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2일 밤 2차례에 걸쳐 각각 강도 5.1도, 5.8도가 넘는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공식 관측 이후 역대 최대 규모에다 제주부터 서울까지 나라 곳곳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강력한 지진이었다.
핵발전소(핵발전소) 관리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핵발전소가 규모 6.5~7.0 지진에 대한 내진 설계가 되어 있어서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12일 밤 11시 54분 월성 1~4호기만 매뉴얼에 따라서 수동 정지하고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진 강도에 영향을 받는 힘(가속도 환산 값)이 지진 경보치(0.01g)를 넘어 0.12g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추석을 맞아 내려온 고향 부산에서 들은 공포 체험은 더 생생했다.
"집 전체가 너무 흔들려서 결국은 지갑을 챙겨 놨다가 집 밖으로 나왔다. 길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보던 영화를 중단하고 집에 와보니 벽시계가 떨어져 있었다."
"큰 소리도 함께 나서 핵발전소에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
"진동이 심해서 밖을 나갔는데 고층 건물만 가득해서 피할 데가 없었다."
"학원에 간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더니 그대로 수업을 계속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점점 세지는 지진의 강도가 걱정이다. 다음에 뭐가 오려는 지……."
이야기를 털어놓던 지인들이 내린 결론은 대부분 일치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될지 모르겠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 지진, 9월 12일 두 차례에 걸린 지진으로 한반도에서 지진 가능성은 현실이 되었다. 이미 일어난 재해가 피해로 드러난 것도 문제지만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다.
5도 규모 이상의 지진이 유일하게 관측된 동해 남부 해안 지역에 총 18기 핵발전소가 돌아가고, 반경 30킬로미터 지역 내 인구가 수백만 명이 넘는다. 후쿠시마는 약 17만 명인데 비해서 이번 지진의 진원지와 가까운 월성 핵발전소는 130만 명, 50킬로미터 떨어진 고리 핵발전소 인근에는 380만 명이 산다. 지진이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고, 지진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어떻게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기에 두렵다.
불확실성은 위험 관리의 핵심으로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위험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피해와 발생 가능성(확률)을 곱하여 계산하나 '판단이나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가 부족한, 불확실성 문제'를 안고 있다. 확률이 낮은 문제지만 한번 일어나면 파괴력이 큰 재해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관해 우리는 지나치게 소수 전문가와 중앙 정부 기관에만 의존해왔다.
지난 12일 당시로 돌아가 보자. 1차 지진 당시 핵발전소가 지진 강도에 영향을 받는 힘이 0.098g로, 수동 핵발전소 정지 기준인 0.1g에 가까운 수치였다.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1차 지진 이후 4시간가량 계속 월성 핵발전소를 운영하였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2차 지진이 부지 계측 값 0.1g를 넘었으니 가동 중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자 정밀 점검을 위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당시 환경 단체 등에서는 노후화된 월성 핵발전소가 진원지에서 너무 가깝게 위치하고 있으며 여진이 있다는 점을 들어서 가동 중지를 좀 더 빨리 결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예측하지 못했던 최대 규모의 지진 앞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그동안 우리가 의지해온 전문가 중심의 대응 체계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보여준다. 적절한 정보를 판단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또 경주 인근 지역 지진으로 시민들이 집에서, 차에서, 내진 설계도 안 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국가안전처는 침묵했다. '원자력의 안전 규제를 총괄하는 독립적인 중앙 행정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동 정지 후 정밀 점검에 들어간 월성 핵발전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진단이 나오기도 전에 핵발전소 위험이 없다는 단순한 발표만 계속하고 있다.
핵발전소 월성 1호기가 울산 앞바다 지진(2016년 7월 5일) 이후 7월 22일 가동 중지되는 등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는 가운데, 지진 발생 후 비상 점검을 위한 가동 중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핵발전소 이상무'라고 발표하는 걸 누가 믿겠는가.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는 정보를 공개하고 공동 대응해나갈 수 있는 사회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기를 때 가능해진다. 정보가 부족할 수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이거나 판단의 문제일 수도 있어 한마디로 확언할 수 없는 정보만 많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확실치 않은 정보만으로도 미래의 위험을 공동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노후 핵발전소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지역 공동체가 참여하여 지진과 핵발전소 위험의 불확실성을 함께 관리하는 불확실성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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