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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치료법, 남의 말에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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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치료법, 남의 말에 속지 마세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인식의 사각지대를 줄이자

"한의원에 갔는데 거기서 만든 약만 먹으면 천식이 다 낫는다고 하더라고. 그게 사실이야?"

"천식 증상이 발생한 바탕이 되는 여러 원인 중에 그 약이 효과적인 경우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약이면 다 된다? 그런 게 상식적으로 있을까요?"

한의원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이라는 아는 형이, 오늘은 자기 아이가 최근에 병원에서 천식 판정을 받았다며 상담을 요청합니다. 벌써 시골 어른들이 천식에 좋다며 해 보낸 것도 있답니다. 천식 치료로 유명하다는 곳을 가보기도 한 듯합니다. 평소에는 소신도 뚜렷하고 합리적 판단을 자랑하는 분이,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팔랑 귀가 되어 갈팡질팡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전에 몇 번 보니까 아이가 위장도 안 좋고 스트레스 반응도 많던데, 천식이란 병명에 긴장하지 말고 일단 이전에 있던 문제부터 해결하면서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어요."

형은 제 말에 "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며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기다려 볼 일입니다. 내일이라도 아이와 함께 올 수 있고, 한참 후에 다른 소식을 전하러 올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만 생각하고 주위에 의견을 구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인데도 엉뚱한 선택을 하는 환자들을 봅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 있고, 실제 좋아지는 경우도 봅니다만, 대다수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당시 선택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속았다고 하는 분도 있고,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스스로 위안하는 분도 있지요. 이런 분은 의사를 볼 때 일단 의심이란 안경을 쓰기 때문에, 이 안경을 벗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형처럼, 누가 봐도 인품이나 교양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분 중에서도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보면 누구나 허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운 나라에서는 인간의 모든 측면이 조숙하지만, 그 열기 때문에 완벽함에 이르는 성숙을 이룰 수 없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완벽성은 백인종에서 이루어진다. 황인 인디언들은 미약한 재능만을 지니고 있다. 니그로는 그 황인 인디언보다 한참 밑이며, 인종 중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이다." 그리고 "개들조차도 유럽으로부터 아프리카로 가져오면 점점 멍청해지고 뻔뻔스러워지며 계속 비슷한 새끼들을 생산하게 된다." (<정의를 위하여>(강남순 지음, 동녘 펴냄))

인종차별주의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한 이 말의 주인공은 바로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칸트입니다. 세계 시민을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야기를 한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마하트마'라 칭송받는 간디가 아프리카에서의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인해 최근 가나대학에서 그 동상이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위대하다 칭하는 사람조차 인식에 사각지대를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내 인식의 오류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앞서 인용한 책의 저자는 '부단한 비판적 자기 성찰, 지속적인 자기 학습 그리고 자신의 인식 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열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는 이 땅에 거주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지속적인 과제라고 말하지요.

물론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인식의 오류나 사각지대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줄이려고 노력할수록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 그리고 나은 사회가 될 확률은 커질 것입니다. 이런 노력은 의료의 영역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열린 사고를 하지 못하고 병과 건강을 무비판적이고 타성에 이끌려 판단한다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도리어 해가 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건강과 사회의 건강은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인식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은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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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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