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남북관계,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민주평통 간담회…"통미봉남 용어는 이제 폐기돼야"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남북관계가 적당히 시작해서 끝이 나쁜 것보다는 처음이 어렵더라도 제대로 출발을 잘 해서 진정한 화해와 통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이기택 수석부의장과 김대식 사무처장 등 지도부 및 자문위원 4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국면과 관련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가락동 할머니도 대통령을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하는데"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되며, 나는 결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면서 "남북이 진정한 화해와 관계발전의 초석을 놓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든, 6.15 공동선언이나 10.4 선언이든 남북이 서로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우리의 진정성을 알게 되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급진전이 예상되는 북미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통미봉남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한국과 미국이 신뢰하지 못하던 때의 이야기"라면서 "한미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한 신뢰를 갖고 있는 만큼 그 용어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7000만 남북 국민 모두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최소한의 인권을 누리며 사는 것이 우리가 지향할 목표"라며 "우리 정부는 가장 정직하고, 또 북한의 동포를 사랑하는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전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하며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 2만~3만 원으로 벌어 힘겹게 사는 할머니도 대통령인 나를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것을 보고 부끄럽고 눈시울이 뜨거웠다"며 "이렇게 나라를 걱정하며 열심히 사는 분들이 있으니 대한민국은 반드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중 "일부 국민들은 남북경색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한편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운영·상임위 합동회의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일부 국민들은 우리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다고 생각하고 최근 남북경색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주장지만, 남북대화를 중단시킨 것은 우리가 아니며 남북 간 통행을 제한하고 개성공단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도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북한이 이행을 요구하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수준에서든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민적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며 "극단적인 주장은 국민화합을 위해서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민주평통은 △북한의 '12.1 조치' 즉각 철회 △북한의 남북대화 수용 촉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공영의 새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