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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민연금 등 서민 주머니까지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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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민연금 등 서민 주머니까지 노렸나

심상정 "연금 도둑질한 삼성게이트"…송옥주 "노동개편, 전경련과 朴 거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대통령이 이럴 수 있나'라는 '국격 한탄' 수준을 넘어, 일반 서민들의 생계를 구체적으로 위협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서민들의 노후 대비책인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에 개입해 손해를 입히고, 재벌·대기업의 편에서 노동시장 개편을 추진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불리한 처우를 받도록 한 것에서까지 '최순실'과의 연관성이 제기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더욱 타오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전, 검찰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동시에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간의 합병에서 삼성물산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석연찮은 '찬성' 의결을 한 것이,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수십억 원대의 지원을 한 대가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올해 6월 기준 2156만 명으로, 60세 이하는 국민연금 납부가 의무화돼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들이 낸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이 돈으로 납입자들에게 노후 연금을 지급한다. 연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곳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삼성물산 합병 당시 본부장은 홍완선 본부장이었다.

그런데 전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 비율에 따라 합병이 이뤄질 경우 3468억 원의 손해를 본다는 점을 알면서도 표결을 통해 '찬성' 결정을 감행했다. 표결을 밀어붙인 것은 바로 홍 본부장이었다. 홍 본부장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대구고 15회 동기동창이다.

왜 국민연금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합병에 찬성했느냐는 의혹은 작년의 합병 당시부터 제기됐다. 여기에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삼성으로부터 35억 원여의 지원을 받은 사실이 주목받았다. 검찰은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박 대통령과 삼성이 최 씨를 고리로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삼성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은 너무나 명확한 신호다.

앞서 지난 17일 <한겨레>는 연기금의 주주 의결권을 대행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소속 한 위원이, 삼성물산 합병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청와대·복지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

심상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정 유린, 국정 농단 못지 않게 이번 사건에서 (중요하게) 봐야 될 것은 정경유착"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박근혜 게이트'이자 '재벌 게이트' 그 중에서도 '삼성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밝혀진 것만 해도 재단 출연, 정유라 씨 지원 포함해서 239억을 지원했는데 삼성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렇게 했겠는가"라며 "그때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이 작게는 700억, 많게는 4900억인데,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도둑질한 셈이라고 저는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민의 '노후' 국민연금 이어…'현재' 노동시장 개편도?


또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노동시장 개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숙원 사업이었다는 점을 들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전경련에 박근혜 정부가 준 '선물'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의 민원에 대한 대가로 이른바 '노동 개혁'을 밀어붙인 정황이 확인됐다"며 "박 대통령이 대가를 약속하면서 (재단) 자금 출연을 요구했다면 직권남용 혐의 외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한 시기와 박근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노동 개혁'과의 타임라인(시간표)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24일 기업 총수 17명을 만나 미르·K스포츠 설립을 요구했고, 이로부터 2주 뒤인 8월 6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 개혁'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해 9월 터키 앙카라에서 "우리나라도 현재 논의 중인 '노동 개혁'을 조속히 추진해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 체계 개편, 파견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고용 창출이 가능한 노동시장 구조로 바뀌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한 인물은 바로 이승철 당시 전경련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고 두 재단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 20일 검찰의 안 전 수석에 대한 공소장에서 지목된 바 있다.

송 의원은 박근혜 정부 '노동 개혁' 방안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등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임 등을 지적하며 "기업들의 민원을 박 대통령이 그대로 들어준 사례들을 굉장히 많이 확인할 수 있었고, 특히 노사정 합의를 깨면서까지 전경련의 민원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들어줬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판례와 같이, 이번 사건에서도 박 대통령이 정치는 물론 노동,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전반에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특검에서 이 부분이 철저히 수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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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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