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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았는데 과다출혈 사망?…달과 손가락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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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았는데 과다출혈 사망?…달과 손가락 사회

[민교협의 정치시평] 오욕의 권력은 무너진다

사회란 다양한 삶의 애환이 펼쳐지고 있는 현장이자 여러 층위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구조다. 수평과 수직의 씨줄 날줄로 얽힌 것만이 아니라 한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구조다. 이처럼 얽히고 변하는 삶 자체가 정치고, 이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에 반론은 없을 듯하다. 삶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 대표적 힘으로는 정치권력, 자본권력, 언론권력이 있고, 그리고 종종 놓치기 쉬운 종교권력이 있다. 서로의 기득권 유지와 강화를 위해 이들이 상부상조하고 있다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힘이 역동적으로 작동하며 권력의 날개 짓이 펼쳐지는 곳은 어디일까.

국회에서는 여당 대표라는 이가 그리 와 닿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그것도 비공개로 단식을 하고 있다. 비록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는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

북악산으로 가니 청와대의 상징인 봉황 대신 조악한 미르가 급조되어 날아다니면서 돈을 빨아들인다. 얼마 전 전지현 트레이너가 행정관이 되어 대통령도 전지현처럼 되는가보다 가슴 뛰게 하더니 마사지센터 원장이 몇 백억 K스포츠 재단의 이사장이 되어 범속한 뭇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역시 급변하는 21세기 세상에 걸맞는 역동적 한국 모습이다.

시선을 돌리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권력의 남용으로 쓰러졌던 무고한 농민의 죽음이 있다. 평생 소신을 지키며 가족과 주변을 위해 성실하게 사신 분이다. 사회 건강성에 가장 기여하는 형태의 삶을 사신 분이건만 이제 검경은 그 시신마저 훼손하려 한다. 현란한 언어와 함께 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사법부도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조금 시선을 멀리하니 사드가 보인다. 미국 쪽 발언을 부정하기 바빴던 사드가 일사천리로 성주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국민이 기만당한 것은 정치권력에 한,두 번 당한 경험도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미국 독수리 날개 짓이면 국민 경제 영향이나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것은 새똥만큼이나 쉽게 땅에 떨어짐을 확인한다.

늘 그렇듯이 자본과 정치의 불륜현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활약한 롯데나 대우조선의 추락과 진경준 검사장 비리 뒤편에 선 우병우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물론 청와대 미르의 비상을 이뤄낸 최순실 여사의 그림자가 이곳에서도 엿보이는 것은 낯설지 않다.

듣기보다 읽어야 하는 과묵한 대통령의 권위와 힘은 자신의 의중을 거역한 죄를 범한 내시 언론권력을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잠재웠다. 권력 유착으로 얻어왔던 안하무인의 힘을 과신했던 해당 언론사도 자신들이 그리 쉽게 찌그러질 것은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의 정신을 상실한 부정한 언론권력이란 단지 정치권력에 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에 의지한 허망한 것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풍광이었다.

이렇게 무소불위의 주먹으로 무장한 정치권력은 성과연봉제 추진으로 인한 민주노총과의 갈등, 사학 비리 등과도 연계되어 결코 양보 없이 지속적인 사회 갈등과 분열의 축으로 작동할 것은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는 국정원의 도움으로 마무리하고, 가습기 첨가제 참사에서 정부 책임도 적당한 선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권력도 정치권력에 빌붙은 상황은 다른 권력과 그리 다르지 않다. 교황이 뭐라 하건 전혀 개의치 않는 한국 천주교의 주류는 결코 정치권력에 반하지 않는다. 화려한 초대형교회를 시내 한복판에 등장시키는 개신교는 자신들의 손으로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공공연하게 자랑했고, 불교 역시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조계종단의 대표자인 자승총무원장 및 많은 승려들이 이명박 장로의 대선 캠프에서 뛰었다. 총선 때는 총무원장이 열심히 유력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유세현장에 나타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이렇게 삶의 현장에서 상부상조하며 종횡으로 작동하는 권력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아 점점 숨 막히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권력의 약점은 바로 자신이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지점에 있다. 권력의 힘이 강력하게 작동하면 할수록 그 동일지점 상에 있는 권력의 약점 역시 더욱 치명적으로 된다. 그 점에서 권력은 그 약점을 감추기 위해 더욱 자신의 힘을 방만하게 발휘하지만 취약성도 같이 커지게 되어, 결국 통제 없이 남용되는 권력은 임계점에 도달해 스스로 무너진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이유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최형락)

경찰 권력의 남용으로 발생한 성실한 농민의 죽음 앞에 정치권력이 취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서 그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본다. 경찰력에 의해 사망한 이의 부검을 굳이 하겠다는 것은 원인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당히 포장해 경찰 권력의 추태를 감추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는 마치 총 맞은 이가 출혈과다로 사망한 것이지 결코 총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행위와 같다. 물론 출혈과다로 사망한 것은 맞지만 옳지 않은 말이다.

부검 강행을 또 다른 층위에서 보면, 사망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자동차가 사람을 깔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자동차가 사람을 죽인 것이지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는 격이다. 물론 운전자가 직접 손대어 살해한 것이 아니기에 맞는 듯하지만, 이 또한 결코 옳은 이야기는 아니다. 한 농민의 주검에 대한 과실 논란으로 사회 관심을 집중시켜 현안인 미르와 최순실, 우병우, 사드 문제 등에 관여한 정권의 모습을 가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권력은 다양한 층위에서 맞지만 옳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해 간다. 비유하자면 달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자 종종 추악한 손가락을 이용해 다른 곳을 가리킨다. 당대표의 비공개 단식이라는 창조 단식처럼 뜻하는 바가 있고 비리가 드러나면 날수록 권력은 목소리 높여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맨다.

정확히 달을 가리키고 있는 깨어있는 민중의 손가락에 대해서는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에 집중하도록 전력을 다한다. 종종 권력이 치명적인 내용을 지적당했을 때 할 말이 없으면 내용보다는 비판하는 이를 수단과 방법을 다해 공격하거나 폄훼하는 전략은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사례가 있으나 가깝게는 성주주민들의 사드 반대에 직면한 정부는 반대주민들 속에 불순한 외부세력이 있다고 왜곡 호도한 바 있다. 원전 지대에 지진이 발생하니 즉시 북한 핵실험 탓을 한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삶의 현장에서는 다양한 손가락이 난무한다. 돌이켜보면 세상이 온통 손가락이다. 달을 향한 당당한 것이 있는가하면, 달을 가리기 위한 추한 것도 있고, 국정원처럼 강력한 그림자 손가락마저 암약중이다.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를 섞어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이 더욱 쉽게 그 거짓말을 믿게 된다는 괴벨의 주장처럼 더러운 손가락은 언제나 맞지만 옳지 않은 말로 대중을 혼란시킨다.

세상을 현혹시키는 것은 권력이 스스로의 취약점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 점에서 한국사회에서 정치나 언론 및 자본권력의 행보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은밀하고 매우 끈끈하다는 점에서 종교권력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그림자 권력인 국정원처럼 다른 권력들을 서로 얽어 탄탄히 묶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서 사회 기득권 유지에 기반 역할을 한다.

어차피 종교권력은 세금추적도 안되고 신도들의 맹목적 믿음으로 방어된 폐쇄된 집단이자, 일정부분 세속법의 적용으로부터도 벗어나 있다. 어찌 보면 일반사회보다 더 다양한 방식의 착취와 포장과 선동 방식이 작동되어도 겉으로 드러나기 힘들다. 타락한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부정과 비리나 야합하고 있는 권력의 부패에 대해서는 신도들이 그 실체를 보지 못하도록 맞지만 결코 옳지 않은 말로 현혹시키고 조정하며 통제한다.

최근 많은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조계종단이 종단 고위 승려 중에 만연한 파계와, 이를 비호하는 종단 구조를 팟캐스트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비판한 신도에 대하여, 표현을 문제 삼아 비난하고 있다. 종단 종무원, 중앙신도회, 조계사 및 봉은사 신도회, 중앙종회의장단, 본사주지협의회 등의 비난 성명과 더불어 여러 종단 승려들과 교계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마라톤 비난을 하며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당사자가 공개토론장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만 신도가 있다는 조계종단이 굳이 지적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으면서 총력을 집중해 일방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승려들의 그런 행보는 결코 불교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 지적된 바가 치명적이거나, 아니면 그들의 특별한 다른 의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권력은 그것이 정치이건, 자본이건, 언론이건, 종교이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상부상조한다. 이들의 기본 행보는 '맞지만 옳지 않는 언어'로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다. 권력에 대항한다는 것은 그들의 '맞는 듯하지만, 옳지 않은 세상'의 틀을 비틀어 그 틈새를 바라볼 수 있는 깨어있음을 요구한다.

'맞지만 옳지 않은 말들'이 부유하는 집단이나 사회란, 오욕의 권력이 춤추며 이미 생명을 잃어가는 집단과 사회다. 정치, 자본, 언론, 종교라는 권력들이 서로 지켜주며 대중을 기만할 때 그들은 다양한 손가락으로 우리의 눈을 가리고, 코를 베어 간다. 개인적으로 단지 손가락만을 볼 것인지, 아니면 바른 손가락과 더러운 손가락을 구분할 것인지, 각자의 깨어있음과 성찰이 요구된다. 사회라는 세상은 씨줄과 날줄로, 다양한 형태와 층위로 이뤄진 삶의 현장이다. 국정원의 그림자 권력마저 동참해 난무하는 손가락의 향연, 이 혼란의 틈새로 진정한 달을 볼 수 있는 깨어있음을 통해 참여와 연대를 펼쳐가자.

역사는, 깨어있는 이들과 이들의 연대가 권력으로 하여금 자신의 치부를 포장했던 권력 남용이 드러나도록 유도해,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게 하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깨어 손잡고 있다면 사법부의 영장이 있건, 비공개 단식이 있건, 2000만의 비난 입장문이 있건 달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 갈 수 있다. 이를 막는 권력은 언젠가는 반드시 스스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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