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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靑 회의 갔더니 '미르' 관계자 있어" 국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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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靑 회의 갔더니 '미르' 관계자 있어" 국감 증언

박상우 "K타워, 정부 요청으로 참여"…국감 곳곳 '미르·K스포츠' 의혹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미르·K스포츠 재단이 연일 국정감사 중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대통령 정상 외교 사안이었던 이란과의 문화 교류 사업과 관련돼 열린 청와대 회의에 미르 재단 관계자가 참석했다는 LH 임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박상우 LH 사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할 때 관계 기관들이 성과 사업이나 여러 협력 사업을 발굴하는 프로세스가 있었다"며 "그 프로세스에 참여할 것을 요청받았고, 관계 부처 합동 회의에서 K-타워 프로젝트에 대한 주관을 맡아 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K-타워 프로젝트란 한국 LH와 이란 교원연기금 사이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추진된 사업으로, 이란 테헤란에 K-타워를 구축해 한류 전진기지 및 한국 기업들의 활동 근거지로 삼고, 서울에는 I-타워를 세워 양국 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전날 국토위 소속 최경환·윤영일 의원(국민의당)은 이 MOU에 미르 재단이 '사업 주체'로 명시돼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미르, 한-이란 정상 외교 프로젝트 특혜 의혹)

박상우 사장은 K-타워 프로젝트에 대해 "저희가 오래 준비한 것은 아니고, 4월 말 관계 부처 회의에 갔다가 일을 맡아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가 제안한 프로젝트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박 사장이 언급한 '4월 말의 관계 부처 회의'란 바로 청와대 '연풍문 회의'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연풍문은 청와대 출입문 중 하나로, 비서실 업무동과 가장 가깝다. 단순히 담장에 낸 문이 아니라 한 동의 건물로 지어져 있어, 이 건물 뒷문이 청와대 경내로 통하는 출입구가 되는 식이다. 건물에는 농협 출장소와 회의실 등이 있다. 청와대 직원들이, 청와대 경내로 들어올 수 없는 타 부처 직원들과 회의 등을 할 때 회의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박 사장은 "선병수 LH 해외사업처장이 (연풍문 회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다. "회의석상에서 우리 실무자와 미르 실무자가 교류한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선병수 처장은 더민주 임종성 의원이 '연풍문 회의 때 회의장에 미르 재단 관계자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고, '누가 미르 재단 관계자를 불렀느냐'는 추가 질문에 "확인할 수 없다. 회의장에 가니 미르 재단 관계자가 있었다"고 했다.

현도관 LH 전략사업본부장은 '왜 MOU에 미르 재단이 적시돼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실무 협의를 하면서 저희가 스스로 넣었다"며 "회의에서 미르를 만났고, 미르가 한류 문화 촉진을 위해 설립된 재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등으로부터의 외압 때문이 아니라 LH의 독자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선 처장도 "1차 (연풍문) 회의 때 미르가 와서 (미르 재단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MOU 작성 과정에서 한류 부분은 잘 몰라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선 처장은 '당시 만난 미르 재단 관계자가 누구냐'는 더민주 강훈식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명함이 사무실에 있다"고 답해 강 의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의원들의 질의와 LH 임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K-타워 사업 관련 연풍문 회의는 정만기 당시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주관했고 산업부, 국토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LH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LH 측은, 이 회의에서 K-타워 프로젝트 주관을 제안받고 수락했고, 역시 이 회의에서 알게 된 미르 재단에 한류 문화 사업을 맡긴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남는 의문은 '누가 미르를 연풍문 회의에 불렀는가?'라는 부분이다. LH는 '회의에 가 보니 미르가 있었을 뿐, 누가 불렀는지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향후 청와대 소관 상임위인 국회운영위원회나 산업부 소관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국정감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LH 측은 한편 K-타워 프로젝트 MOU에 미르가 '주요 주체'로 표현된 것은 "실무자의 실수로 번역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MOU 영문본에는 미르 재단에 대해 '문화 교류를 할 기관들 가운데 하나(one of the organizations to promote Korean cultural exchange)'라고 돼 있지만 한글본에는 '주요 주체'라고 변역돼 있는데, 이는 번역 과정에서의 실수라는 것이다.

왜 사업자 공모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르를 직접 지명했는지와 관련해서는 현 본부장이 "사업이 아니고 교류이기 때문에 공모를 하거나 그런…(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더민주 소속인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은 이같은 미르 측의 답변에 대해 "답변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의를 주며 "(주택 관련 분야에서) LH가 국내 최고인데, 미르는 회의에서 처음 만났고, 그 미르로부터는 어떤 사업 제안도 없었고, 그런데 MOU에는 미르가 적시돼 있고, (MOU) 영문 번역은 잘못 됐다고 한다.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연풍문. ⓒ청와대

교문위는 하루 쉬었지만…정무위·기재위로도 번지는 의혹

이날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의 주 전장(戰場) 격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연합뉴스> 비공개 감사와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 현장 시찰 등으로 하루 '휴전'했다. 하지만 관련 의혹은 국토교통위원회뿐 아니라 기획재정·정무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로 번져 가는 모양새다.

기재위에서는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제도 등이 지적됐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기재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두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이 정작 자신들이 운영 중인 공익 재단에는 한 푼도 기부를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권의 눈치를 본 강제 모금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르재단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기부금은 총 486억 원으로, 이는 전체 공익 법인 가운데 23위에 해당한다. 대한적십자사(364억), 대한법률구조공단(304억)보다 100억 원 이상 많고, 삼성문화재단(451억), 온누리선교재단(367억)에도 앞서는 규모다. 역시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청년희망재단'은 무려 873억 원으로 서울대학교 발전기금(642억), 국제기아대책기구(521억), 세이브더칠드런(512억), 포스코교육재단(501억)을 뛰어넘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26일 설립 신청해 12월 24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신생 재단법인 미르가 수십 년간 공익 법인으로 운영 중인 대한적십자사를 가뿐히 뛰어넘은 것은 미르의 기부금 모금 자체가 얼마나 기형적이었는지 방증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역시 기재위 소속인 더민주 이언주 의원은 "공공기관 19개가 재벌 이익단체인 전경련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며 "공공기관은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데, 전경련 회비를 내고 활동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공공기관에 '당장 탈퇴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 한 번 더 논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야당 의원들의 '전경련 해산' 주장에는 "해체는 단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특정 기관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 갔다.

유 부총리는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제도에 대해서는 "요건만 맞으면 지정하고 취소 역시 담당 부처에서 하게 돼 있다"며 "제도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무위에서도 역시 공공기관들의 전경련 가입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공기관은 전경련을 탈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자 "탈퇴 문제는 해당 공공기관들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전경련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긍정적 기능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라고 간접 반박했다.

이석준 실장은 더민주 이학영 의원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에 모금을 지시했고 그 배후에는 최순실 씨가 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 실장은 "대기업들이 문화융성 등 그 (재단의) 취지에 공감해 (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심 의원이 이를 '대기업 대상 갈취'에 비유하자 "갈취라고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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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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