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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안 하고 이대로 버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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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북관계 안 하고 이대로 버틸 수 있나요?

한반도브리핑 <104> 정책 전환이 필요한 3가지 이유

기다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다림인가?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왕창 퍼주겠다'고 한다. 인도적 지원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남북 대화도 북한이 자세가 되어야 하겠다고 한다. 먼저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하염없는 기다림. 문제는 북한이 응하지 않을 때이다. 어떻게 될까?

여론의 이중성

통미봉남. 요즘 남북관계를 두고 유행하는 말이다. 북미 양국 관계는 열려 있는데,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상황을 말한다. 통미봉남은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마치 북한의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남-북-미 삼각관계는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역사를 보아도 그렇다. 북미관계는 좋은데, 남북관계가 악화된 경우는 예외적이다. 남북대화가 시작된 노태우 정부부터 지난 20년간 통미봉남의 사례는 김영삼 정부 시기가 유일하다.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에서 국제환경이 걸림돌이 된 적은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 그 이전으로, 즉 김영삼 정부 시기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남북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도 10년 전의 풍경과 비슷하다. 앞으로의 상황도 유사할 것이다.

임기 내에 남북대화를 안 해도 좋다는 생각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런 생각들은 바뀔 것이다.

첫째는 여론의 압력이다. 정부의 핵심에 있는 뉴라이트 인사들은 이념적으로 무장되어 있지만, 국민들은 다르다. 이념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경제도 어려운데 남북관계까지 위태위태한 상황을 감내하지 않을 것이다.

대북정책과 관련된 한국의 평균여론은 평상시에 다소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위기와 불안을 반기지는 않는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그토록 서둘러 북한에 쌀을 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94년 조문논쟁에서 분출된 강경한 대북여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94년 10월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하고, 북한과 일본이 접촉을 시작하자 국민들은 정부를 쳐다보았다. '니들은 뭐하는데?' 그렇듯 여론은 이중적이다.

테러지원국 해제에 이어 미국 대선 이후 북미관계는 활성화될 것이다. 국민 다수는 '한국 정부는 뭐하고 있냐?'고 물을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무능을 탓할 것이다.
▲ 미국에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북미관계는 가장 매력적인 외교 현안이 될 것이다. 경쟁자였던 힐러리 상원의원까지 오바마 선거운동에 가세했다. ⓒ로이터=뉴시스

남북관계 등진 한국, 미국도 거부할 것

둘째, 한미관계에 이상이 발생한다. 최근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발표할 때, 일본에서는 아소 내각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떠들었다. 동맹국인 미국이 납치문제를 중시하는 일본의 입장을 무시하고 발표 직전에야 일방적으로 그 사실을 통고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었다.

미국을 비롯해 어떤 나라든 자신의 외교적 이익을 추구한다. 동맹국과의 공동협력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명백히 상충될 때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에 둔다. 미국 대선에서 현재 추세대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달라질 것이다.

오마바 후보가 당선 되면 즉각 특사를 북한에 보낼 것이다. 1996년 11월 클린턴 대통령이 2기 집권에 성공했을 때, 그달 25일 당시 뉴멕시코 하원의원이었던 빌 리처드슨이 '사실상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남북관계는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최악이었다.

결국 리처드슨 의원은 김영삼 정부의 의도적인 무시에도 불구하고,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4자회담 참여를 얻어왔다. 북한은 당시 리처드슨 의원을 특사로 인정했고, 강석주 등이 직접 나와 북미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오바마 쪽에서 보면 북핵 협상은 관심을 기울일 의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 성과를 보여줄 현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 미국은 경제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외교적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 문제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다. 북핵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비용 문제다. 미국은 협상에 적극적이어도, 비용을 분담할 때는 언제나 소극적이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당시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른 경수로 분담금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미국의 소극성 때문이었다. 결국 한미 양국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김영삼 정부는 경수로 건설 비용의 70%를 떠안았다.

물론 이번 미국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선거에서는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상황이다. 현재로 보면 미국이 6자회담에서 주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일본 정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납치문제를 이유로 2단계 불능화를 위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 3단계 핵폐기 협상에서 필요한 막대한 비용 분담 구조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명박 정부도 김영삼 정부처럼 비용 부담을 이유로 미국의 뒷다리를 잡을 수 있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이 터진 직후 <뉴욕타임스>는 '국무부 직원들이 한반도에서 가장 골치 아픈 집단이 한국 정부라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내보내 난리가 난적이 있다. 김광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예결위원회 답변을 통해 이 기사를 '미국 정부의 언론플레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정도로 한미관계는 최악이었다.

물론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막 나가기 어렵다. 명색이 전략동맹이 아닌가? 이미 극우 진영 일부에서는 '반미보수'도 등장하고 있지만, 국정 운영이 어디 '이념놀음'에 비교될 수 있겠는가? 금융위기에 대한 공동대처나 한미 FTA 추진 등 미국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다.
▲ 이명박 대통령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남북관계 뭐가 아쉽냐고?

셋째, 남쪽의 아쉬움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대화를 안 하는 게 뭐가 아쉽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산가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비록 소수지만 정례적인 상봉도 막혀버린 현실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나? 고령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금강산 지역에 완공된 이산가족 면회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은 경제협력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벌써 개성공단에는 숙소 건설이 미뤄지면서, 북한측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 공장을 완공한 중소기업들의 황망한 사정을 들어야 한다. 공장은 지었는데, 인력이 없어서 가동을 못하는 기업들의 심정을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중소기업이 처한 애로를 이렇게 무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때,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박정희 정부 이후 어떤 정부도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부정한 적은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 남북관계의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그만큼의 노력과 비용이 더 든다. 대북정책을 고려할 때, 북한만 봐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도 보고, 한국 경제도 봐야 하고, 하물며 한중 및 한러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길게 봐야 하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 대선 이전에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또 다시 타이밍을 놓쳤다. 남북관계에서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조만간 '이 산이 아닌가 봐' 그렇게 느낄 상황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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