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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합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수술에도 워밍업과 쿨다운이 필요합니다

"결국 무릎을 수술해야 한다고 해요. 병원 몇 군데 가봤는데 다 그러네요. 며칠 후에 MRI 찍고 수술 날짜 잡기로 했어요."

몇 해 전부터 잊을 만하면 며칠씩 방문해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며 치료받고 가시던 아주머니께서 오늘은 착잡한 표정으로 들어옵니다. 오실 때마다 몸에 맞는 운동을 하고 필요한 치료도 받으시라고 권했지만, 늘 일이 바빠서 그럴 시간 없다며 아픈 증세만 빨리 낫게 해 달라던 분이지요. 작년(2015년)에는 "아직 나이가 젊으시니까 관절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관리를 하셔야 해요. 이런 상태면 조만간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할 겁니다"라며 은근히 겁을 주었지만, 그 때는 요지부동이셨던 분이 막상 수술을 결정하자 생각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활동에 중대한 지장이 없고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3개월 정도만 기다리시길 권했습니다. 그 동안 몸을 좀 쉬어주면서 무릎 관절을 비롯해 전반적인 몸의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와 무리 없는 운동을 권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면 잘 관리하면서 가능한 수술 없이 살아가고, 그렇게 했는데도 만족할 만한 변화가 없다면 수술을 해야겠지만, 지금처럼 지치고 불안정한 상태로 수술을 받는 것보다 회복과 그 이후 삶의 질이 더 좋으리라 했지요. 환자께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검사 결과를 보고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습니다.

환자 중에는 몸에 수술의 흔적을 가진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치료받은 증상이 악화되거나, 다른 질병이 생겨서 수술하게 되었다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수술이 일상적인 치료법이 되어서인지,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술을 준비하거나, 수술 이후 충분히 몸을 회복한 분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대부분이 수술 날짜가 결정되면 바로 실행하고, 당장의 불편함이 해소되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물론 응급 수술을 요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때로는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회복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술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 수술 이후 건강이 예전처럼 좋아졌다고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잦습니다.

수술이란 치료법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병소를 제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몸에 가하는 부담이 큽니다. 회복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약해진 다른 신체 기능으로 인해 기존 질병이 악화하거나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정상적인 경맥의 흐름을 저해할 수도 있지요. 수술 이후 변한 신체 구조에 적응하느라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수술하면 병이 발생하기 이전처럼 건강해졌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런 환자에게 "수술은 불난 집의 불만 끈 것과 같다"고 말씀드립니다. 불을 껐다고 해서 새 집이 되지 않습니다. 불끈 후 사람이 다시 살만한 집이 되려면 시간을 들여 정리해야 하는 것처럼 수술 후 내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불난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화재가 재발할 수 있는 것처럼, 수술로 병소를 제거했다손 치더라도 이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언제고 병은 재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결정이 났다면, 이를 준비하고 수술 후 회복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몸 상태가 악화해 더 버틸 수 없을 때 수술대 위에 눕기보다, 일정 기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질환이 있다면 치료하고, 충분히 쉬고 좋은 영양분을 섭취해 체력과 기력을 비축해야 합니다. 또한 본인의 병을 올바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술 이후 잘 회복할 수 있고, 병의 원인이 된 나쁜 습관을 개선해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수술 이후에는 당장의 불편함이 나았다고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지 말고, 운동을 한참 쉬다가 다시 할 때처럼 조금씩 생활 강도를 높이며 몸의 상태를 조정하면서 연착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무리 없이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점차 우리 몸의 기능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고생을 덜합니다.

운동할 때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을 하듯, 건강한 아이를 위해 임신 전 부부가 몸을 준비하고 산후에는 산후조리하듯, 수술 전과 후의 과정은 수술만큼 중요합니다. 수술에도 워밍업과 쿨다운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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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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