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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김종인'을 넘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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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김종인'을 넘어야 산다

[이충렬의 정권+교체] 경선의 역동성? 전선의 역동성이 필요!

더불어민주당에 추미애 대표체제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대세론 내지 독주론에 대한 경계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잠재적 후보경쟁자들이 사실상 대선 예비경선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는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 넘친다. 손학규 더민주 상임고문의 경우 아예 경쟁을 포기하고 제3지대로 넘어가 새로운 모색을 시도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예선의 역동성을 살리고 흥행성을 높여 후보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경선룰을 소수 세력에 보다 배려하자, 경쟁후보에 대한 심한 네거티브를 자제하자, 경선불복방지위원회를 만들자 등등.

경선 과정의 역동성이 본선에서 그렇게 중요할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아니다. 우리 대선의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예선의 역동성 없이 대통령을 쟁취한 경우가 많다. 1997년 김대중, 2012년의 박근혜가 그러하다. 그런데도 경선의 역동성이 마치 진리인 듯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야권 지지자에게 2002년 노무현이 일으킨 '노풍(盧風)'의 추억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일으킨 돌풍은 2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는 경선에서 너무나 극적인 역전극을 벌였다는 점이다. 지지도, 세력, 자금, 조직 모든 면에서 상대도 되지 않던 후보가 하루아침에 민심의 쓰나미를 일으켜 대세론의 이인제를 격침시키던 장면.

그러나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착시를 일으킨다.

노풍의 진정한 원인은 두 번째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옳은 소리를 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훈계를 들어야 하는 패배주의에 대해서 정의로운 것이 성공할 수 있다는 비주류의 도전 정신을 내걸었고, 그것에 국민들이 열광했기 때문에 노풍이 태동하였다. 노무현의 진정성이 국민경선에서의 대역전을 일으킨 것이었다.

즉 컨텐츠가 경선에서의 혁명을 초래한 것이다. 대통령을 노리는 야심가들의 권력투쟁이라는 대선구도가 상식 대 반칙, 기득권 대 비기득권의 대결이라는 이슈전선으로 바뀌어졌던 것이다.

▲ 2002년 10월, '노풍대폭발' 전야제에서 건배하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추미애 등 당시 민주당 의원들 ⓒ노무현재단 노무현 사료관

여기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보조적인 것인지 드러난다. 경선의 역동성이 아니라 이슈 전선의 역동성이 대선의 본질이다.

노무현 이후 이슈 전선으로 야권이 승리한 경험이 있다. 2010년 무상급식 의제가 그것이다. 2009년 당시 경기도 교육감이었던 김상곤이 내건 무상급식 이슈가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고 다음해 지방자치선거에서 무상급식이라는 단일이슈로 야권은 유사이래 최대의 승리를 얻어낸 바 있다.

그러나 망외의 승리에 도취한 야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제대로 된 이슈전선을 만들지 못하고 허망하게 패배하였다.

인위적으로 경선룰을 보완하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오히려 국민들이 보기에 꼼수로 보이기 십상이다. 제대로 된 이슈는 당대의 시대정신과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읽는 데서 출발한다.

올 초 세계적 관심사가 된 미국의 대선에서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돌풍이, 공화당에서 트럼프 돌풍이 발생했다. 모두 비주류 출신이었던 이들은 초기에 주류의 비웃음을 받았으나 깜짝 놀랄 민심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주류가 인위적으로 그들을 부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류의 견제와 포위를 뚫고 그들은 나름의 진정성으로 호소하였고, 그 메시지에 국민들이 호응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절규했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칙과 특권은 더욱 심해졌고, 도덕성 없는 주류의 패권적 행태는 더욱 꼴불견이 되었다.

2017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를 첫손에 꼽는다. 맞는 말이다. 서민을 위해서라도 국민경제를 위해서라도 아니 이제는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 즉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의 전면적 개편이 개혁의 핵심 고리로 부상했다.

그런데 야권의 대부분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 끝을 보는 듯하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 된 김종인을 안고가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렇지 않다. 김종인의 역할은 물론 필요하고 소중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김종인은 경제민주화의 본질적 개혁을 한 적이 없다. 그의 최대 업적은 토지공개념 도입과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 조치였다. 경제민주화라는 본론에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제 김종인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김종인보다 경제민주화를 더 잘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인정받겠다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바로 그 점에 대해 국민이 진정성을 느낄 때 야권 후보의 역동성이 탄생할 것이다.

내년은 또 한명의 최고 권력자를 뽑는 의례적인 대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양극화라는 내부의 분단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피와 땀과 눈물이 요구되는 개혁의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내년이 골든타임이다. 지금 모든 후보가 목표로 삼아야 할 역동성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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