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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 출신' 박정희 "날 빨갱이로 몰아"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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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 출신' 박정희 "날 빨갱이로 몰아" 격분

[이충렬의 정권+교체] 박정희-박근혜 가문의 빨갱이 만들기 놀이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아이가"

2007년 UN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노무현정부가 기권하기 전에 이른바 청와대 회의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를 필두로 '문재인이 북한과 내통했다거나 북한의 종복이다'라고 총공격에 나서는 것을 보고 일감으로 떠오른 생각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뭘로 보기에 이따위 저질 정치공세를 펴는가?

지난 대선이 막바지에 이른 2012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것을 정치생명을 걸고 폭로한다고 김무성, 정문헌, 서상기, 윤상현 의원 등이 벌떼처럼 주장한 바 있다. 결국 국정원 회의록을 공개했지만, 포기의 포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무책임한 폭로를 한 당사자들은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72년 박정희·김일성이 주도한 7·4남북공동성명 이래 남북간에 비밀스런 접촉이나 대화는 꾸준히 있어왔다. 80년대에는 장세동과 허담이 서울과 평양을 교차방문하기도 했고, 박철언도 수시로 북한을 다녀오곤했다. 하물며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2000년 6.15이후는 말할 것도 없다.

새누리당이 관심있는 것은 외교안보의 국가이익이 아니라 10년간 집권경험이 있는 야권을 빨갱이로 몰아 국내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는 것이다.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은 자신들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공세가 아직도 일부 국민들에게 먹힌다고 생각하면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박근혜 정권이 수세국면을 탈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슈로 삼고 싶어하는 것뿐이다.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술수에 말려드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못박아두고 싶다. 오히려 자신들이 자멸하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아편쟁이들이 자신의 의지력으로 아편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이들 군부독재 잔재세력들은 야권을 빨갱이로 모는 나쁜 습성을 절대로 고치지도 못할 것이며, 고칠 생각도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종북놀이는 만병통치약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편쟁이의 말로는 결국 비참할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정적을 빨갱이로 모는 매카시 선풍은 50년대 산물이었지만, 21세기의 한국에서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그 역사를 살펴보자.

빨갱이 만들기를 아무 죄책감없이 정치적 술수로 사용하는 이 나쁜 정치세력을 박정희 가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 가문의 내력을 살펴보면, 박정희(18년), 전두환(7년), 노태우(5년), 이명박(5년), 그리고 박근혜(4년)을 합치면 무려 39년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프레임은 2가지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모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을 빨갱이로 내몰아 사지에 빠뜨렸다. 둘째는 호남을 희생양으로 인종차별적인 지역 분열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76년 판문점 미군 도끼 살인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때 북한의 김일성을 향해서 박정희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무고한 사람을 빨갱이로 모는 미친 개에게는 국민의 매타작이 약'이다. 투표로 이들의 만행을 응징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런 세력이 대한민국을 농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치 지도자라면 더욱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단호하게 새누리당에 '노(NO)'라고 외쳐야 한다. 자신들이 발가숭이 '종북팔이꾼'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해야 한다.

문재인 개인의 싸움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내일에는 안철수가 빨갱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 다음에는, 그리고 그 뒤에는. 끊임없이 빨갱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하물며,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다는 사람들이 양비론으로 나서면 그건 안 될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용공조작과 지역주의의 최대피해자가 아니었던가. 올바른 것은 올바르다고 말하고 불의한 것은 불의하다고 말해야 한다. 야권 내부의 주도권 싸움은 그 다음 과제다. 차제에 범야권이 이 문제로 한번 제대로 새누리당을 응징하자. 마침 국회도 여소야대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63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산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았던 박정희의 당시 심경을 살펴보자.

박정희는 물론 '빨갱이'였다. 그는 6.25전 남로당의 군내 조직의 고위간부였다. 날조나 조작이 아니었다. 그러나 야당으로부터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공격을 받은 박정희는 이렇게 분노를 표출했다.

"나는 지금 테로(테러)를 당하고 있어요. 그저 참고 있자니 이 나라의 원수(元首)인 나를 '빨갱이'로 몰아치니… 그래 아무리 정권도 좋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니 이게 공산당 수법과 다를 게 뭐요? 내가 '빨갱이'라면 이 나라가 2년 동안 '빨갱이' 치하에 있었단 말이오? 화제가 '빨갱이' 이야기에 미치자 그는 한층 더 격하게 흥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야당들이 이번 선거전을 통해 그를 '빨갱이'로 모는 데 대한 분노는 밖에서 일반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격한 것이었다."(동아일보 10월 14일자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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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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