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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승만·박정희 '파시즘' 잔재 터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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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승만·박정희 '파시즘' 잔재 터는 선거

[이충렬의 정권+교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대한민국을 이해하고, 2017년 대선이 어떤 지각구조 위에 서있는 지를 한 눈에 꿰뚫기 위해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3명의 전직 대통령 시대를 알 필요가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인공지능시대와 4차산업혁명의 재편을 현재 구조 위에 덧씌우면 될 것 같은가?

변화를 원하는 내적인 욕구와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외부의 압력이 폭발점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다. 만약 양파의 속이 통으로 썩어있다면? 도려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난 9년은 바로 이들 세 대통령이 만든 체제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을 평가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대를 반추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1948년부터 1987년까지 39년 동안, 4.19혁명으로 인한 1년을 빼면 38년 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시대까지 합산한다면 정부수립 이후 68년 중 57년을 군림한 셈이다. 민주세력의 집권은 불과 11년에 지나지 않는다. 4.19혁명으로 인해 1년, 김대중 정부 5년, 노무현 정부 5년뿐이다.
40세 이전의 젊은이라면 이들 시대는 역사책에서만 접했을 것이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이들의 시대로 역사여행을 떠나보자.

한 나라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우리는 건국정신이라 부르고, 그 것은 헌법정신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기원은 1919년 3월 1일 온 겨레가 떨쳐 일어난 기미독립만세운동과 이에 힘입어 출범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될 것이다. 임시정부는 출범하면서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군주제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라고 명확히 못박았다.

이후 1948년 8월 정부수립에 즈음하여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은 취임사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내외에 천명하였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건국정신은 그 뒤 처참하게 배신당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① 이승만은 북한의 김일성정권을 상대하기 위해 반공과 북진통일을 내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를 권력중심세력으로 키웠다. 그 자신은 반일 독립운동가였고,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집권 12년을 통하여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은 유린되었고, 그가 중용한 친일세력은 이후 군사쿠데타를 통하여 이 땅에 강고한 파시즘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② 박정희는 이 땅에 일본형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한국적 파시즘을 뿌리내린 사람이다. 만주군관학교와 일제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박정희는 명치유신을 주도한 사무라이를 사숙하였다. 일본 사무라이정신을 흠모한 박정희는 자신이 아는 명치유신을 한국에서 그대로 이식하고 싶어했고, 쿠데타를 통하여 그의 꿈을 실천하였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사라졌지만, 일본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 만든 재벌시스템은 급속한 공업화를 가능하게도 했지만, 또한 동시에 구조적인 불평등과 산업구조의 왜곡을 가져온 박정희체제의 핵심 유산이었다.

재벌, 관료, 보수언론을 위시하여 오늘날 존재하는 기득권 네트워크는 박정희 시대에 이르러 본격화하였다. 그들은 독재권력으로 이권을 분배하고 이중 삼중의 겹결혼으로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기득권층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지배권력을 '박정희체제'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박정희체제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 힘을 키워갔다. 전두환·노태우는 그가 애지중지 키웠던 하나회 군벌세력의 박정희 수제자였으며, 이명박은 박정희가 직접 관리했던 재벌의 총아였고 마침내는 그의 친딸인 박근혜 대통령시대까지 그의 후광으로 출현하였다.

박정희체제라 부를 수 있는 기득권 카르텔을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한다면 3중의 문화가 서로 섞여 단단한 콘크리트를 형성하고 있다. 첫째는 동학혁명이 타파하고자 했던 '이조' 후기의 구체제 문화, 둘째는 박정희가 도입한 일제 파시즘, 그리고 셋째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사회를 강타한 신자유주의 사조라 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본질이 이것이다.

③ 전두환은 박정희가 10월유신을 통해 건설한 한국적 파시즘을 완성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권력을 잡기위해 상급자를 총을 쏘면서 제거하였고, 마침내는 광주에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면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한국적 파시즘은 세 가지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첫째는 폭력이었다. 반공이라는 명목하에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 6.25전쟁의 참화를 겪은 국민들을, 반공법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게 만들었던 것이다.

둘째는 국민분열책이었다. 그들은 영남군벌과 영남재벌을 집중 육성하면서 호남을 고립시키는 지역이간책을 구사하였다. 모든 파시즘이 인종차별주의에 기초하는 것처럼 그들은 호남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 하였다.

셋째는 경제발전이었다. 재벌위주의 경제성장이 치명적인 문제점과 부작용을 안고 있었음에도 70년대와 80년대에 굶주림을 극복하고 중산층을 확산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이 성과에 힘입어 그들은 개발정책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은 영남지역과 블루칼라 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군부독재 파시즘은 1987년 6월 민중항쟁으로 드디어 종식되었다. 1987년 6월에 이르러서야 파시즘에 압살당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은 비로소 살아 숨쉬기 시작하였다. 3.1 독립운동에서 시작하여 6월항쟁까지 약 70년에 걸친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민주세력의 분열로 군부지도자인 노태우가 다시 대통령이 됨으로서 '파시즘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과제는 미완의 과제가 되어 버렸다. 파시즘의 잔재는 민주공화국의 틀 속에서도 강고하게 살아남았다.

예를 들면, 폭력은 종북몰이라는 이념공세를 통해 모양을 바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호남을 적으로 삼고 여타 지역을 회유하는 지역이간책은 지금도 그들의 금과옥조이다. 재벌과 관의 유착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성장패턴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OECD 회원국인 한국을 아무도 선진국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선진국에 걸맞는 가치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시즘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력이 대한민국의 주류로 행세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 같은 국가최고 정보기구들을 대선에서 부정선거활동에 동원할까? 도대체 이해할 수 있는 나라인가?

부정과 부패, 재벌 오너 일족의 봉건적 황제경영, 극심한 양극화, 그리고 국제경쟁력의 상실은 박정희모델에 의한 경제시스템 역시 파탄상태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하다.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친일파들의 후손으로 채워져 있고, 그들은 뉴라이트 역사관을 내세워 독립운동과 민주공화정의 실현을 위해 민중이 흘린 피와 땀을 역사에서 삭제하고, 그 자리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가치관을 세우려고 한다.

2017년 대선의 의미는 명약관화하다. 한국적 파시즘이 수십년에 걸쳐 구축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뛰어넘어 그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것은 극단화된 불평등과 불공정을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청산보다 미래건설을 위해 내년 대선에서 선거를 통해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 사례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피폐해진 미국에서 독점자본을 해체하고 대중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확장하여 새로운 미국으로 탈바꿈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이룩한 지도자의 사례로 꼽을만 하다.

내년에 필요한 대통령은 '국민 속이기'를 능사로 삼는 정치공학의 달인이 아니다. 선거로 혁명을 이룰 지도자다. 1945년 광복은 우리 힘으로 이루지 못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우리 힘으로 이 땅에서 파시즘의 잔재를 영원히 털어내는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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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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