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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원로 교수 "돈은 받았지만 독성 시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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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원로 교수 "돈은 받았지만 독성 시험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㉑] 최초 개발자 인터뷰 후폭풍

청문회 당일 아침 <프레시안>에 실린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 개발자 노승권 전 ㈜유공 바이오텍 사업팀장 인터뷰 칼럼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과 보좌관은 물론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환경 단체 관계자, 전문가는 인터뷰 내용의 진위를 놓고 설왕설래하며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관련 기사 : [단독] 가습기 살균제 발명가 "진실은 이렇다")

노 팀장이 청문회를 앞두고 SK케미칼 쪽과 짜고 책임을 모면하고자 물 타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서부터 당시 연구 용역 보고서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 SK케미칼 쪽에 없는 것을 빌미로 심지어는 이영순 교수와 SK케미칼, 노승권 팀장이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하기 위한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피해자 대표는 "어떻게 노승권 씨의 이야기만 편파적으로 쓰실 수 있냐, 정말 이렇게 기사를 올린 것은 너무 한 것 같다"는 불만의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팀장은 지난 5년간 그 어떤 매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6일 그와의 만남은 그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인터뷰나 대화 내용을 언론에 다루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29일과 30일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이 앞 다퉈 <프레시안>에 실린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지난 26일 언론과 인터뷰 하셨죠?"라고 물으면 언론과 인터뷰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특위위원은 "그러면 국정 조사 예비조사위원과 면담을 한 적이 있죠?"라고 정정해 물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노 팀장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1994년 CMIT/MIT 성분을 사용한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 개발 당시 제품의 독성 시험을 제대로 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노승권 팀장(지난 번 칼럼에서 그가 영국 더럼 대학교에서 박사를 땄다고 했으나 청문회에서 박사 학위는 받지 않았고 기술경영MBA 과정을 수료했다고 밝혀 앞으로는 팀장이란 호칭을 사용한다)은 가습기 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생각이었으나 그 뒤 다양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망자와 피해자가 많이 나오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공, 많은 연구비 지급, 이영순 교수는 "아니다"

1994년 이영순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 팀에게 얼마만한 비용의 연구비를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서로의 말이 달랐다. 노 팀장 쪽은 당시 흡입 독성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연구비를 충분히 주었으며 1억 원이 넘는 연구비(지금의 6억~7억 원에 해당)를 주었다고 지난 26일 나와의 만남에서 밝힌 것은 연구비를 충분히 주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었으며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이 교수는 그렇게 거액의 연구비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30일 청문회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이영순 교수가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실험쥐 코에 가습기 살균제 용액을 떨어트려 보는 간이 점적 실험만 한 것이냐 아니면 노 팀장이 <프레시안>에 보도된 것처럼 체임버에서 포화 노출 시험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누가 연구 용역을 맡겼는지(청문회장에서 노 팀장과 이 교수는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았음),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시험을 했는지, 연구비를 얼마 받았는지, 실험 결과가 어떠했는지 모두 22년 전의 일이라 전혀 생각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에 실린 노 팀장 인터뷰 내용을 보니 당시 자신이 포화 노출 실험을 했다고 해 1994년 자신의 밑에서 대학원생(석사 과정인지 박사 과정인지는 밝히지 않았음)으로 있으면서 연구 용역 실무를 맡았던 제자(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재직)에게 물어봤단다.

그 제자에 따르면 철제 앵글로 만든 가로 세로 높이 1미터 정도 크기로 틀을 짜고 여기에 투명 비닐을 6면으로 둘러싸 실험쥐 호흡 독성 시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 교수, 쥐 코 점적 실험만 했다고 KBS와 인터뷰한 내용 번복

2013년과 2016년 KBS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과는 많이 다른 진술이었다. 왜 말을 바꾸느냐는 위원들의 추궁에 "2013년 기자가 갑자기 전화로 물어와 실험을 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아 내가 했다면 당시 국내에는 제대로 된 흡입 독성 시험을 할 수 있는 체임버 장치가 없어 간이 코 점적실험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대답한 것이었다고 말을 뒤집었다.

국정조사위원들은 연구 용역 기간이 1994년 10~12월이라고 하는데 이 짧은 기간 동안 과연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시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실험 장비 제작과 병리조직 표본 등을 고려할 때 흡입 독성은 기껏해야 2~3주 관찰하는데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대답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한테서 의뢰를 받아 CMIT/MIT를 포함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독성 시험 연구를 벌인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이규홍 흡입독성연구센터장은 "이 교수가 이야기한 것과 같은 흡입 노출 장치로는 환기와 습도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의미 있는 흡입 독성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서울대 수의대의 흡입 독성 연구 결과를 낮추어 보았다.

이에 이영순 교수는 "지금의 잣대로 보면 곤란하다. 당시 국내는 제대로 독성 시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실을 갖춘 곳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미국의 환경청(EPA) 요구 수준에 맞추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자신은 동물 실험만 해주었고 실제 제품 안전성은 유공이 했어야 한다며 자신의 책임을 발뺌했다.

노승권 팀장도 "1994년 유공에서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와 나중에 유공의 후신인 SK케미칼이 제조해줘 애경이 판매한 애경가습기메이트는 같은 제품이 아니다. 애경 제품에는 향 성분이 들어갔다. 제품 레시피가 달라진 것이다. 인공향도 해로울 수 있으므로 흡입 독성 실험을 했어야 한다"며 자신이 만든 제품은 피해자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구분해달라고 주문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자신의 책임은 사실상 없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홍익표 의원 "1994년 이 교수는 초보적인 간이 독성 시험에 그쳐"

이들의 발언을 지켜보던 더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자신들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한 발언을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 유공이 이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 용역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양을 찾아내기 위한 실험으로는 부적절했다.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실험쥐를 대상으로 급성/아급성/만성 독성을 모두 테스트하여야 한다. 이 교수의 연구는 이런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매우 초보적인 간이 독성 시험이었다"고 매우 깔끔하게 정리했다.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이 했다고 하는 실험쥐 코 점적 실험과 매우 원시적인 간이 포화노출 시험을 가지고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독성 시험을 충분히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성학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매우 낮 뜨거운 일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1994년 ㈜유공이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에게 맡겨 했다고 하는 흡입 독성 시험은 결코 제대로 된 것도 아니고 인체 안전성을 보장해주지도 않았다. 노 팀장의 말대로 당시 상당히 많은 연구 용역비를 이 교수 쪽에 주었다면 그에게 줄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에 맡겨 제대로 된 흡입 독성 시험을 했어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의 비극적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 팀장이든, 이 교수든, SK케미칼이든, 애경이든, 이마트든, 롯데쇼핑이든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언행을 일삼지 않고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위로의 말과 답변을 했더라면 방청석에서 청문회를 참관하던 피해자 가족과 환경 단체 관계자들의 입에서 연신 "야휴! 후!" 등의 탄식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옥시레킷벤키저와 SK케미칼 등 가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틀간의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안전한 우리 사회를 가꾸어나가기 위한 길이 아직 멀고 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해댄다. 돈이 모든 것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최고의 잣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꽃피워내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사람 죽이는 세상을 사람 살리는 세상으로 바꾸는 주인공은 기업도, 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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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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