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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대표가 여직원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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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대표가 여직원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이변의 예민한 상담소] 동성 상사로부터의 성희롱

그녀와의 첫 만남은 피의자 신분에서였다. 전 직장의 대표로부터 명예 훼손으로 피소를 당했다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을 하는 동안 들었던 폭언과 물리력의 행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여성들이 자주 찾는 고민 상담 사이트에 올렸는데, 그것을 한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로 다뤘다.

문제는 인터넷 매체에서 전 직장명을 그대로 기재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전 직장 대표는 그녀에게 모욕에 해당하는 폭언을 상시적으로 퍼부었고, 서류를 던지는 일 정도는 습관이라고 할 정도로 사소했다. 급기야 그녀의 전 직장 대표는 회사 행사가 있던 어느 저녁, 대형 호텔의 사람이 많은 로비에서 그녀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러댔다.

당황스럽기도 했거니와 꽤 강도가 세서, 그녀가 주춤거리며 뒤로 밀러날 지경이었다. 그 일은 힘들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이어갔던 직장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그 일을 계기로 사직서를 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이직을 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직장은 옮기게 되었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았다. 퇴근을 하고 어스름이 깔리는 시간이면 그날의 일들을 필두로 힘들었던 일들이, 꾸역꾸역 눌러왔던 모욕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 어느 저녁, 여성들이 자주 찾는 모 고민 상담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조회 수가 높았다. 뭔가 남들이 공감해주니 치유가 되는 기분도 들었다.

그럴 즈음 누군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이것저것 물었다. 하소연하고 공감 받는 기분에 이야기가 길어졌다. 말을 걸어온 사람은 인터넷 매체의 기자라면서 보도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래도 되나 망설여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 직장 대표를 어떻게 해보려고 쓴 글도 아니었고, 자기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말에 마음이 돌아섰다. 기사를 써도 좋다고 허락했다.

문제는 기사에 전 직장 실명이 나가면서 가해자가 누군지가 알려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전 직장 대표는 노발대발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경찰에 그녀를 고소했다. 그녀가 당한 일은 모욕이나 강제 추행에 해당하고, 일부 모욕적인 언사와 추행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피해자였지만, 이 일로 졸지에 명예 훼손의 가해자가 되었다.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분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그녀가 고소당한 죄명은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의 명예 훼손이었다. 형법상 명예 훼손보다 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다루는 죄였고, 최근에는 정보 통신망상에서 명예 훼손이 발생하는 경우 그 파급 효과가 크고 이에 따른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커서 종종 실형이 떨어지기도 하는 범죄였다.

그녀의 사건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었고, 그녀는 검찰 조사를 받으며 형사 재판 피고인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과거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가해자로부터 매를 맞는 형국이었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고, 가해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중첩되어 상처를 받는 상황에서 심각한 훼손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우선 그녀에게 그녀가 당한 일이 형법상 모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강제 추행에 해당하는 일임을 알려주고, 이를 고소하도록 조언했다.

그녀의 피의 사건에서 피해자가 실은 가해자이고 그녀의 행동이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어다 치더라도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썼던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글이었고, 따라서 비방의 의도 따위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전 직장명이 개재되어 기사화되는 과정에는 그녀의 잘못이 없었음을 검찰에 어필해서 최대한 불기소 처분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문제를 타개할 방법이 존재하고 이를 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이 쉬이 밝아지지 않았다. "저기…" 한참을 입술을 달싹거리며 다음 말을 쉽게 잇지 못하던 그녀가 질문을 했다.

"전 직장 대표가 여자에요. 그래도 강제 추행에 해당될 수 있나요?"

강제 추행은 남성에 의하여 여성이 피해를 입는 성폭력 범죄가 아니다. 강제 추행은 가해자가 자신의 성적 만족을 의도하거나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의도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행위를 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대게의 경우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많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성별은 서로가 처한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그것이 동성 간이라고 하여 적용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미 형사 재판이나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재판의 여러 하급심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그녀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고 서둘러 고소를 진행하고, 명예 훼손 죄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검찰에 이를 관련 자료와 함께 알리고 잠시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예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현재 그녀의 명예 훼손 죄의 피의 사건과 강제 추행 등에 대한 고소 사건을 함께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두 사건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어 막바지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나마 피해자가 자칫 가해자로만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피해를 법에 호소하고 졸지에 가해자가 된 상황에 대하여 소명을 해 볼 발판이 마련된 다행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종종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로 구분 짓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성범죄는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의 범주에 해당할 수 있는 성범죄들은 성적 문제이기보다 계급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즉, 여전히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계급적 열세에 처해 있는 피해자들의 입을 막기 위하여 가해자의 역습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약자여서 생기는 피해의 문제에 둔감하거나 그 해결을 외면하기 보다는 예민하게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적극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그 전까지의 피해를 단절하는 일인 동시에 더 큰 피해를 막는 예방의 단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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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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