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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상가 세입자 권리금 문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토지+자유 비평]<2> "임차인 강화가 실질적 해결 방향"

서울시가 발표한 뉴타운 출구전략과 상가 권리금 문제

사람, 공동체, 마을, 인권, 주거권, 거주자, 원주민, 세입자, 상가세입자, 사회적 약자, 영세 조합원, 기초생활수급자… 이러한 용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하여 1월 30일에 발표한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新(신)정책구상」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조금 과장해서, 필자는 도시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자를 지칭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관련 용어를 사용한 정부 대책을 본 적이 없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에서,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사업성과 전면철거 중심에서 공동체·마을 만들기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중심축을 전환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뜻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처럼 서울시의 뉴타운 대책은 기존 도시재생사업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사건'이다.

그런데 도시재정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자의 권리를 획기적으로 강화한 이번 대책에서 조차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바로 상가세입자의 권리금 문제이다. 주거세입자 문제의 경우, 서울시는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향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즉, 개발 관련법 체제가 소유자 중심으로 되어 있어 거주자에 대한 권리 보장이 매우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따라서 시는 중장기적으로 주거권을 인권 차원에서 다루도록 사회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대체 상가 마련을 요구한 상가세입자의 바램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상가세입자 권리금 문제로 인해 가령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지구에서 제2, 제3의 용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상가세입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법 개정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선언적인 약속만을 했을 뿐이다.

권리금은 창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아울러 권리금의 가치가 정당한지를 계량할 객관적 제도나 장치도 전무해 이에 따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수많은 퇴직자, 창업자들이 권리금과 관련한 사고로 길거리에 나앉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은 그저 팔짱만 끼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권리금 문제를 결코 미루어서는 안된다.

상가세입자 권리금이란

2011년에 점포거래 전문기업인 점포라인이 서울 소재 점포 2만5326개의 권리금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구의 연평균 권리금이 1억3492만 원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종로구(1억2691만 원), 구로구(1억2491만 원), 강남구(1억2433만 원), 서초구(1억1883만 원) 순이었다. 강북권에 속한 구들의 순위가 강남구와 서초구에 비해 높았다는 점은 의외다.

이 분석결과의 또 다른 특징은, 경제가 어려워지자 자영업자 수가 크게 늘어 권리금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25개 구 중에서 권리금이 1억 원을 넘는 구가 8개 구에 불과했는데, 2011년에는 17개 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권리금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 뉴타운 사업 탈출구 전략 발표 기자회견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연합뉴스

이렇게 통계로도 잡히는 권리금이란 기존 점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과 영업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전을 말한다. 권리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차 관행이며, 민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대법원은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되어 행하여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 권리금 자체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보고 있어, <토지보상법>에서도 권리금을 영업손실보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허강무, 2009).

권리금은 크게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의 3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권리금 자체는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2.7.26 선고 2002다25013 판결).

여기서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은 시설권리금에 해당한다.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는 영업권리금에 해당하며, 보통 이전 임차인이 창출한 지난 12개월분의 순이익 상당액을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다. 마지막으로,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은 바닥권리금에 해당한다. 바닥권리금의 개념을 경제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면 토지분 임대료인 지대에 해당한다.

여기서 바닥권리금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은 그 개념과 대상이 명확한 반면, 바닥권리금은 그 속성상 토지분 임대료와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동일한 점포에서 임대료와 바닥권리금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가?

업계의 설명에 따르면 보통 바닥권리금은 신축상가나 새로 조성한 상업지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아마도 임대료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기 전까지 바닥권리금이 형성·유지되다가 점차 임대료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인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한 분석사례도 있다.

최근 한 수익형 부동산정보 분석기관이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상권 10곳의 1층 점포(12평 기준)의 올 1월 시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월에 비해 권리금은 약 4000만 원 하락한 반면, 임대료는 500만 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강남, 명동, 종로의 대로변처럼 점포 경쟁이 심한 곳은 임대인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임대료를 올린다고 한다. 임차권이 약한 상가 세입자들이 권리금 부담이 낮아지는 대신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례분석을 앞에서 언급한 점포라인의 분석과 종합하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점포 창업자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권리금이 오르는 반면 입점 경쟁이 치열한 곳들은 바닥권리금이 임대료로 전환되면서 권리금이 오히려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권리금과 관련한 문제들

주택세입자와는 달리 상가세입자는 직접 시설투자를 하며, 또 단골손님을 만든다든지 하는 영업 노하우를 쌓게 되어 유형, 무형의 자산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주택세입자가 보통 다음 세입자로부터 전세금만 받고 나가면 되지만, 상가세입자는 시설투자금과 영업 노하우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인정되는 권리금이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권리금과 관련된 주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도 다음 상가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둘째, 계약기간 만료 후에 임대인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상가를 철거해버린다면 임차인은 권리금을 날려버릴 수 있다. 셋째, 도시재개발을 하여 상가건물을 철거하는 경우 권리금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세 가지 문제를 정리하면, 상가 건물이 철거되지 않으며, 동종 업종이 계속 유지되는 전제에서만 권리금 체인이 살아있게 되고 상가세입자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갖가지 유형의 권리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경우처럼, 도시재개발 등에 의해 강제 퇴거되는 경우, 토지보상법에 따라 상가세입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는 철거, 이전기간 중 휴업 또는 영업폐지에 대한 보상뿐이다. 상가세입자에 대한 영업손실보상의 경우 현행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7조에는 3개월의 휴업보상과 이전비용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대체매장 조성비용, 권리금 보전액 등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입자는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권리금을 보상받지 못한 채, 대체상가 입주를 위해 별도의 권리금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토지보상법>은 보상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허강무, 2009).

상가세입자 권리금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권리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어떤 유형의 권리금이 사적 재산권의 대상으로서 정당한가를 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권리금의 유형과 성격을 논하였다. 이를 기초로 논해 보자.

시설권리금은 감가상각되는 시설의 이전 대가로 정당하다. 영업권리금은 상가세입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시설권리금과 마찬가지로 무형의 사적 재산권에 해당한다. 반면 바닥권리금은 한마디로 위치지대의 성격이다. 이는 세입자의 노력에 의해 형성된 가치가 아닌 사회공동체가 형성한 가치이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은 개인의 투자와 노력에 의한 것으로 사적 재산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반면, 바닥권리금은 사회공동체가 형성한 가치로, 사적 재산권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사적 재산권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바닥권리금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유는, 임대료로 전환되지 못하고 자본화한 바닥권리금이 조세로도 환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닥권리금이 때로는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임차권 강화가 권리금의 실질적인 해결 방향

권리금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관습이라고 한다. 권리금이라는 관습이 없는 외국에서는 점포나 비즈니스 권리를 거래할 때 매도자와 매수자를 대신해 변호사가 나서서 해당 점포의 납세실적을 바탕으로 점포의 가치와 거래 액수를 산정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인수하듯이, 점포 거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권리금이 왜 존재할까? 상가세입자의 권리, 특히 임차기간 등이 세입자에게 너무 불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즉 시설투자하고 열심히 홍보하고 경영해서 유명하게 만들었는데, 임차기간 등이 세입자에게 너무 불리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투자한 것들을 충분히 누리기도 전에 나가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전 임차인이 권리금 형식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는 결국 세입자의 임차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당한 기간 동안 건물을 사용해야 하는 상가건물의 경우, 권리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임차권에 대해 민법상의 지상권에 준하는 기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입자는 임차기간 동안 영업이익으로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불충분하긴 하지만 실제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구체적인 권리금에 대한 규정 없이 일정요건의 경우 5년의 임차기간을 보장함으로써 권리금을 회수토록 간접적으로 일부 보장하고 있다.).

대신 세입상인은 임대기간 종료와 동시에 모든 권리금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시설투자와 영업을 해야 한다. 다만 임차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점포를 비워야 한다면 비우도록 한 주체(임대인, 조합 또는 지방정부)는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을 보상해 주어야 한다.

정당한 보상은 '사후 보상'이 아닌 '사전 보장'을 핵심으로 해야

이번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에서도 보았듯이, 주거세입자에 대한 보상과 보호대책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에 비해 상가세입자에 대한 법적 보호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유사한 재산권 침해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주거세입자에 준하는 보상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가세입자에 대한 무대책은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 과도한 보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겠지만 상가세입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김종보, 2009).

정당한 보상은 사후 보상이 아닌 '사전 보장'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입자의 임차권을 지상권 수준으로 강화하여 개인의 재산권에 해당하는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대신 임대료로 전환되지 못한 바닥권리금은 지역 상권과 도시공동체가 함께 창출한 것이기 때문에 조세로 환수해야 한다.

물론 임대인이 그동안 누려왔던 임대료 중에서 사회공동체가 창출한 토지분 임대료 역시 환수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유통되었던 바닥권리금이 더 이상 시장에서 존재하지 못하게 되어 거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문제의 소지가 크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권리금 문제는 '사전 보장'을 중심으로 하면서 필요한 경우 정당한 사후 보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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