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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길'이 쌍욕…리쌍이 날 가지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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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길'이 쌍욕…리쌍이 날 가지고 놀았다!"

[인터뷰] 강제 집행된 강남 가로수길 우장창장 서윤수 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18일 자신의 가게 우장창창에서 쫓겨난 서윤수 씨는 여전히 그 가게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매일 저녁 6시 우장창창 가게 앞 도로에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혼자는 아니다. 서 씨와 함께 하는 이들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 연일 인디 음악가의 공연이 진행된다. 오는 1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음악, 퍼포먼스, 전시, 상영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명 '신사동 거리축제'.

여론은 이미 서윤수 씨에게 등을 돌렸다. '을질'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리쌍이 해줄 만큼 해줬다고 이야기한다. 해먹을 만큼 해먹으면서 더 뜯어먹으려고 그런다고 손가락질 한다. 서 씨가 무언가를 하면 곧바로 욕설과 갖은 비난이 돌아온다. 그런 질타를 뒤로 하고 연일 삼복더위에도 거리로 나서는 서 씨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서울의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던 날, 거리 선전전을 준비하던 서 씨를 만났다.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 전문.

▲ 서윤수 씨. ⓒ정용택

"건물주라는 이유로 세입자 몰아내고 장사하는 게 정당한가"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사람들은 장사할 만큼 해서 돈도 벌어놓고서 나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영세 상인도 아니라면서 동정할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서윤수 : 맞다. 나는 영세 상인은 아니다. 그간 번 돈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가게도 어느 정도 잘 운영됐다. 가게를 차릴 때 생긴 빚도 일부분 갚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당한 빚이 내겐 남아 있다. 이 빚을 가지고는 다시 새로운 가게를 차린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대로는 어디에서도 다시 장사를 할 수 없다. 권리금에 인테리어비용 등을 감당해야 한다. 또다시 수억 원의 빚을 져야 한다. 이것을 다시 어떻게 감당하나.

프레시안 : 2010년 우장창창을 개업할 때 든 비용이 얼마였나.

서윤수 : 전 세입자에게 권리금으로 2억7500만 원을 줬다. 부동산 수수료로 500만 원, 보증금 4000만 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7500만 원, 가게 집기 구매로 4000만 원이 들었다. 그래서 총 4억35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프레시안 : 그 돈은 어떻게 마련했나.

서윤수 : 대부분 빚이었다. 퇴직금과 저축으로 모은 3500만 원에다가 주택 담보 대출 2억 원, 그리고 친형에게 2억 원을 빌렸다. 그렇게 해서 마련했다. 한 마디로 가게 시작할 때 빚이 4억이었다.

프레시안 : 그 빚은 어떻게 됐나.

서윤수 :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빚을 갚는 게 쉽지 않았다. 강제 집행을 당하기 전, 내게 남은 빚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약 2억5300만 원의 빚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빚을 졌지만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는 점이다. 다시 이 동네에서 이만한 가게를 열려면 권리금 등으로 최소 2억~3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 답이 없었다.

프레시안 : 2013년 건물주 리쌍과 합의할 때 1억8000만 원을 받지 않았나. 그 돈은 어떻게 됐나.

서윤수 : 정확히 세금을 제하고 1억7200만 원을 받았다. 이 돈 중 6000만 원은 지하 가게 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1억은 가게 낼 때 빌린 형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프레시안 : 사람들은 리쌍이 1억8000만 원을 줬으니 해 줄만큼 해줬다고 이야기한다.

서윤수 : 반대로 이야기해보자. 리쌍이 내게 1억8000만 원의 합의금을 준 건 맞으나, 반대로 1억8000만 원의 돈으로 권리금이 최소 4억 원인 1층 가게를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내가 지하로 내려간 뒤, 리쌍 길의 누나가 가게를 운영하지 않았나. 당시 1층 가게의 권리금은 최소 4억 원이었다. 이는 근처 부동산에 물어보면 다 안다. 건물주라는 이유로, 법이 그래도 된다는 이유로 그렇게 했다.

프레시안 : 지하로 내려간 뒤, 월세도 건물주 리쌍이 배려해서 시세보다 낮게 받았다고 한다.

서윤수 : 월세를 320만 원 냈다. 이는 시세대로 된 금액이었다. 이전 지하에서 장사하던 세입자가 월세를 180만 원 냈다. 주차장에서 장사하는 것과 관련해서 월세를 내는 것은 리쌍 측이 부담스러워했다. 합의할 때 불법 시설에 대해 월세를 받는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차장 증축을 하면 그에 맞춰서 월세를 더 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됐다.

▲ 강제 집행 후 쫓겨나온 서윤수 씨. ⓒ프레시안(허환주)

"새벽에 영업장 찾아온 길 씨, 욕설 퍼붓기도"

프레시안 : 1층 주차장 이야기를 해보자. 2013년 리쌍과 합의할 때, 지하와 1층 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리쌍이 많은 배려를 해줬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후 세입자 신분으로 건물주에게 소송을 제기한다. 주차장 증축 합의안을 이행하라는 소송이었다.

서윤수 : 사실 어떤 세입자가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싶어 하겠나. 하지만 합의한 뒤 지하로 내려가 장사를 하자마자 민원이 빗발쳤다. 1층 주차장에서 장사하는 것을 두고 구청에 민원이 융단 폭격 식으로 제기됐다. 급기야 영업 정지까지 될 판이었다. 그래서 지하에서 장사한 지 한 달 만인 11월부터는 구청 단속을 피해 1층 주차장에서 주말에만 1층 주차장 영업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민원이 빗발쳤다. 결국 12월부터는 아예 1층 주차장 장사를 접었다. 답이 없었다.

프레시안 : 가로수길 다른 가게에서도 주차장에서 장사하는 곳이 있나.

서윤수 : 많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민원이 제기되지 않는다. 아직도 왜 그렇게까지 민원이 빗발쳤는지 모를 일이다. 여타 다른 가게들도 주차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이상하게 내 가게에만 민원이 빗발쳤다.

프레시안 : 리쌍 건물의 이전 세입자들도 1층 주차장에서 장사를 했나.

서윤수 : 그렇다. 내가 알기로는 최소 2007년부터 지하에 영업장이 있는 임차인들이 주차장에서 영업을 해왔다. 이전에 지하에서 장사를 하던 '쌈테이블'도 1층 주차장에서 고정 천막까지 설치하고 장사를 했다. 그렇기에 건물주 리쌍과 내가 1층 주차장에서 장사하는 것을 합의한 것이다. 이미 그렇게 해왔던 장소다.

프레시안 : 다시 소송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소송은 왜 제기했나. 건물주 입장에서도 황당했을 듯하다. 배려를 해줘서 장사하게 해줬는데, 뒤통수를 때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서윤수 : 나라고 그러고 싶었겠나. 민원 때문에 1층 주차장 장사를 접은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기존 매출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답이 없었다. 애초 이야기됐던 주차장 증축을 리쌍 측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되레 욕설을 들어야 했다. 11월 중순께 리쌍 길 씨가 만취상태로 우리 가게를 찾아왔다. 새벽 1시께였다. 그때 와서는 내게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애초 합의했던 사안인 주차장 증축을 해달라고 이야기했으나 이후 욕설이 돌아왔다. '개XX 씨XXX' 등을 섞어가며 나를 공격했다. 우리 직원에게는 외국 욕을 날리기도 했다. 우리 직원은 길 씨보다 10살이나 나이가 많았다. 사실 나는 그때 만남은 없었던 걸로 쳤다. 이미 만취 상태였던지라 제대로 대화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새벽에 영업장에 와서 욕설을 했다니 당황스럽다. 그때 길 씨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는 무엇이었나.

서윤수 : 그날 반복해서 했던 말이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내가 해줄게' 이거였다. 내가 합의안, 즉 주차장 증축 지켜달라고 했더니 '해주겠다'면서 2년 뒤에 계약 만료되면 나가라고 했다. 황당했다. 리쌍은 나와 합의하는 조건으로 2년 뒤, 내가 나가기로 했다고 이해한 듯 했다. 반대로 나는 지하로 내려간 것 관련,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장사를 하려 했다. 그러자고 주차장 증축도 합의했던 게 아닌가. 증축하면 1000만 원의 돈이 든다. 그리고 지하 인테리어에도 6000만 원이나 들었다. 그런데 2년만 하고 나가라니…. 그때 든 생각이 '이들이 내게 사기를 친 건가'였다.

하지만 길 씨는 그렇게 폭언을 늘어놓은 다음 날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잘 대화해보자'고 했다. 나는 다시 또 감사한 마음에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연락을 취했으나 전혀 연락이 안 됐다. '역시 나를 가지고 노는구나' 싶었다.

프레시안 : 이후 리쌍 측에 주차장 증축 관련 합의안을 이행해 달라고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리쌍 측에서도 불법 천막 설치로 자기네 건물의 리모델링을 못하게 됐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서윤수 : 여러 차례 합의안을 이행해달라고 이야기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매출은 아까 말했듯이 반토막으로 내려갔다.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용 증명을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주는 내용 증명이 아니라 리쌍 길 씨가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이후 리쌍 측으로부터 나가라는 내용 증명이 날라 왔다. 합의했던 안을 지킬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결국, 합의안을 이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리쌍 측에서도 나가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강제 집행 된 뒤 세워진 펜스. ⓒ프레시안(허환주)

"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은데, 이게 '을질'이라고 한다"

프레시안 : 많은 이들이 건물주가 왜 세입자의 권리금을 책임져야 하느냐고 지적한다. 게다가 리쌍은 이미 한 차례 권리금 명목의 합의금을 주기도 했다.

서윤수 : 권리금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장사 잘 되는 곳에(상권이 좋은곳)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가로수길 상인들이 십수 년의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주라는 이유로 무임 승차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도 입장료로 2억7500만 원이라는 돈을 냈다. 리쌍도 장사하고 싶으면 그만큼 대가를 치르는 게 맞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요구했다.

지금 자꾸 합의금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 합의 내용은 1억8000만 원 받고, 지하와 주차장 공간에서 마음 편히 쫓겨날 걱정하지 말고 장사하라는 거였다. 나는 그 말을 믿었기에 내가 쓰던 공간을 리쌍 측에 넘겨 주었었다.

내가 바란 것은 딱 하나였다. 마음 편하게 장사하고 싶다. 이를 두고 '을질'이라고 한다. 나라고 좋아서 이 더위에 이렇게 선전전을 하겠는가. 믿었던 리쌍에게 속았던 것도 화나는데, 사람들에게 '을질하는 임차상인'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있다. 이 누명이 벗겨지지 않는다면, 더는 아무 일도 못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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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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