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는 성주군 마크가 그려진 푯말이 걸려 있었다. 머리에는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파란색 머리띠가 묶여 있었다. 푯말은 자기가 성주군민 임을 나타내는 '이름표'였다. 왼쪽 가슴에 단 파란색 리본도 같은 용도였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는 평화집회를 방해하는 '외부인'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드배치 반대한다."
21일 서울역광장에는 2000여 명의 경상북도 성주군민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께 50대의 버스를 이용해 오후 2시께 서울에 도착했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주최로 이날 서울역광장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위한 평화·문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파란색으로 도배됐다. 플래카드와 머리띠도 파란색으로 준비했다. 지난주 성주에서 벌어졌던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때와는 달리 평화 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우리 군민 86%가 박근혜 지지했는데..."
이날 마이크를 잡은 김항곤 성주군수는 "우리 군의 심장인 성주읍 코앞에 사드기지가 만들어진다고 한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성주군민의 집 안방에서도 기지가 보이게 된다. 이런 곳에 사드기지가 지어진다면 어떻게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군수는 "지난 대선 때 우리 성주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86%라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외부세력' 논란과 관련해 "(우리 군에) 외부세력, 종북세력 등이 개입했다며 얼토당토 않은 말로 우리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드기지 선정 절차를 두고도 "관계당국 관계자는 단 한 번도 지역을 방문하지도, 사전 대화도 하지 않았다"며 "그러면서 무조건 희생 만을 강요하고, 결정된 사항을 따르라고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방통행식 정책을 우리는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주군민의 대표인 내가 대통령을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장은 사드배치에 항의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민의 생업을 방해하고 있다"
이부영 민주평화복지포럼 상임대표(전 열린우리당 의장)는 "누가 자식들,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해가 미치는 유해한 전자파가 나오는 사드기지가 자기 동네에 오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겠는가"라면서 "게다가 이와 관련한 설명 한 번 듣지도 못하고,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면 얼마나 놀랐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놀란 주민들의 행동을 두고 일부에서는 주민들이 외부세력에 부화뇌동했다고 매도하거나 국가안보를 무시하고 지역 이기주의 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 집 옆에 사드기지를 놔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외 농사를 제쳐놓고 뜨거운 여름철에 서울역 광장까지 상경해야 하는 성주군민의 처지를 생각하니 화가 난다"며 "정부가 국민의 생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투쟁위 측은 김 군수가 삭발 후 사드배치 결정에 항의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하러 간다고 밝혔다. 국회와 미 대사관에도 같은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주군민들은 사드기지 배치 반대 운동 관련해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청원 사이트에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쓰기, '사드 철회' 홍보활동 등을 진행 중이다. 성주군청 앞에서 1000여명 안팎 주민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도 매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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