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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핵발전소, 대한민국 최대 위협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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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핵발전소, 대한민국 최대 위협 요인

[초록發光] 에너지 시스템 리질리언스를 위해

지난 9월,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강도인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 인근에서 발생하였다. 지진 발생 이후, 무엇보다도 인근 핵발전소(원전)의 안전성이 가장 크게 우려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인 총 24기의 원전 가운데 18기가 밀집해 있는 고리, 월성, 울진 인근에는 부산, 울산, 포항 등 주요 인구 및 산업 인프라 밀집 도시가 인접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에 의한 핵발전소의 사고는 지역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상상하기 힘든 재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사실 원전뿐만 아니라 가스, 석유, 석탄 등 우리 사회가 의존하고 있는 주요 에너지 시설은 홍수, 가뭄, 해일, 지진,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천재지변 및 기후 이변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해일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소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2014년 기록적인 폭우로 고리 2호기의 전원 공급이 끊겨 원자로를 수동 정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는데, 다행히 재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뻔한 위험한 사건이었다.

미국의 애모리 로빈스(Amory Lovins)와 헌터 로빈스(Hunter Lovins)는 <취약한 에너지(Brittle Power)>(1982년)에서 미국 에너지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위험한 연료' '중앙 집중화된 인프라' '장거리 수송' '연료 간의 상호 연계성' '높은 초기 투자 비용' 그리고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의존성'등을 취약성의 요소로 주장하였다.

이들이 규정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취약성 요소는 현재 우리 에너지 시스템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전기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핵 발전은 농도는 낮지만 핵무기의 연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의 핵분열을 일으켜, 여기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 중심의 중앙 집중적 전력망은 시스템 일부분의 이상이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8월 미국 동북부에서 발생한 블랙아웃(black out)은 일부 송전 시설의 이상과 이에 따른 전압 불안정성으로 인해 핵발전소를 포함한 265개 이상의 발전소가 불과 5분 만에 셧다운(shut down)되어 발생하였다.

또 에너지 시스템은 외부적 충격으로부터 받은 피해로부터 그 핵심적 기능을 빠른 시간에 복원할 수 있는 능력, 즉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과 고도화된 기술과 인력이 필요한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은 이러한 복원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 자체의 취약한 구조와 더불어 시스템이 놓여있는 외부적 위험 요소는 그 종류, 강도 그리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경주 지진을 통해 드러난 많은 연구들은 우리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지금 우리의 감축 노력과는 무관하게 극한 기상 현상을 비롯한 기후 변화의 영향이 100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시스템이 점차 정보통신 기술과 융합되면서 사이버 차원에서의 취약성 문제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는 물리적 공격의 손쉬운 대상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시스템의 취약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선, 기존 에너지 시설에 대한 안전 및 예방 조치를 전면적으로 점검 및 수행해야 한다. 수십 년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혹은 고려하지 않았던 외부적 위험 요소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충분한 안전 및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에너지 전환이다. 외부적 위해 요소에 대한 기술적, 제도적 예방도 중요하지만 현재 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내재적인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의 리질리언스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는 에너지 안전성(safety), 다원성(diversity) 그리고 분산성(decentralization)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지진이 충분한 충격 요법으로 작용하여 에너지 전환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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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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