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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렸다면, 원인부터 추적하세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병은 적응의 결과

"몇 년 전에 정형외과에 갔더니 거북목 진단을 받았어요. 교정 치료 받았는데, 얼마 전에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다시 갔더니 목도 안 좋고 허리 디스크도 있다고 해요. 할 일은 많은데 걱정이네요."

가끔 어깨가 뭉쳤다면서 오는 분입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지 10년째라고 합니다. 평소 모니터하고만 친하게 지낸답니다. 일과 피로에 쫓겨 운동을 못하다 보니, 어느새 몸이 망가진 것 같다며 우울해 합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구부정하고 틀어진 자세, 신체 활동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에 관해서 몸이 처음에는 통증이나 위장의 불편함과 같은 신호를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못 견딜 정도가 아니니 애써 무시하거나, 급한 불만 끄면서 지내왔을 거예요. 그런데 신호를 보내도 무시당하면 우리 몸은 그 상황에 적응해 버립니다. 그로 인해 병이란 파국을 맞을지라도, 우리 몸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생존을 위해 노력하거든요. 지금의 증상은 그 적응의 결과라고 보면 됩니다. 우울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계점을 벗어나지 않는 한, 다시 건강의 조건만 잘 갖춰주면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사셔야 하겠지요."

병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일견 복잡해 보이는 다양한 증상이 실은 우리 몸이 안 좋은 여건 하에서 어떻게든 건강을 유지하고자 적응한 결과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중병이나 난치병일수록 더 많이 나타납니다.

암을 예로 들어 보죠. 암세포에는 정상 세포와 달리 미토콘드리아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생물 시간에 배운 대로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 내 소기관입니다. 이것이 없거나 적은 세포는 에너지 생산을 하지 않지요. 이런 특징 때문에 암세포는 산소 대신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해당계(解糖系)를 활용합니다. 이를 위해 암세포는 혈관을 끊임없이 만들어서 당을 끌어옵니다. 결국 암세포는 세포로의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는 저산소 상태와 과도한 당이 존재하는 환경에 세포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을 치유하려면, 이 두 가지 상황을 역전시켜야 합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이 혈압을 높이는 이유는 피를 더 강한 압력으로 순환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리적으로는 운동하거나 긴장했을 때 혈압이 오릅니다. 그런데 평소에도 혈압이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우리 몸이 지속적으로 강한 압력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질환이 있거나 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이 생겨 혈액을 더 많이, 혹은 더 강하게 보내야할 상황이 이어졌고, 우리 몸은 그 상황에 적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당장은 약물로 혈압을 낮추더라도, 무엇 때문에 혈압이 높아졌는가를 찾아서 현 상황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약물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고, 인위적 조절로 인한 또 다른 불균형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퇴행성 관절이라 부르는 질환을 살펴보죠. 특정 관절을 절대적으로 많이 써서 수명이 짧아진 경우도 있지만, 한 부분에 일어난 문제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몸 일부에서 일어난 문제가 풀리지 않으니, 우리 몸은 그 상태에 적응해 나가면서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 균형은 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른 불안정을 가져오지요. 이러한 현상이 오랜 시간을 두고 도미노 현상처럼 일어나면, 결국 특정 관절에 무리를 줘 퇴행성 변화가 빨리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신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비록 수술을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겠지만, 결국 다른 관절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살아있는 동안은 한 순간도 정지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합니다. 내부적으로도 그렇고 외부와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지요. 이러한 변화와 적응의 과정 중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우리는 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려고 하지요. 하지만 병의 본질이 어쩌면 생명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고 여기면, 조금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스스로 회복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지요.

모든 병이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꽤 많은 병은 인간이 내외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특정한 병에 걸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그 병의 역사를 추리해 보십시오. 의외의 좋은 방법(쉽고 간단하단 말은 아닙니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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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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