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물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는 내용의 상황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제대로 된 수사 대신 '일단 부검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수사기관의 행태가 과거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1층 행사장에서는 '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의 책임,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가' 제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지난 1996년 김영삼 정권 당시 '대선 자금 공개'와 '등록금 동결' 요구 집회에 갔다가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으로 사망한 고(故) 노수석 씨 유족의 소송을 맡았던 이덕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노 씨는 당시 시위 중 경찰에 쫓겨 도망가다 중태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으나 구조 때를 놓쳐 사망했다. 이후 부검에서 구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상이 발견됐으나, 사인은 '심근병증에 의한 급성 심장사(병사)'라고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당시 검찰 수사 기록을 봤는데 검찰이 수사를 한 게 전혀 없었다. 검찰에서 경찰 상황 보고서, CCTV 등을 압수해서 수사하는 게 당연한데 이런 것은 하지 않고 오로지 부검에만 목매달았다"며 "이번(백남기 농민 사건)에도 마찬가지"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아울러 부검 대신 검찰 수사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형사소송법 139조는 '법원은 사실을 발견함에 필요한 때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며 부검이 필요한 경우를 한정했고, 141조에서는 "사체의 해부의 경우 예를 잊지 아니하도록 주의하고 미리 유족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를 언급하며 "이 두 규정을 종합하면, 검증 특히 사체 해부의 경우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데 검찰이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영장이 발부됐다"며 "법원은 영장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은 영장 가운데 나와 있는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위법하다는 취지로 밝혔는데, 경찰이 이미 위법한 집행을 하고 나서 그런 판단을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다행스럽게도, 병무청에서 입영영장을 발부했다가 회수한 경우가 있다. 위법하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영장 발부 잘못됐다면 이걸 회수하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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