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원2리의 이수국(69)씨는 태평양 괌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포대 레이더에서 측정된 전자파 수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자파를 우려한 주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이라며 "수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조작했는지 알 수 없다.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괌 기지 전자파 수치를 발표하면서 측정위치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만 강조했다"면서 "정부가 왜 성주와 환경적으로 전혀 다른 괌을 선택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사는 성원리는 사드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포대와 수 백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지난 18일 미군은 국방부 관계자와 한국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수치를 측정했다. 사드 레이더(AN/TPY-2)에서 1.6km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된 전자파 수치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0.0007W/㎡로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치인 10W/㎡의 0.007%에 불과했다.
주민 2만 5천여명이 살고 있는 성주읍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와 1.5km 떨어져 있어 괌에서의 측정위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한 채 여전히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을 걱정했다.
중학생 김태훈(15)군은 "컴퓨터나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몸에 안 좋다고 하는데 사드 레이더는 더 많은 전자파를 내보낼 것"이라며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했다. 최순이(70)씨는 "허리가 아파서 촛불집회에는 나간 적 없지만 강력히 반대한다"며 "내 자식, 손자들이 살고 있는 땅에 하루아침에 갑자기 전자파가 나오는 큰 무기를 들인다는데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성주군청 앞에서 만난 박철주(51)씨도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다"면서 "전문가 없이 기자들만 데리고 측정한 거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사드반대 서명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송정숙(49.성주읍)씨도 "아직 전자파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서명운동 하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사 갈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김영자(57)씨도 "성주에 참외로 먹고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전자파 때문에 성주참외에 대한 나쁜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성산포대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성산6리(장자골) 주민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사드배치 발표에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성영옥(70)씨는 "순박하게 땅 파먹고 사는 사람들한테 난데없이 사드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며 "전자파 때문에 무서운 동네라고 소문나면 이제 이 땅에 누가 살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년 전 이곳 성산리에 정착해 참외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워온 성씨는 "이제 살만큼 살아서 상관없지만 자식들은 무슨 죄냐"며 "자식들에게 피해가지 않게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짓고 싶으면 미국 땅에 지어야지 왜 아무 쓸모도 없는 우리나라 땅에 짓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김정수(65)씨도 "전자파 수치가 낮게 측정돼 정부가 인체에는 해가 전혀 없다고 발표했지만 사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정하고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수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이모(50)씨도 "자기 자식들은 절대 못살게 할 거면서 힘없는 주민들만 피해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람 사는 코앞에 레이더를 설치한다는데 주민으로서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주민 김모씨는 이웃과 상의해 집 앞에 '한반도 그 어디에도 사드배치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씨는 "지난주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동네가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됐다"며 "겉보기엔 평화로운 곳이지만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현수막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정부의 발표에도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사드 전자파와 소음 등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주 주민들은 "성주가 안 된다면 한반도 어디에도 안 된다"며 8일째 사드배치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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