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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주인이 만든 '컨테이너 감옥', 세입자 결국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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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주인이 만든 '컨테이너 감옥', 세입자 결국 자살

[현장] 땅 주인, 출입 막고 재산권 행사…"우리가 무슨 죄인인가"

장애인단체를 운영하는 김모(57) 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그린벨트 지역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2001년도였다. 논과 밭이 전부인 땅이었다. 2000평 규모다. 토지주는 어차피 개발도 못 하는 땅인지라 김 씨가 그곳을 점유하고 사는 것을 허락했다.

자신이 속한 장애인단체 회원들과 그곳에서 산 지 3년이 지났을까. 김 씨가 살면서 유치권을 인정받아 번지수도 생기고 전기와 수도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자 토지주는 대리인을 통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이 토지관리 위임장을 써줄 테니 이곳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그곳에 세입자들을 받으라는 것. 대신 월세를 자기에게 조금씩 보내달라고 했다.

김 씨 입장에선 나쁜 거래가 아니었다. 김 씨는 꽃집, 폐지처리장 등 세입자들을 받았다. 거주자들도 늘어났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도 이곳으로 모셨다. 형제들도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토지주가 김 씨의 지상권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씨는 토지주에게 한 달 200만 원 월세를 지급했다.

▲ 컨테이너를 세워놓은 모습. ⓒ프레시안(허환주)

소송 제기한 토지주, 집행관이 강제집행 거부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광명시는 그린벨트 지역에 비닐하우스, 즉 불법 건축물을 짓고 사는 김 씨 등에게 여러 차례 벌금을 내도록 했다. 적게는 3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도 내야 했다. 그래도 이곳이 터전인지라 군말 없이 냈다.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이곳 땅값은 수십 배로 올랐다. 자연히 토지주는 다시 월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한 달 300만 원.

이 돈을 내고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광명시에서는 벌금이 날아왔다. 이곳 생활을 접고 나가겠다고 토지주에게 통보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세를 준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금을 줄 것을 요구했다. 오갈데 없는 그들에게 일정 보상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토지주는 이를 거부했다. 김 씨에게만 보상금을 제시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했다. 자기만 보상금을 받고 나갈 수는 없었다. 다른 세입자들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이곳에서 버텼다. 그러자 토지주는 김 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2009년의 일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법원은 토지주 손을 들어주었다. 인도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법원 집행관은 김 씨 이외에 다른 사람들도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강제집행을 거부했다. 법원 인도 명령은 김 씨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토지주는 집행을 거부한 집행관을 상대로 소송을 3년이나 진행했다. 하지만 법원은 집행거부는 합당하다며 토지주 측 소송을 기각했다.

새벽 용역들이 컨테이너로 입구 봉쇄

사태가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 7월 2일 새벽께, 30여 명의 '용역'이 김 씨가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로 몰려들었다. 잠을 자던 김 씨는 사람들 소리에 놀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히 옷을 입고 달려가 보니 용역들이 컨테이너로 비닐하우스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 옆은 2미터 높이의 장막을 설치했다. 막으려 해도 소용없었다. 욕설과 폭력이 돌아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이러한 행위를 묵인했다.

토지주에게 고용된 용역이었다. 이들은 컨테이너 등을 설치한 뒤 '이곳을 나갈 경우, 다시 들어오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김 씨 등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저항해도 소용 없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 컨테이너 등을 설치해 출입을 막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형사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자기 땅에 자기 물건을 놓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과태료 1000만 원 이하의 처벌만 내려질 뿐이다.

반대로 사유지의 컨테이너는 토지주 소유이기 때문에 강제로 이것을 파손할 경우,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다.

결국, 그 안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꼼짝없이 갇혀 지내게 됐다. 나가면 자신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갔다가는 길바닥에서 잠을 자게 될 판국이었다. 당시 7가구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했다.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간 사람들은 컨테이너를 지키는 용역에 막혀 들어오지 못했다. 나간 주민들이 다시 컨테이너를 넘어 들어오려 했으나, 욕설과 폭력으로 용역은 이들을 응대했다. 펜스가 쳐진 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달리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은 인근 찜질방 등을 전전해야 했다.

토지주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컨테이너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비닐하우스 내에서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이 안에 누가 사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 법원 집행관이 안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하자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그러던 중 사달이 났다. 안에만 갇혀 살던 김 씨의 아버지가 결국 견디다 못해 자기 방에서 목을 맸다. 지난 11월 26일 아침이었다. 사방이 막혀 어디도 갈수 없는 생활이 4개월 넘게 이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했던 김 씨 아버지였다.

김 씨는 "우리가 법도 잘 알지 못하고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라지만 아무런 통고도 없이 현장용역들 30명을 동원하여 불법 컨테이너로 벽을 만들면서 우리들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 결과, 아버지가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제서야 컨테이너 2개를 치워서 겨우 출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토지주는 우리에게 '함께 잘 해결해 보자'고 했지만, 결과는 이렇게 됐다"며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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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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