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파서 주사 맞고, 약도 2주 정도 먹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 몇 번 더 주사 맞으러 오라고 하는데, 얼마 전에 다른 병원에서도 주사 맞았거든요. 더 맞아도 되나요?"
"이번에 병원 가셨을 때 최근 주사를 여러 번 맞았다고 이야기하셨죠? 그리고 어떤 약을 처방 받으셨는데요?"
"말 안했는데, 해야겠네요. 약은 잘 몰라요. 무릎 아파서 갔으니 그거 낫게 해주는 약이겠죠."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약물이나 보조 식품을 복용하는 분이 많습니다. 요즘은 아무 것도 복용하지 않는다는 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병을 치료하는 경우, 처방전이나 복용하는 약물을 가져 오시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병의 기전과 치료 방향에 어떤 작용을 할지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에게 "이 약을 왜 드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처방해주니까 먹는다거나 다른 사람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먹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약물의 이름, 주요 작용과 부작용, 혹은 보조 식품의 성분이나 그 제품의 특징을 물으면,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그런 것을 왜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약물뿐만 아니라 본인이 받는 치료에 관해서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에게는 아는 범위 내에서 약물이나 치료법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병의 치료는 물론이고, 앞으로 예상되는 증상의 예방이나 건강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약을 복용하고 치료받는 대상은 환자 본인인데 그것들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궁금해 하지 않는 게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태도는 한약을 복용하고 침을 맞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이 어떻고, 시행되는 치료법은 어떤 목적과 특징이 있고, 그것이 내 몸에 어떻게 작용하고, 치료의 방향성이 틀렸거나 특정한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킬 때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할 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대부분이 음식을 먹을 때는 재료의 원산지를 따지고 유기농인지 신선한지 아닌지를 알아보면서, 정작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의 복용이나 치료법에는 너무 병원 의존적 태도를 지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료에 관한 믿음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는 믿음의 문제라기보다는 합리적 사고의 영역입니다. 만일 어떤 치료법이나 의료인, 혹은 의료 기관에 관한 신뢰나 믿음이 생겼다면, 이는 권위나 광고 때문이 아니라, 의학적 원리와 환자 본인의 비판적 사고의 결과여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를 귀찮다거나, 알기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한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건강, 혹은 생명까지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현상의 정답을 원하지만, 시험지를 벗어난 실제 현실에서는 상황에 따른 최선이 있을 뿐 정답은 없습니다. 선택한 최선 또한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지요. 의료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내 병을 판단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모르거나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물어 알아보고, 내가 받는 치료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사소한 증상부터 이러한 습관을 들여야 만에 하나라도 중한 병에 걸렸을 때 무너지지 않고 후회를 덜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해답은 이러한 과정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시스템이 지원해 주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아직 우리 현실은 그 정도까지는 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더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되, 그 때까지는 스스로, 혹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연대(때론 이것이 더 잘못된 선택을 부추기기도 하지만)해서 고민하고 길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병에 걸려 치료받고 있다면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내가 받는 치료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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