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이 정치권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주목되고 있다. 복귀 선언 다음날인 21일, 대표적 '손학규계'인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손 전 대표를 따라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받은 제안을 언급하며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고, 국민의당은 그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어제 이 자리에서 손 전 대표가 '정치와 경제의 새 판짜기를 위해 당적(黨籍)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다"며 "저는 오늘 당적을 떠나 손 전 대표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저는 손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에 들어왔던 사람"이라며 "이제 손 전 대표를 도울 때가 된 것 같다. 처음처럼 함께 가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 삶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손 전 대표를 따라 동반 탈당한 이는 이 의원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을 떠난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전날 공개한 자신의 저서 <강진일기>에서 지난 8월 안 전 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국민의당으로 오시라.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을 손 전 대표에게 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면서 이에 자신은 안 전 대표에게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에 대해 "(2012년 대선후보 사퇴 당시) 그때보다 훨씬 성숙한 정치인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아직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보도를 통해서 본 전체적 맥락은 그대로 쓰신 것 아닌가 싶다"고 확인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조선일보> 인터뷰 당시 "다른 분들이 당적을 내려놓고 나오신다면 어떤 제안에도 모든 것을 열어놓고 공정하게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손 전 대표와의 만남에서 자신이 "명예를 지켜드리겠다. 공정하게 경쟁할 기반을 만들기 위한 어떤 제안이라도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책에서 친정인 민주당을 향해서는 "지금의 민주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한 축으로서 이승만 독재정권에서도, 박정희 유신 정권에서도, 1980년대 군부 독재의 압제에서도 명맥을 이어오며 민주주의를 지켜온 그 민주당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4.13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지원 요청을 했지만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썼다.
국민의당에서는 연일 손 전 대표를 향한 구애가 나왔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아침 회의에서 "손 전 대표께서 우리 국민의당과 함께 하자고 거듭 제안한다"며 "저도 만났고, 안철수 전 대표도 만났다. 어제 안 전 대표도 저도 (손 전 대표와) 통화했다"고 언급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난마와 같이 얽힌 정국,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 새누리당의 걷잡을 수 없는 광폭 행보를 막기 위해 우리 국민의당은 누구보다도 경륜과 모든 것을 갖춘 손 전 대표와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당이 문을 활짝 열고, 문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손 전 대표는 물론 정운찬 전 총리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다른 당의 많은 인사들도 대권에 꿈이 있다면 우리 국민의당과 함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 비박계 일각에서도 "환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내년도 대선 국면에 국한된 포석이 아니라 정치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큰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제7공화국론과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87년 헌법'은 6공 성립 이후 여섯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주어진 역사적 소임을 충분히 완수했다"며 손 전 대표가 들고 나온 개헌 논의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87년 체제는 영호남 지역 패권주의, 친박·친노 등으로 불리는 계파 패권 정치로 물들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계파 간 권력 헤게모니 경쟁이 심화되고, 대통령과 의회 간 권력 비대칭과 불균형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민주적 가치 회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은 필연적"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임기 후반까지 여당을 휘어잡고 있는 '제왕적'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내 친박계를 향한 간접 비판이기도 하다.
孫 "박원순, 개헌 가능성 높게 안 봐…김종인, 내각제에 긍정적"
한편 손 전 대표는 <강진일기>에서 개헌과 관련해 주요 정치인들과 대화한 내용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강진 토담집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며 "개헌의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보는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8.27 전당대회 이후 (비대위) 대표에서 물러나면 개헌 운동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며 "내각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개헌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다음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후에 바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