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13일 "전방위적으로 대북 고삐를 조이겠다"면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추진에 팔을 걷었다. 그러나 제재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대북 압박의 키를 쥔 중국이 '제재 무용론'을 밝힌 바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을 더욱 강력히 압박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김 대표는 "북한에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각한 대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새로운 추가 제재를 비롯한 중대한 추가적 조치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 독자 제재, 글로벌 차원의 압박 등 전방위적인 대북 고삐를 더욱 조여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기존 결의의 충실한 이행과 더불어 한층 더 강력한 신규 결의 채택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신규 결의에는 기존 결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빈틈을 메우는 조치를 포함해서 더욱 강력한 조치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 제재와 관련해선 "일본, 호주. EU 등 우방국들과 함께 제재 강화 및 효과 극대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고, 글로벌 대북 압박으로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전방위적 압박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중국 외교부가 북핵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물으며 압박보다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주문한 바 있어 한‧미‧일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본부장은 "대북 제재 압박의 실효성 증대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엄중하게 규탄하고 확고한 북핵 불용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므로 한미 양국은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포함한 향후 효과적 대북 대응을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소통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역할론'과 관련해 성김 대표는 "최근 핵실험으로 인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중국 또한 분명히 이해를 하고 있다"며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비롯한 다른 제재안이 완전히 이행되도록 하는 데 중국 또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했다.
양측이 공히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공언했지만, 그 내용에 관해선 "2270호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틈새를 메우는 조치를 포함해서 새로운 강력한 요소들이 포함된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빠른 시일 내에 도출하는 것이 한미의 공동 목표"(김 본부장)라는 선에 그쳤다.
제재의 실효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성김 대표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재와 압박 조치가 즉각적인 성과가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실망과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제재나 압박 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안보리 결의안 2270호 같은 경우 채택된 지 불과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하고자 하는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270호 결의안이나 다른 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북한이 불법적 활동에 사용하고 있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을 어렵게 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김 대표는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의 '선(先)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어떤 포맷의 대화를 가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의 의도와 의지에 달려있다"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논의할 대화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6자회담을 통해서도 논의를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아직도 적절한 포맷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은 한편 국내에서 일고 있는 독자적 핵 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진화하려는 듯이 서두부터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모든 가용한 미국의 방어 역량을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독자적 핵 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김 대표도 "북한의 위협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지역 내의 미국의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흔들림 없는 공약을 다시 한 번 분명히 강조했다"며 "여기에는 미국의 모든 방어 능력이 보장하는 강력한 미국의 확장 억제력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도 성김 대표는 "양국 정상뿐만 아니라 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강력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 사드 배치를 비롯한 이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 확장 억제력 제공에 대한 우리의 흔들림 없는 공약들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 역시 "핵 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비핵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태세와 확장 억제를 통해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계속 유지, 강화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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