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5일 숨진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이 기각됐음에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백 씨의 유족과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6일 오후 백 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시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검찰에 대해 "반성은커녕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날뛰고 있다"며 "추악한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며 검찰과 부검 영장 재신청 여부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 농민이 애초 병원에 이송될 때는 '지주막하 출혈'로 기록돼 있으나 주치의가 밝힌 사인은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로 돼 있다"며 "전문의 부검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
대책위 주최 기자회견에 참가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전진한 의사는 이 청장의 발언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사망 진단서가 엉터리에 가깝다"며 "사망자 중에 심폐가 정지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나. 그리고 사망하기 직전엔 누구나 오줌이 나오지 않는다. 급성 신부전, 심정지는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 진단서는 원 사인을 기준으로 사인을 판단해야 하게 돼있는데, 수술 기록, 진료 기록에도 다 나와 있듯 백 씨의 원 사인은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라며 "사망 원인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부검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인의협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백 씨의 딸 백도라지 씨는 "추모할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도 기자회견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며 "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것도 경찰인데 이후에도 우리 가족을 괴롭히는 경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의 모든 행동은 대책위와 상의해 같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정현찬 가톨릭 농민회 의장은 "백남기 농민이 누워 있던 317일 동안 책임자들이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하려 했다. 그런데 물대포에 맞은 게 아니라 지병으로 인해서 죽은 것처럼 뒤집어씌우려는 이 행태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으로, 이젠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없는 국민이 이런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리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대표자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우선 이날을 기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로 명칭을 바꾸기로 정했다.
또, 특검 도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매일 오후 7시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 촛불대회를 열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29일 오전 11시에 각계 인사들이 모여 비상시국선언 대회를 열고, 오는 1일 오후 3시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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