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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선박 절반, 발 묶여…조양호 회장은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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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선박 절반, 발 묶여…조양호 회장은 책임 회피

세계 44개 항만에서 선박 압류 및 입출항 거부 통보

정부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 금지를 신청한다.

법정관리 나흘째인 4일, 한진해운 선박 68척이 발이 묶였다. 세계 23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 및 입출항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일부 선박은 예정된 압류를 피하기 위해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은 모두 141척.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제 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그 비율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정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 부처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 안을 발표했다. 외국 법원에 압류 금지 신청을 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는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 9개 부처 차관이 참석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혼란 진정을 위한 조건부 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선박이 항만에 정박하지 못하는 건, 하역 업체 등에 지불할 대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운하 통행료 및 기름 값 미납 사례도 있다. 이른바 연체금 문제다. 정부는 그걸 해결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엔 단서가 있다. 한진해운 및 대주주가 먼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이날 회의에 참가한 금융위 관계자는 "물류 혼란 사태의 해결을 위해 먼저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대주주 등이 행동에 나선다면 채권단도 필요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류 중인 배가 늘어나면, 추가 피해가 필연이다. 예정대로 화물을 수송하지 못하면,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소송 액수는 최대 15조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송 폭탄이 터지기 전에 해법을 찾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한진해운 금고에는 연체금을 낼 돈이 없고,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한 상태다.

정부가 "대주주의 책임"을 거론한 건, 그래서다. 돈 나올 곳이 대주주뿐이다. 대주주가 먼저 자기 호주머니를 열어야 정부가 채권단을 압박할 명분이 있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해도 그룹 차원에서 회사(한진해운)와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금 출연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진그룹이 전국 곳곳에 보유한 알짜 부동산을 내놓을 기미도 없다. 호텔을 짓겠다며 서울 경복궁 근처에 사들인 땅 역시 그대로 갖고 있다. 규제에 막혀 있는 호텔 건설 계획도 포기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의 책임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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