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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메갈'에 분노하는 남성들, 스스로 돌아보자

[민교협의 정치시평] 성매매, 폭력에 관대한 일부 '진보'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근 소위 메갈리아/워마드를 중심으로 하는 소위 '여혐/남혐' 논쟁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격렬한 논쟁과 토론이 벌어지는 현상, 아니 더 정확하게는 욕설과 비방으로까지 확산되어 서로에 대해 반감을 갖고 혐오를 드러내는 모습들은 그다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흥미롭게도 이 논쟁이 현실 공간에서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집단행동으로까지 확산되었다는 데에서, 특히 서로 적대적이었던 극우와 진보 남성들이 큰 차이 없이 하나로 뭉쳐 강한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주제가 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매우 다양하지만 소위 반메갈리안 진영의 주장 중 황당무계한 주장들을 제외하고 몇몇 주장들은 분명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들은 메갈리안이 과거 연예인 남성과 일반 남성을 비교하며 남성을 비하하는 사이트가 그 원조임을 강조하면서 페미니즘과 상관없는 조직이라거나 그들의 현재 투쟁 방식인 소위 '미러링' 방식은 또 다른 혐오를 낳는 잘못된 운동 방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빈곤 남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 남성, 비서구 남성 등에 대한 비하 등의 글을 게시한 예를 들며 일베(일간베스트)와 하등의 차이가 없는, 남혐이 추가된 극우적 조직일 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특히 최근 과거 항일 운동가들을 모욕하거나 태극기에 나치와 욱일승천기 등을 합성한 사진 등으로 인해 이같은 내용이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그나마 이성적인 일부 진보 남성들의 비판을 정리하면 말 그대로 메갈리안 운동을 지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체 그림은 이러한 주장과 많이 다르다. 안타깝게도 위의 비판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판은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남성 기득권 권력에 익숙해진 논리로 남성 기득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얼마 전 소위 여성 혐오 범죄라는 명확한 현상 앞에 많은 남성들은 단어 하나만으로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나왔던 다양한 반발들을 보며 매우 익숙한 풍경이 떠올랐다. 점차 언어 성폭력을 비롯한 성폭력의 범주가 넓어지고 성매매에 관한 처벌이 강화되자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정작 본질적인 부분은 회피한 채, 여성들이 '남성 일반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 크게 유행했었다. 두 범주 모두 주요 가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두고 황당무계한 논리가 발명됐지만, 너무나도 버젓이 통용되었던 것이다. 같은 논리로 하자면 강도나 절도 폭력 등은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상정해서 만든 법인가?

이렇듯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여자 친구나 아내'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너무 좋아하고 존중해 준다며,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여성 혐오라고 할 수 있냐며 억울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아끼고 좋아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동시에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행위들을 즐기거나 성매매 업소에 출입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거나 자신의 주관적 판단 하에 주변 여성을 비하하거나 품평하거나 희롱하며 간섭하는 것 모두가 '여성 혐오'이다. 증오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만이 여성 혐오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논쟁들을 보면서 어려운 용어를 억지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 현상에 대해 논하는 것, 여성들에게 안전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등등을 두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이성적으로 설명하고 토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임금과 고용 복지 그리고 각종 사회적 권리 등 '성 불평등 한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통계 자료들을 들이대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유독 젠더 문제만 나오면 이성적 판단을 하려하지 않는 남성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문제만 나오면 진보와 극우를 막론하고 그렇게 강고하게 귀를 닫고 비이성적인 자세로 일방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지 남성인 나도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남성들이여! 이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적으로 생각해 보자. 과연 한 정당을 마비시키고 한 진보 잡지사를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전무후무한 행동력을 보여 주고 있는 현재의 반발이 그만큼 가치가 있는 행동인가? "나는 소위 일베나 '개저씨'와 같은 그런 관점에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억울해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 현재의 반발에 다른 이유들은 없다고 믿는가? 그리고 이만큼 격렬하게 불매 운동이나 집단 탈당과 같은 행동으로까지 나서서 반대한 다른 사안이 있는가? 이 문제가 그렇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일베와 같은 총체적 혐오 범죄 집단에 지금처럼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본 적 있는가? 스스로 극우 혐오 범죄 집단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면 또 다른 불평등한 사회의 지배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스로를 창피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이는 한국 사회의 가장 역겨운 민낯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며, 역으로 한국 사회 진보를 가로막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보여 주는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여성 혐오 현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극단적으로 억눌리고 희생되어 왔던 여성들이 조금씩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하자 그 동안 적어도 양성 문제에 있어서는 기득권을 누려 왔던 많은 남성들이 강하게 반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양성 간 불평등을 부추기는 법과 제도들이 있지만, 특히 군 가산점제나 여성 징병제 등 남성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군대와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그 어떤 합리적 논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온라인 문화가 발달하면서부터, 사실상 남성/여성을 근거로 비판할 사안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댓글 문화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이 각종 여성 비하적 여성 혐오적 용어를 만들어 내며 여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같은 사안에서도 남성에게는 별다른 비난이 가해지지 않고 혐오와 비하의 용어도 붙여지지 않는 반면, 여성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가해지고 신상이 털리거나 오랜 기간 동안 집요한 공격의 대상이 될 정도의 사례들도 있다. 심지어 일부 사안의 경우 직접적 협박도 서슴지 않는 등 매우 폭력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한국 고유의 약육강식, 승자 독식의 경쟁 사회가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 하에서 한층 더 불안정해지면서, 하층 계급 남성들의 불만이 지배 권력, 자본 권력으로 향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향하게 되었는데, 남성 기득권을 제약하는 가장 큰 집단인 여성을 향한 적대감은 한층 더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전반적인 여권의 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불만은 하층 계급 남성만이 아니라 충분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상층과 중간계급 남성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바로 이들이 이데올로그가 되어 이러한 불만을 조직화하고 여론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같은 극단적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제 여성 혐오 문제는 이주자들에 대한 적대와 혐오에서 보이는 파시즘적 양상과 유사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고, 이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베로 상징되는 남성 우월주의적, 여성 혐오적 발언과 행동이 난무해도 아무런 제재도 반발도 없는 끔찍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정면으로 저항하는 집단이 생겨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정당한 모습이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사회 단체가 아니다 보니 회원들의 정제되고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나오는 현상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단계일 수 있다. 과거 독재 정권의 폭압 정치 속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이데올로기들을 저항 이데올로기로 삼아 저항하던 조직들이 있었고, 심지어 이들이 한때 한국 사회의 저항 운동의 주류를 이루기도 했었다. 그들 중 주류는 저항 민족주의라는 이름하에 우파 민족주의적 주장과 구별되지 않는 주장들을 하다못해 일부는 북한이라는 타국 지배 집단, 그것도 뒤틀어진 가짜 좌파 지배 집단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저항이데올로기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화염병 시위로 상징되는 그 저항 수단 역시 지금의 눈으로 볼 때, 아무리 대항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외국의 경우에도 대안 부재 속에서 극단적 이슬람과 같은 종교가 저항 이데올로기가 되기도 하고, 체제 전환 국가들에서는 신자유주의나 민족주의가 저항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기도 한다.

현재 메갈리아 등의 투쟁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빈곤 계층이나 하층 계급 남성들에 대한 비하 역시 단순히 하층 계급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맥락상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비유한 것처럼 강한 억압적 지배와 폭력적 탄압에 맞서면서 과격해질 수밖에 없는 운동의 초기 모습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과격하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언사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과도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따라서 최소한 진보적인 관점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 사태에서 무엇이 핵심이고 본질인지에 대해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책무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답답하다. 언제나 지역과 학벌과 학력 등등으로 가르고 배제하고 물어뜯던 이러저러한 남성 집단들이 똘똘 뭉쳐 반발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진보적 입장을 갖는다는 이들조차 일베와 같은 편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남성 중심적 사회인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해 주고 있다. 마치 인종주의자들이 이주민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를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의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과 유사하게, 여성에게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차별적이고 여성 억압적 모습이 이제야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나타나게 된 것은 어쩌면 메갈리아와 같은 집단의 존재로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긍정적 기능이 확대되도록 지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여성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고 반성해야 한다. 한국의 남성들은 진보와 보수, 좌우를 막론하고 현실의 삶 속에서 성 산업과 성매매에 대해 관대하다. 그뿐 아니라 심지어 다양한 수준의 성매매 업소 출입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나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을 보이는 이들 중 상당수가 오히려 성매매 산업을 옹호하고 이에 반대하는 운동에 대해 반발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여성들 중 가장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에 대해서조차 남성성욕 중심적 사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 하는 이들이 소위 '일반' 여성들의 상황이나 권리, 주장들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할까?

최소한 스스로 진보주의자라 자처하는 남성들이라면 수많은 여성 문제의 핵심인 성매매 산업, 그를 둘러싼 추악한 권력과 자본, 폭력 집단, 압도적 다수 남성의 침묵을 포함하는 이런 공동의 범죄 행위를 스스로 폭로하고 집요하게 무너뜨리자. 그리고 나아가 진정한 사회 진보와 평등을 지향하는 남성들이라면 현재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말 하나하나에 흥분하고 분노하며 엉뚱한 힘을 낭비하지 말고, 실공간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불평등과 혐오 문제를 드러내어 스스로 남성 중심적 사회를 변혁해 나가자.

메갈리안과 워마드에 흥분할 시간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실공간에서 우리가 가해자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들을 제거해 나가자. 21세기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혁이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 이젠 우리 스스로 깨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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