해 최종적으로 극적 타협에 이를 가능성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미디어법, 결국 분리 처리로 가닥잡아

▲ 2일 새벽, 중재안을 이끌어 낸 뒤 퇴근하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뉴시스

1일 밤 10시 30분부터 3국회의장실에서는 3개 교섭단체 대표-정책위의장 연석회의가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의장은 회동 직후 김형오 의장은 협상 뒤 기자들에게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는 없었으나 의견은 접근했다"며 "원내대표들이 오늘 접근된 안을 갖고 각 당으로 돌아가 의결을 거친 뒤 내일 아침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 법의 경우 쟁점이 없는 저작권법과 디지털전환법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방송법 등 여야간 이견이 큰 나머지 4개 법안은 추후 처리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나라당은 "대기업 지상파 지분참여 조항은 아예 삭제하겠으니 신문방송 겸업은 열어둬야 한다"는 가지고 협상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미디어법안이 완전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쟁점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산하에 3월초 '사회적 논의 추진기구(여야 동수)'를 설치해 4개월간 논의 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키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으나 한나라당이 '국회법에 따라 처리'대신 '표결 처리'라는 문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선 것.

'표결 처리' 조항이 들어가면 현재 한나라당이 양보한 안 보다 결국 더 후퇴한 안으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

또 경제관련법의 경우,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과 금산분리 완화법 중 은행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처리하기했다. 이는 사실상 한나라당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설립법은 처리를 추후로 미루기로 했다.

한나라당 강경론으로 선회

최악의 상황을 면한데는 김형오 의장의 중재력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1일 밤 10시 30분 의장 주재 회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만해도 '결국 결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면서 부터 의장실 주변에서는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내심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압박'에 불쾌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카드를 야당 압박용으로 사용하고 여당을 향해선 '미디어 관련 쟁점 법안 연기'를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직후 조정식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례적으로 "이 합의안에는 의장의 중재적 역할이 컸던 것으로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정식 원내부대표는 "사실상 민주당 입장에서는 잠정 합의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나라당 협상단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새벽 4시를 넘긴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모든 쟁점법안을 반드시 2월 중에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압도적이었다. 조윤선 대변인은 "미디어법 처리 시기 양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며 "중재안을 받아들이자는 소수 의견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법안 전쟁'이 김 의장 중재로 종결됐을때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던 친이직계 강경파들이 반발을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형오 의장의 중재로 도출된 잠정 합의안이 2일 오전 회동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오전 김형오 의장을 만나 핵심 쟁점인 미디어법안을 가장 먼저 직권상정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 김형오 의장 주재로 여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을 지켰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