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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김사부'한테 수술을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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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김사부'한테 수술을 받는다면…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의학과 한의학은 다르다

텔레비전 시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어릴 적 텔레비전을 즐겨 본 기억이 조금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은 저는 텔레비전을 꽤 즐겨 보는 편입니다. 뉴스도 보고 다큐도 보지만, 괜찮은 드라마가 있으면 가능한 본방을 사수합니다.

최근에는 한 메디컬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만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조금은 어색한 연기, 응급실과 수술실, 로맨스와 약간의 코미디가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작금의 현실 반영까지, 메디컬 드라마가 갖춰야 할 구성요소를 잘 갖췄기에 예상한 결론으로 가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즐기고 있지요.

어제는 드라마 속 수술 장면을 보던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저런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네."

아내는 최근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상황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그런 장면이 얼마 전의 상황과 대비되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듯합니다.

주인공이 "당신은 최고의 의사인가요, 좋은 의사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라고 답했을 때는, 제 마음 한구석에도 울림이 있었지요. 역시 드라마는 이야기와 감정이입의 맛으로 보는 법이지요.

드라마가 끝나고 생강차를 한 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수술과 응급 의학은 현대 의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수술이란 일부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 덕분에 저의 아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생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수술 이후에도 지속됩니다. 그러므로 수술 전후의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왜 그러한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 과거를 복기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 다르게 살되, 필요한 치료가 있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는 서양 의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한의학적인 관점과 치료법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의학은 분명 사람과 병증을 해석하는 방식과 겉으로 드러난 방식에서 다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대상으로 발전한 의학 체계라는 점은 같지요. 따라서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각기 어느 때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에 관해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아내도 수술 이후 본인의 병을 공부하더니 식단부터 생활 방식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병의 기전을 구명하고 기의 흐름이 문제가 생긴 이유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아내에게 약물과 침구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아울러 몸의 자가 조절 기능을 키우기 위한 운동과 호흡 방법을 조언하고 있고요, 이에 더해 감정 불균형에 따른 기 흐름의 변화와 몸의 이상에 주의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미리 대비해서 예방했겠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으니 앞으로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뿐이지요.

며칠 전 '이상해'라는 주제로 청중과 패널이 이야기를 나누는 한 교양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패널로 나온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우리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지요. 살다 보면 나와 다르면 틀리다 말하고, 틀렸음에도 그냥 다르다고 우기는 경우를 종종 마주합니다. 다름은 인정과 존중을 받아야 하고, 틀린 것은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의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틀림은 합리적 사고와 검증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고, 다름으로써 의미 있는 것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정착될 때 서양 의학과 한의학 각각의 발전과 질병의 치유,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더 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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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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