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이 백 씨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주치의 백선하 교수와 백 교수가 소속된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씨의 유족 네 명은 28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서창석 서울대병원 병원장과 약 25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 측은 사망진단서 수정과 백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으나, 서 원장은 사실상 거절에 가까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백도라지 씨는 면담이 끝난 후 장례식장 3층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결과를 알리며 "한마디로 안타깝긴 한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저희가 문제제기한 데 대해 어떠한 형태의 입장 표명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국립병원 원장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는 건 책임회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병원장은 사망진단서 내용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밝힌 입장 외에 병원장은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유족 측은 '치료한 의료인이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같은 기관의 다른 의사가 의무기록지를 토대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법 17조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들어 다시금 진단서 수정을 요청했으나, 서 원장은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고 했다.
백 교수 징계 논의를 위한 윤리위원회 회부 문제에 대해 서 원장은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의료 분쟁이 진행되어야만 윤리위 개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단 단장 이정일 변호사는 "돌아가신 백남기 어르신에 대해 경찰이 부검을 시도한 계기가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였다"며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이라면 결자해지의 정신에서 마땅히 해야 할 시정사항임에도 병원장은 환자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규탄했다.
이어 '윤리위는 법적 분쟁이 있을 경우에 한해 개최된다'는 서 원장의 답변과 관련, "서울대 병원에 민사적 조치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회사 직원이 업무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다면 책임 기관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공문서 위조 문제나 허위 진단서 문제에 대해 공적 기관인 서울대병원이 징계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 부분에 대해 법률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료법 위반에 따른 형사 고소 대상은 백선하 교수로만 한정했다. "실제 작성자는 전공의이지만, 해당 전공의는 의무기록지에 여러 사항을 일일이 기재함으로써 의료인의 양심을 지켰다고 볼 수 있어서 형사적인 부분은 백 교수에게만 물을 예정"이라고 이 변호사는 밝혔다.
아울러 장례 계획에 대해선 "부검 영장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명확한 의사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장례를 치르면 (유족 측이) 증거 인멸 혹은 훼손죄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경찰 측의 명백한 의사가 있으면 편안하게 여유를 갖고 장례 절차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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