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발리 여행', '살인죄' 비방에 법적 대응

극우단체 대표, 우익 언론인 등 3명 고소…김진태도 '검토'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10개월만에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 씨의 유족들이, 자신들을 비방하고 희화화한 극우단체 대표 등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백남기 변호인단'은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고인의 선종 이후 인터넷과 SNS를 통해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허위사실과 근거 없는 비난을 담은 글들이 유포되면서, 위로받고 아픔을 치유해야 할 가족들이 인신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며 "유족들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대표, 김세의 문화방송(MBC) 기자, 만화가 윤서인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장기정 씨는 가족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고, 김세의·윤서인 씨는 고인의 막내딸이 아버지가 위중한 상황에서 휴양지로 휴가를 갔다는 내용의 글·그림을 게시했다"며 "허위사실이 적시된 이 게시물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빠르고 무분별하게 확산되었고,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법적대응에 나서도록 만들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특히 장 씨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연명 치료를 거부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오늘 가족들을 '살인' 혐의로 고발했다"며 "장 씨의 고발 건에 대해서도 무고여부를 검토해 추가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형사 고소뿐 아니라 조만간 민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며 "실정법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도를 넘어선 일체의 명예훼손과 비방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유족이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배경을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317일간 사투를 벌이다 사망에 이른 고인의 죽음 앞에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기에 유족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해 오지 않았으나,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로 (유족을) '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에서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비정한 딸'로 만들고, 부모와 남편을 잃은 가족을 '살인범'으로 만드는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고소장을 접수한 이 시간에도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비난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고인의 죽음과 유족 앞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자 한다면 당장 이런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며 "피고소인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 측은 한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국정감사장에서 "백 씨의 딸 한 사람은 사망하는 날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었다"고 말하고, 페이스북에도 "발리 여행 중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또 "물대포로는 얼굴뼈가 부러질 수 없을 것이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는데 머리와 얼굴에 두 군데 이상 중상을 입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안 간다"며 백 씨의 사인에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