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69) 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이 기각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물대포에 맞은 이후 317일 동안 의식불명에 있다가 25일 숨진 백 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6일 백 씨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신청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25일 오후 11시께 영장을 신청, 검찰은 1시간 뒤인 26일 오전 0시께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었다.
그간 백 씨 유족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백 씨 사인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외상임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며 반대해왔다. 백남기 대책위는 검시가 끝난 직후인 25일 밤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부검이 필요없음을 강조했다. 이날 진행된 고인 검시에서도 뇌 골절 등이 발견됐다는 것.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고인에게서 뇌 골절, 두개골 골절, 다발적 골절 등이 발견됐고 뇌부종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 확인됐다"며 "검시를 진행한 법의관도 뇌 외상이 사망 원인이라는 것을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정일 변호사는 "검시과정에서 법의관도 물대포가 백남기 씨의 죽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조연수 변호사도 "검안의는 확률상 약 80% 이상 정도는 사인이 외상성 뇌출혈로 확인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외관상으로 두개골 왼쪽 뒤편에 5cm 이상의 골절이 발견된 것을 법의관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백남기 씨가 병사했다고?"
한편, 백남기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대병원에서 백남기 씨의 사망원인을 외상이 아닌 '병사'(병으로 인한 사망)로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경외과 김경일 전문의는 "백 씨의 수술을 집도하고 치료해왔던 팀에서 백 씨의 사망원인을 두고 뇌 손상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병사라고 했다"며 "이것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문의는 "이 분이 다치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봤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한 뒤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며 "내가 확인한 고인의 뇌 영상에서도 마치 교통사고로 당한 출혈, 즉 엄청난 속도에 달려온 차에 부딪힌 충격에서 나오는 출혈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고인 수술팀, 병사로 사망진단서 작성"
그는 "고인이 오늘 돌아가신 것은 이분이 다친 뇌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조금도 의심할 수 없다.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고인을 수술한 팀에서는 병사로 이분이 돌아가셨다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인의 죽음을 두고 병사라고 써놓은 진단서가 나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 그렇게 진단서를 쓴 그분들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나 명백한 사망 원인을 두고도 병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신경외과 의사로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것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편히 보내드리고 싶다"
고 백남기 씨의 딸 도라지 씨는 "아버지가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어제 오늘 병원을 경찰이 둘러싸고 있다"며 "이는 돌아가시는 분을 욕 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라지 씨는 "아버지 사안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뇌손상이 분명한데도 부검을 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를 비롯한 가족은 아버지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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