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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제 2의 노태우'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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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제 2의 노태우' 꿈꾸나

[이충렬의 정권+교체] 선거구제 개편이 최우선이다

11월 26일 5번째로 열린 촛불집회에서 전국적으로 190여만 명의 시민이 광장으로 쏟아져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통령 지지도가 4%로 나왔다 하니 사실상 전 국민이 SNS와 텔레비전의 중계방송을 통해 뜻을 함께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퇴진 요구에 따라 국회에서도 마침내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되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회든 헌법재판소든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는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면 민심의 분노는 탄핵안을 무산시킨 세력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득이 현존 체제의 전면 변혁을 요구하는 혁명적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국회가 방해하면 국회 해산, 헌법재판소가 방해하면 헌재 무용론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맹자가 설파한 대로 민심에 의한 역성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게 된 이 상황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져야 할 것인가이다. 새누리당은 탄핵문제를 둘러싸고 친박과 비박, 주류와 비주류가 찬성과 반대로 입장이 나뉘고 있다. 정상적인 국회의원이라면 민심이 요구하는 대통령 탄핵에 나서는 것이 상식적이다.

지금 보면 친박은 민심의 요구에 적반하장으로 맞서고 있고, 비박은 탄핵을 보수세력을 재편하는 주도권 확보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금선탈각지계(金蟬脫殼之計)'이다. 금선탈각이란 손자병법의 36계중 제21계로서 '매미가 허물을 떠나 날아간 것처럼, 주력부대를 전략적 목표로 몰래 이동시켜 반격의 기회를 도모하는 것'을 뜻하는 군사용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러한 금선탈각지계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하고 대통령 탄핵과 보수세력의 재편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라고 공언하였다. 불출마라니? 그가 마음을 비우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내 귀에는 '미미한 지지율로 되지도 않을 대선에 미련 갖기보다는 대통령 탄핵 국면을 활용해 세를 모아 야당의 개헌 지지 세력과 힘을 합쳐 이원집정부나 내각제 개헌을 한 다음 실권 총리를 노려보자'는 소리로 들린다.

한 마디로 얼토당토 않는 한겨울밤 몽상이다. 김무성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최고 총책이었고, 지난 대선에서 NLL 회의록이란 것을 들고나와 종북놀이에 앞장선 사람 아니었던가? 뉴라이트의 매국적 친일사관을 찬양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 즉 민주공화주의를 무시하는 냉전수구세력의 대표적 첨병이었다. 특히나 그가 80년대 민주화운동세력의 중추였던 민추협의 막내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보면 그동안의 변절은 더욱 용서하기 힘들다.

그를 포함한 극우세력은 야당의 취약점을 꿰뚫어보면서 금선탈각지계를 구사하는 정치적 반전에 능숙하다. 가장 성공적인 경험은 6월항쟁 당시 노태우를 앞세운 6·29선언으로 12·12 하극상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그를 단숨에 '민주화에 앞장서는 보통사람'으로 만들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것이었다. 이제 김무성이 제2의 노태우를 꿈꾸는가?

이 대목에서 우리를 탄식케하는 것은 제1야당과 제2야당의 자중지란이다. 야당은 2003년이래 극심한 파벌투쟁과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사건건 파벌의 관점에서 서로 다투고 있다. 그 결과 6월항쟁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민주화세력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김무성이 새누리당 내의 탄핵 찬성파를 모으는 것을 둘러싸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악마와 손을 잡아서라도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라고 하고,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 부역자와 손을 잡다니, 민주당은 탄핵 참여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서로 치고박고 있다. 이 무슨 언동들인가?

김무성은 야당을 도와주기 위해 탄핵안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세력의 재편을 통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는 공공연히 "내년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하면 지금보다 더한 국가적 재앙이 올 것"이라고 떠들고 있다. 이게 말인가 똥인가. 오늘의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당사자가 할 말인가? 박지원은 악마와 손을 잡을 것이 아니라 촛불시민의 손을 잡으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추미애 의원은 '부역자' 따위의 용어를 쓸 필요가 없다. 당장 김종인 부역자를 당 대표로 만든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론으로 공박 당하지 않는가?

김무성의 금선탈각지계와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분열책에 휘둘리지 말고, 촛불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대범하게 공동보조를 취해 새누리당을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 역시 격렬한 규탄에 직면할 것이다. 앞장서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시민들이 5000년 역사상 최고 최대의 항쟁으로 이 정도 판을 만들어 주었으면 이제는 범야권이 매끄럽게 상황을 끌고가 주어야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사죄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여 그를 직무정지시켜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그동안의 정치적 업보를 속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그 과정을 통해 김무성과 비박이 제2의 노태우가 될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책임윤리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특히 김무성 전 대표처럼 당의 대표를 거친 사람이라면 이 국가적 재난을 야기한 것에 대해 진솔하게 자신의 책임도 인정하면서 정계은퇴를 하는 것이 사리에 더 합당할 것이다.

보수세력이 냉전극우세력을 퇴장시키고 민주공화주의 철학에 바탕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동안 냉전극우세력의 깃발을 앞장서 흔들던 사람이 한순간에 민주공화국의 깃발을 흔들며 국민을 속이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그런 점에서 탄핵안 가결을 전후해서 새누리당은 자진해산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는 처신일 것이다.

새누리당의 해산에 준하는 상황이 왔을 때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의 과제는 투표의 등가성을 회복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단순 소선거구제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지금까지 소선거구제로 말미암아 새누리당과 제1야당은 사표방지심리에 힘입어 자신의 실제 득표율과는 관계없이 사실상 독과점 카르텔 체제를 유지해왔다.

승자독식의 폐해, 영남패권의 문제, 진보세력의 과소대표 등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질곡이 현재의 소선거구제에서 비롯된다. 만약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독일처럼 정당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 배정제도로 바꾸면 권력구조 개헌보다도 훨씬 더 본질적인 정치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이때까지 선거구제 개혁은 가장 크게 기득권을 누리는 새누리당의 결사반대와 이에 편승하는 제1야당의 사보타주로 항상 좌절되곤 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촛불민심이 진정으로 정치권에 촉구해야 할 것은 투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선거구제의 개편이다. 탄핵 이후 새누리당 세력은 핵분열하면서 매우 위축될 것이다. 이때야말로 하늘이 주신 천금같은 기회다.

범야권은 선거구제 개편을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놓고 다부지게 밀어부쳐야 한다. 이미 기득권을 선점하고 있는 세력들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로의 변경을 기도할 것으로 본다. 촛불민심의 집단지성만이 이들을 제어할 유일한 힘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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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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