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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과격파', 강기갑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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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수줍음' 많은 '과격파', 강기갑의 시련

[기자의 눈] '초보 티' 벗은 '강달프'로 거듭나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 보수 언론의 삼각 압박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일각의 엄포대로 '국회의원 제명' 조치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고발조치되자마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수사에 착수했고 보수 언론은 지친 기색도 없이 강기갑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80만 원을 선고받아 한 숨을 돌리는가 싶었더니 산 넘어 산을 만난 셈이다. '정치인 강기갑'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수줍음' 많은 '과격파' 강기갑

▲ 시련에 처한 민노당 강기갑 대표ⓒ프레시안
경남 중심의 농민운동에 매진해왔던 강기갑 대표가 중앙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1년 10월이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경남도청에서 농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을 때 경남 전농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강 대표는 발언권이 없었지만 손을 번쩍 들고 "농사꾼으로서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들려'나갔다.

이 사건과 최근의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노출된 격한 행동, 울분을 참지 못하는 그의 연설을 보면 강 대표는 영락없는 '과격파'다.

그렇지만 사실 강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거세게 개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목소리도 조곤조곤할뿐더러 낯도 가리는 편이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시골 촌부의 모습에 가깝다. 단, 시쳇말로 '꼭지가 돌면' 180도 달라진다. 이번 국회 사무총장실 사태가 전형적인 예다.

사무총장실 사태에 대해선 민노당과 강 대표도 내심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이 사건이 '입법 전쟁'과 국회 경위들의 민노당 농성장 강제 해산과 관련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무총장실의 개인 사무실에 예고 없이 들어가 탁자를 엎으려 하고 발길질을 해 댄 것은 과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런 까닭에 강 대표는 비공식적으로 박계동 사무총장을 찾아 유감도 표명했고, 수차례 언론을 통해 비슷한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어중간한 대응은 상대편의 기만 살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좀 더 기다려보겠다'던 사무처는 결국 한나라당과 발을 맞춰 강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막강한 권한, 통제불능 리더십

거리에서 공권력과 충돌하거나 상임위 회의실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충돌했다면 사태는 이런 식으로 전개되진 않았을 것이다.

"사천 민심도 싸늘하고, 인터넷에도 비난여론이 넘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과장이 분명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일반의 '곱지않은 시각'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강 대표의 흥분이 빚은 '돌발 사태'가 국면 전환을 노리는 보수진영으로부터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민노당이 처해있는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는 강기갑 대표는 역대 민노당 대표 가운데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영길, 천영세, 문성현 등 과거 대표들의 '이름값'은 높았지만 이들은 정파 구도가 확고한 최고위원회의를 조정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고 내로라 하는 의원단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분당 이후 민노당의 상황은 다르다. 자주파 인사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위원회의는 이전만큼 이견이 두드러지지 않는 구조이고 의원단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지만, 강력한 지도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 이후 민주당과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던 강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진보정당도 허물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밖에선 깜짝 놀란 이 발언에 대해 정작 당 내에선 별다른 반응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강 대표가 격분해 박계동 사무총장실로 뛰쳐 들어가던 때도 다른 최고위원들은 그냥 멀뚱멀뚱 국회로비에 남아 있었다. 강 대표를 따라간 일부 당직자들은 오히려 행위에 가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분당 이후 당의 위상이 어느 정도 제고됐지만 정책적 역량이나 여타 부분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퇴행하고 강 대표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변화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초보 정치인' 티 벗어날까?

강 대표의 정치력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지적이 이어졌다. 강 대표는 대표가 된 지금도 공사석을 막론하고 "나는 정치를 모른다", "왜 우리가 분당했는지 모르겠다. 빨리 합쳐야 한다" 고 말하고 다닌다. 정치초년병의 이야기로 어울릴지는 몰라도 당 대표가 할만한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운동권에서, 노동계에서, 혹은 민주노동당의 창당 때부터 명망을 쌓으며 정치 감각을 익혔던 이전 대표들과 강 대표의 정치적 성장과정이 크게 다른 점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학출'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와 정무적 통로가 넓은 진보정치인들과 달리 강기갑 대표가 보여준 신선함과 진정성이 대중을 사로잡은 것이다.

강 대표가 이번에 만난 걸림돌은 제도 정치권에 도사린 무수한 '함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을 체험하는 계기인 셈이다. 이를 뛰어넘어 한단계 도약한 강기갑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냐는 강 대표 개인의 명운뿐만 아니라 민노당의 진로까지 함께 걸려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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