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 개정 방안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았지만 향배는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은 21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결정'짓기로 했다. 하지만 원내핵심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방향을 딱 미리 잡아서 확정짓는다는 식은 아니고 오늘 결정이 나면 좋고, 만약 결정이 안 나면 계속 논의해나가는 것"이라면서 "가장 좋은 것은 야당과 협의를 거치면서 안을 확정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정권 공보부대표는 "오늘 오전에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등이 의총에 내놓을 초안을 논의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여야 대화를 강조했지만 이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내에선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 나온 정부안(과세기준 9억 원 상향조정, 세율 0.5~1.0%로 대폭 인하, 3년 보유자부터 장기보유로 인정 등)에 대해선 '너무 깎아주는 것이다'는 의견 쪽이 다수지만 구체적 개정방안에 대해선 제각각이다.
헌재 결정 이후 종부세 문제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여론의 피로도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정부가 종부세 개정안을 내놓고 구체적 지방세수 차질 액수, 서울 강남 지역의 수혜 수준 등이 드러나면 최근 최악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순식간에 여론이 들끓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지점이 한나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속내도 제각각인 것이 사실.
홍준표 "부자가 세금 많이 내는것은 당연"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덜 깎아줘야 한다'는 쪽의 대표주자격인 홍준표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자가 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자의 돈을 억울하게 또는 부당하게 뺏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위헌 부분이 있고 헌법불합치 부분이 있는 것은 부당하게 돈을 뺏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만 조정해주면 국민들도 종부세에 관한 말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기조는 '미세조정'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처음부터 잘못된 세제인 종부세는 처음부터 한나라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세제였다"고 말하며 종부세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했다.
'종부세는 아예 잘못된 제도'라는 입장에 서있는 그는 오히려 "야당은 종부세를 잘못 만든 것에 대해서 무조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전 정권으로 포문을 돌렸다.
임태희 "억울한 세금을 어떻게 내나"
임 정책위의장은 "당내에서도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데, 조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명은 형평성이고, 또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세금을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세금을 운영하면서 내는 사람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세금을 내는 사회가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자들 가슴에는 대못을 박아도 되냐'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발언이다.
임 정책위의장과 자신의 발언에서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지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 임태희 의장이 말씀하신 종부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린 것과는 방향이 똑같다, 갈 지(之)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태희 의장 말씀은 정책적으로 당시의 열린우리당이 종부세를 잘못 도입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편 가르기 식으로 자꾸 공격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반성하라는 뜻이다"고 짐짓 임 정책위의장을 거들기도 했다.
이처럼 지도부의 입장부터 크게 어긋난 탓에 홍 원내대표와 임 정책위의장은 "오늘 의총에서 당론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같은 발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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