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내 지하벙커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만수-이성태 '경고'?…靑 "확대해석할 필요 없다"
지난 1997년 한국은행법 개정을 둘러싸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정면 출돌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부처 간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한 것이지만, 집권 1년차 초반부터 사사건건 충돌해 왔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강 장관과 이 총재는 1997년 당시에도 각각 재경원 차관과 한은 기획부장으로서 대립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과거의 갈등양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동관 대변인은 "지금은 협력과 협조가 잘 되고 있지만,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며 과거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내 지하벙커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부터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더욱 치밀한, 그리고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모든 부처가 서로 긴밀히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부처 간) 협력도 선제적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효율이 높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첫 '벙커회의'의 안건이었던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서민가계의 애로사항은 실물경제를 정확히 반영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통계의 오류에 빠져선 안 된다. 살아 있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통계를 보면 다 잘 되고 있는 것 같아도 일선 현장에서 보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장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이 회의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또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 달러 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그런 것이 경제 전체의 선순환 구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기업들의 활발한 투자를 주문하는 동시에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금결재를 신속하게 하는 등 상생의 분위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설 자금 지원대책도 철저하고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지하벙커 내에 마련된 '비상경제상황실' 등을 둘러보며 "빠른 시간 안에 잘 만들었네"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야전사령관'에 임명된 이수원 상황실장을 향해선 "고생은 하겠지만 보람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때 비상경제상황을 총괄 점검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것은 보람있는 일이 아니겠느냐"며 격려했다.
지하벙커 내에 마련된 회의실 벽면에는 "위기를 기회로"라는 문구와 함께 "철저한 확인, 신속한 대처, 튼튼한 경제"라는 구호도 내걸렸다.
이날 회의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정정길 대통령실장, 사공일 대통령경제특보,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국민경제자문위원 등 20명이 참석했다.
"참호 속에 전투모 쓰고 들어간다 생각하지 말라"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를 두고 일고 있는 '전시행정·실효성 논란' 등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재차 드러냈다.
이 대변인은 "일부에서 자꾸 '지하벙커'를 두고 말들을 하는데, 공간이 부족해 그곳에 마련한 것을 뿐"이라면서 "지하벙커라니까 자꾸 참호 속에 전투모 쓰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회의 참석자들이 점퍼를 입는 방안도 검토를 안 했던 것은 아니다"며 "그런데 그러면 또 위기의식을 조장한다는 둥, 쇼 한다는 둥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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