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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세입자 정책' 일본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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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세입자 정책' 일본에서 배워야

[토지+자유 비평] <17> '모든 세입자 보호', 차지차가법의 교훈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택 또는 상가 세입자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의 현행 부동산 임대차 관련법은 소유자, 즉 재산권자 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해 준다. 이에 반해 '사용자' 즉 세입자의 입장은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 가치는 기본적으로 사회가 발생·상승시키지만, 재산권자와 세입자 중 누가 더 기여했느냐만 따지면 당연히 세입자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 관련 법률이 소유자보다 세입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편향된 게 아니라 정당하다.

일본의 부동산 임대차 관련법인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모든 세입자를 강하게 보호한다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어 한국의 부동산 임대차 관련법과 차이가 크다. 물론 그렇게 된 원인에는 일제강점기에 자국 세입자를 강하게 보호하여 남자들을 전쟁에 동원하려는 불편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차지차가법을 벤치마킹하여 제정되었다는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2001년)이 개정될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 차지차가법을 제대로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찾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일본 차지차가법의 주요 내용

1991년 일본은 기존에 별도로 존재하던 3개 법인 '건물보호에 관한 법률'(1909년 제정), '차지법'(1921년 제정), '차가법'(1921년 제정)을 통합해 차지차가법을 제정했다. 차지법(借地法)은 민간 토지 임차법 성격이며, 차가법(借家法)은 민간 주택과 상가 임차에 관한 법률이다. 이러한 성격을 이어받은 차지차가법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과 토지임차권의 존속 기간 및 그 효력, 건물임대차의 계약 갱신과 그 효력 등을 규율하는 특별법이다. 차지차가법의 대원칙은 모든 임차인을 약자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세한 임차인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임차인을 보호하는 포괄적인 법률의 성격을 갖는다.

1. 차지권의 유형과 존속 기간

차지차가법은 가장 먼저 차지권에 관해 규정한다. 토지 임차에 대한 권리라는 의미의 차지권은 앞서 설명한 대로 물권에 해당하는 지상권과 채권에 해당하는 토지임차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차지권은 다시 그 유형에 따라 협상에 의해 존속 기간을 정하는 보통차지권(30년 이상)과 보통차지권이 지나치게 토지 임차자의 권리만을 보호한다는 비판에 따라 토지 사용 기간이 갱신되지 않는 정기차지권(1991년 도입)으로 나뉜다.

정기차지권은 다시 △차지권의 존속 기간을 50년 이상으로 하는 '일반정기차지권' △차지권 설정 후 30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지상 건물이 차지인으로부터 토지 소유주에게 상당한 대가로 양도될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건물양도특약이 있는 차지권(건물양도특약부차지권) △사업용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고 존속 기간을 '10년 이상 30년 미만', '30년 이상 50년 미만'으로 하는 '사업용 차지권'으로 분류된다.

2. 건물임차(차가) 계약

① 건물임대차 계약의 유형과 계약 기간
건물임대차 계약 유형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는 임대차계약'과 '기한부임대차계약'(신설) 및 '계약 갱신이 없는 임대차계약'(후술함)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동법 29조에서 기간이 1년 미만인 건물임대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건물임대차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한부임대차계약은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해야 성립이 가능하다.

② 임대차계약 종료와 갱신 및 '정당사유'
'기간을 정하지 않는 임대차계약'은 당사자가 해약 통보를 함으로써 종료한다. 이때, 건물주가 해약 통보를 한 경우에는 6개월이 경과해야 계약이 종료한다(27조). 기한부임대차계약은 계약 기간이 만료하는 경우, 임대인이 만료 시점 6개월 전부터 1년 사이에 임차인(차가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를 함으로써 종료한다.

'기간을 정하지 않는 임대차계약'은 당사자의 해약 통보가 없는 한 계속 유지되는 반면 기한부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이 갱신 거절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계약은 자동적으로 갱신되며 임대차 관계는 계속된다(26조 1항). 또 이 갱신 거절의 통지가 있어도 실제로 기간이 만료한 후에 건물임차인이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우 임대인이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계약은 자동적으로 갱신되며 임대차 관계는 계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26조2항). 반면 장기 계약을 맺었어도 영업이 여의치 않아 적자가 계속되면 임차인이 미리 장사를 그만두겠다는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보한 뒤 일정 시점이 지나면 보증금을 받아 나올 수 있다(<한국경제>, 2013.3.1일자).

③ 계약 갱신이 없는 임대차계약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임대인은 '정당사유'가 없는 한 해약 통고를 할 수 없으며, 기간이 만료해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원칙을 취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다음의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할 경우 계약 갱신이 없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걸 인정한다.

첫째, 임대인이 일정 기간 부득이 부재인 경우의 건물임대차. 둘째, 일정 기간 경과 후 철거 예정인 건물 임대차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임대인이 특약을 체결할 때 부득이한 사정을 기재한 서면을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철거 예정인 건물 임대차에 대해 특약을 할 경우 한국적 맥락과 전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건물이 붕괴 상태에 이르러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만 계약 갱신 거절이 허용된다."(2013.3.1) 이러한 조항이 만약 한국에도 적용되었다면 홍대 두리반 사건이나, 상가 계약을 체결한 지 1년이 안 되어 집주인의 재건축 통보로 갑작스럽게 권리금 손실을 입고 나가야만 했던 '카페 12PM'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④ 임대료 증감 청구권 규제
동법 32조는 건물 임대료가 토지 또는 건물에 대한 조세, 그리고 그 밖의 부담 증감에 의해 변동하거나, 토지 또는 건물 가격이 상승 또는 저하 그 밖의 경제 사정으로 변동하거나, 부근 동종의 건물 임대료에 비해 상당하지 않을 경우 계약 조건에 관계없이 당사자(임대인, 건물 임차인 모두)는 건물 임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만약 임대인이 임대료 증액 청구를 했는데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판 과정으로 가게 된다. 이때 재판을 통한 법원 조정으로 새로운 임대료가 확정될 때까지 임차인은 기존 임대료를 공탁하면 된다. 따라서 임대인에게 인정된 임대료 증액 청구권의 행사는 결국 법원 판결을 통해 통제를 받게 되므로 간접적으로 임대료 규제가 이루어지게 된다(김성욱, 2011). 이러한 법적 구조로 인해 일본은 독특하게 계약 초기에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형성됐다.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세입자 보호 정신을 강하게 녹여 넣었다. 권리금과 건물주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인해 고충을 겪는 한국 세입자 보호를 위해 참고할 부분이 적잖다. ⓒ뉴시스

차지차가법이 규정하지 않는 권리금 검토

1. 한국과 개념상 차이를 보이는 일본의 권리금 개념

일본의 권리금은 한국의 권리금과 개념 차이가 있다. 일본의 권리금은 임대차 관계에서 정기적으로 지급된 임료를 제외하고 입주 시 일괄적으로 지급된 대가로 정의된다. 연혁적으로, 전후 당시 지대가임통제령(地代家賃統制令)에 따라 동결된 임료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단기간에 높아진 임료와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반환되지 않는 부금의 성격으로 지급되던 것을 말한다(신봉환, 2009).

따라서 한국처럼 세입자와 세입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돈이 아니라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돈이었다. 제정 당시 지대가임통제령은 원칙적으로 권리금 수수를 인정하고 금액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었으나 1948년 개정에 의해 어떠한 이유에서도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부과했다. 현재 일본 민법에서도 권리금에 관한 규정은 없다(김의식, 2010; 신봉환, 2009). 그리고 일본의 차지차가법 역시 권리금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2. 관행적으로 수수되는 권리금은 반환 의무가 없음

다만 관행적으로는 지금도 권리금의 수수가 이뤄진다. 권리금이 일반 관행에 비해 부당하게 고액인 경우에는 부당한 범위 내에서 무효로 보고 있다(법무부법제실, 1996; 김영일, 1986. 신봉환, 2009에서 재인용).

일본에서는 권리금을 지급함으로써 세입자가 상당 기간 임차권의 존속을 보증받는 효과를 얻는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권리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이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임대차 성립 후의 권리금은 대체로 그 반환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신봉환, 2009).

3. 권리금과 다른 유사 비용들의 비교

일본의 권리금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유사한 성격의 비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가령 세입자가 월세 10만 엔의 주택을 임차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입자는 보통 월세 외에 추가적으로 동일 금액인 10만 엔의 부동산 수수료와 보증금(2~3개월분, 敷金 또는 保証金으로 불림) 및 사례금(1~2개월분, 礼金)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서 사례금의 성격이 모호하다.

유사 비용의 성격을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검색한 일본의 법률 용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개념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보증금의 의미다. <법학 소사전>에 따르면 보증금(敷金)은 "부동산, 특히 주택의 임차인이 임대료 기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계약 성립 시 미리 임대인에게 교부하는 금전"(민법 제316조·619조)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보증금은 권리금이나 사례금과 달리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차인의 임대료 등 미지급된 채무와 원상회복 채무 등을 변제한 후 반환받을 성질을 지닌다. 그래서 청산의 범위, 특히 원상회복의 범위가 분쟁 대상이 된다.

또한 일본의 인터넷 백과사전은 권리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차가계약이나 차지계약 체결 시 수수되는 금전으로, 보증금과 달리 임대차 종료 시 반환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사례금이라고도 불린다. 지가와 임대료를 일시에 납부하는 성질을 가지는 것도 많다. 즉, 권리금(権利金)은 지역적 관행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대가로 지불하는 사례금(礼金)이라 할 수 있다.

4. 일본의 주택 및 상가 권리금 정리

이처럼 일본의 권리금은 한국과 달리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상가 세입자끼리 주고받는 권리금도 존재한다. 권리금이 과하지는 않지만 같은 업종으로 그대로 인수했을 경우 인테리어나 일부 시설을 쓰는 대가로 일부 영업권을 인정한다. 이 정도면 상가 세입자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상으로 앞서 살펴본 일본의 주택 및 상가 권리금 내용과, 상가 세입자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의 현행법(민법과 차지차가법)은 권리금을 규정하지 않으며 과거의 지대가임통제령에서는 권리금을 금지하였다. 이러한 법 원칙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상 지역적으로 권리금이 수수되고 있다. 이때 크게 두 가지 유형의 권리금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세입자와 세입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권리금이다. 주로 인테리어나 일부 시설을 이어받아 쓰는 대가로 이전 세입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비용이다. 이는 권리금(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중 시설권리금에 일부 영업권리금이 포함된 형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권리금이다. 이때 권리금은 토지 임차 또는 사업용 건물 임차에서 바닥권리금 성격으로 수수되는 권리금과, 주택용 건물 임차에서 (같은 성격이지만) 감사의 의미로 저렴하게 수수되는 권리금으로 나눌 수 있다.

셋째, 일본의 권리금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우선 계약 갱신 시 임료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 초기에 큰 규모의 권리금을 내도록 해 임대인은 초기에 미리 지대 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다. 대신 세입자는 장기간의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권리금을 통해 임대인의 임대료 상승 욕구와 세입자의 장기 안정적인 사용 욕구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권리금이 이런 성격이라면 한국처럼 심각한 사회 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세입자 관련법 제정에 절반의 영향을 끼친 일본 차지차가법

1921년 일본에서 제정된 차지법과 차가법은 일제강점기 조선에도 영향을 끼쳤다. <동아일보> 1939년 1월 23일자 기사 "難産(난산)의 차지차가법, 今夏中(금하중), 조선에 발포?"는 그 당시의 상황과 입법 움직임에 대한 분위기를 전해 주고 있다.

그런데 당시 총독부는 주택난과 관련한 쟁의를 당장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차지차가법 제정에 앞서 1940년 제령 제46호로 '조선차지차가조정령'을 제정한다. 이 당시의 상황도 1940년 4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 "주택쟁소에 조정령"이 잘 전하고 있다. 이후, 조선차지차가조정령은 대한민국 수립 후인 1962년 1월 15일 '차지차가조정법'(법률 제969호)이 제정되면서 폐지된다. 또한 차지차가조정법 역시 1990년 1월 13일에 폐지되고, 대신 민사조정법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주거 세입자 문제가 불거지자 1981년 3월 5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됐다. 이로서 1940년 이전부터 제정 논의가 있었던 한국형 차지차가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는 법명과 내용으로 40년 후에야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상가건물 임대차를 규정하는 별도 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생겨 2001년 12월 29일,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제정됐다. 이 역시 일본의 차지차가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모두 일본의 차지차가법을 크게 참고한 셈이다.

한국의 임대차 관련법 개정에 주는 시사점

일본 차지차가법이 한국의 임대차 관련법 개정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임대차 관련법(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은 일본의 차지차가법에 비해 세입자 보호 원칙과 세부 규정이 강하지 않다. 가령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건물임대차 계약에서 세입자를 강하게 보호하기 위해 임대인은 '정당사유'가 없는 한 기간이 만료해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으며, 또 해약 통고를 할 수도 없다는 원칙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재건축을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특약을 하더라도 서면으로 해야 하며, 이 또한 법률이나 계약에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집주인이 건물을 빌려준 이상 마음대로 쉽게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기 어렵다.

둘째, 한국의 임대차 관련법은 일본의 차지차가법이 규정한 차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의 차지차가법 제정 배경이나 현행 법적 구조를 살펴봐도, 차지차가법의 핵심은 오히려 차지권에 관한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아마도 한국 민법에서 지상권과 전세권을 규정하고 있고, 임대차 관련법에서 임차권을 규정하고 있어서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처럼 존속 기간이 30년 내지 50년에 상당하는 긴 기간 동안 민간 토지를 임차해 안정적으로 쓰기 어렵다.

민간이 민간 토지를 안정적으로 빌려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기 위해 우선 협동조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은 빠른 시간 안에 한국의 사회적·경제적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협동조합이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토지나 건물을 임차할 때 발생한다. 현행법 하에서는 협동조합 역시 일반 가구나 상가가 처하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는 협동조합의 재산권 구조인 '공동 소유'라는 실험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가는 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성은 장기간 토지를 사용해야 하는 주택협동조합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음으로, 4월 1일 박근혜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시장 정상화 종합 대책'에서 새롭게 발표한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제도의 안정적 시행 역시 현행 임대차 관련법 하에서는 어렵다. 이 방식은 기존의 '토지임대부 주택'처럼 공공 토지에 지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게 아니라, 민간 토지에 아파트를 짓고 임대 사업을 유도한다. 민간 사업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토지 사용권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이 정기차지권을 활용해 추진한 시노자키역 서부지구 연쇄형 토지구획정리사업과 겐다이나가야TEN 등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염철호 외, 2012).

셋째, 한국에서 거래되는 권리금이 일본과 달리 상가 세입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실정이 주는 시사점이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상당히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 따라 일본에서 생긴 권리금은 한국의 권리금과 성격이 다르다. 즉, 상가 세입자 사이에서는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에 해당하는 부분만 인정되고, 바닥권리금은 주택 및 상가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거래된다. 임대인이 미래 지대 상승분을 일시에 부담시키는 대신 장기적인 사용을 보장해 주는 일본식 권리금 관행은 법으로 권리금을 무시하거나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도 이젠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권리금 문제에 직면할 시점에 이르렀다. 권리금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금지 대신 법적 틀 안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지하 경제도 양성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가지려면 지하 경제보다 정상적인 권리금을 양성화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건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은 자연스럽게 세입자 간에 거래되도록 하는 걸 규정의 기본 원칙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임대인에게 이러한 권리금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재건축 등의 사유로 통상적인 기간보다 짧게 영업하다가 나가게 되어 권리금 체인이 끊어지는 경우 임대인에게 책임을 지우도록 규정한다.

다음으로, 바닥권리금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바닥권리금의 일정 부분이 재계약마다 인상되는 임대료에 흡수되는데, 흡수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전체 권리금에 포함되어 거래되는 것으로 보인다. 바닥권리금은 도시 내지 해당 지역공동체 전체가 창출하는 토지 가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바닥권리금은 임대인이나 세입자에게 귀속될 것이 아니라, 토지 가치를 창출한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그 토지 가치 수입을 다시 지역 재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활용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직 이러한 지혜가 부족하다.

앞에서 세 가지 시사점을 살펴보았다. 개정 방향이 일본식 임대차 방식으로 가건, 아니면 한국의 임대차 규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건 일정 정도 주택 세입자와 상가 세입자의 권리는 강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바닥권리금이 일본처럼 임대인에게 모두 귀속되거나, 아니면 한국처럼 임대인과 세입자에게 귀속되는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한계는 차지권을 도입하건 도입하지 않건,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건 하지 않건 마찬가지다. 결국 정공법은 정부가 바닥권리금(토지가치)을 제대로 평가·환수해, 바닥권리금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본 칼럼의 원문과 일본 차지차가법 조문(번역)은 '토지+자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가기(http://landliberty.or.kr/xe/report/9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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