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오늘 이른 아침에 제1 야당 대표로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제안을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회담을 수용하기로 했으며, 내일 열기로 하고 시간 등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의 이날 회동 제안은 갑작스러운 감이 있다.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의 영수 회담 제안에 대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을 내걸며 "만남을 위한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는 이날 갑자기 여야 3당이나 야 3당도 아닌 양자 간 영수 회담으로 선회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인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영수 회담에서 전달할 메시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전날 밤에야 추미애 대표의 급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 회담에서 배제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오늘 야 3당 대표 회담이 예상되는데, 아침에 느닷없이 추미애 대표가 한광옥 비서실장을 통해서 양자 회담으로 결판을 내자고 제안했다"며 "과연 야권 공조는 어떻게 하고, 야권의 통일된 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야당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단독 회동을 추진한 것은 유감"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에게 최후 통첩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영수 회담은 국민에게 혼란만 줄 것이다. 야권 균열의 우려만 키우는 단독 회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워낙 정국이 비상 시국이어서 제1 야당이 책임감을 갖고 정확한 촛불 민심을 전달하고, 정국에 대한 해법도 명확하게 대통령에게 답변을 듣겠다"며 "야권 공조가 파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다른 야당도 필요하면 청와대와 순차적으로 (영수 회담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당론을 채택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탄핵'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에 동조하는 새누리당 의원을 40명 이상 확보할 수 있다"며 3당이 영수회담을 통해 총리를 선임해 하야와 탄핵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였던 정의당도 '탄핵'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탄핵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추미애 대표와 모종의 합의를 이루면, 합의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여야가 추천하는 총리 추대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두 야당이 여전히 반발하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잡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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