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명에 따르면, 사드는 본질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다. 날로 점증하는 북의 핵미사일 능력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군사적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사드는 북핵이라는 오래된 질병에 대한 군사적 처방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사드로 인한 북핵 억지의 효용성과 사드를 통해 감수해야 하는 군사 안보적 비용을 객관적으로 타산해보면 비용 대비 효과의 대차대조표가 산출될 수 있다.
우선 사드가 배치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이 남쪽을 상대로 한 북한의 주력 미사일이라면, 최근 들어 북이 고각 발사 시험을 지속하면서 사드는 만약에 있을지 모를 대남 고각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억지 수단이 된다.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다층의 다양한 무기 체계를 배치한다면 억지력 확대 차원에서 나쁠 이유가 없다.
물론 성주에 배치될 사드는 수도권을 겨냥한 북의 장사정포 공격과 저고도 미사일 공격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수도권 이남도 성주 후방으로 넘어가는 고각 발사 미사일은 사드의 요격 범위를 피할 수 있다. 결국 사드 배치는 북의 미사일 위협을 억지하는 추가적 효과가 있긴 하지만 완벽한 방어 수단을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사드가 북핵을 막는 전지전능한 '만능의 보검'으로 간주하는 사드 만능론은 그래서 잘못된 신화에 불과하다.
사드는 북핵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군사적 처방의 하나일 뿐이다. 무릇 질병을 고치기 위한 처방은 다방면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 역시 사드라는 군사적 수단 하나만으로 완쾌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다. 여전히 북핵 문제는 6자 회담이라는 대화와 협상의 처방도 긴요하고, 대북 제재라는 채찍의 처방도 필요하고, 북한 정권의 성격 변화와 북한의 체제 변동이라는 근본 처방도 포기해선 안된다. 사드 배치라는 군사적 처방만이 북핵 질병의 유일한 처방이라고 고집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북의 미사일과 남의 사드는 남북이 서로 무제한의 군비 경쟁의 덫에 돌입한다는 의미이다. 무기에 무기로 대응하는 것은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라는 근본 처방에 비한다면 '하지하'(下之下)의 방책일 뿐이다.
또한 처방에는 효과와 함께 반드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사드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억지력이 사드의 효용성이라면 다른 한편으로 사드 배치를 통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적지 않은 비용도 존재한다.
당장 북핵 공조 전선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탈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인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270호 제재 이행에 중국과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제재 국면은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던 게 바로 엊그제 상황이다. 이제 사드 배치 결정으로 대북 제재 전선은 균열될 수밖에 없다. 북핵을 막기 위한 사드 배치가 북핵 공조를 약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사드로 인한 핵심적 부작용의 하나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대결 구도에 끌려들어 가는 '연루'의 딜레마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만약에 있을 미-중 갈등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사드 레이더는 전진 모드로 전환할 경우 탐지 능력이 2000킬로미터에 이르고 이는 중국의 동북 지역을 훤히 들여다보게 된다.
반접근 거부 전략(A2AD)에 따라 미국 항모의 진입을 억지하는 항모 킬러 둥펑21 지대함 미사일이 백두산 뒤 길림성에 배치되어 있고 사드 레이다는 이를 탐지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중 간 군사력 균형이 깨지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게 중국의 우려 사항이다. 이 경우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원하지 않는 분쟁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사드의 부작용은 군사 안보 외에 경제적 측면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이 자신의 핵심 이익이 훼손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공식 비공식의 제재와 압력과 행정 조치를 통해 경제 보복에 나선다면 사드 때문에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은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사드 배치는 북핵이라는 질병에 대응하는 추가 처방일 수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처방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코 북핵 질병을 단숨에 해결해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오히려 사드 처방으로 초래될 부작용이 사드로 인한 효용성보다 크다면 성급한 사드 배치는 지금이라도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보와 국익의 차원에서 사드 결정의 득실을 꼼꼼하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불가피한 결단으로 사드 배치를 결심했다 하더라도 이를 되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인 '대못 박기'로 밀어붙이는 것만은 자제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핵이 해결되거나 북핵이 진전될 경우 사드를 철수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 사드 배치뿐 아니라 사드 철수의 조건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님을 설득하고 중국이 사드 철회를 위해 북핵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년 말까지 사드 배치 완료를 서두르지 말고 지역 주민의 설득 과정과 환경영향평가 작업 등 대내적 협치의 프로세스를 차분히 진행하면서 사실상 배치 완료는 다음 정부에 미룸으로써 정권 교체 이후 정책 변경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의 선택의 폭을 열어두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외교적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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