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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드로 박근혜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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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드로 박근혜와 통했다

[정욱식 칼럼] 북한이 사드 배치를 환영하는 까닭은

"이번 발사 훈련은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 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을 선제 타격하는 것으로 모의하여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하였으며 목표 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 로켓에 장착한 핵탄두 폭발 조종 장치의 동작 특성을 다시 한 번 검열하였다."

북한이 19일 실시한 3발의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목적에 대해 20일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여기서 '항구'는 부산항을, '비행장'은 김해공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성포병부대'의 타격권에 이들 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항과 김해공항은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이 유입되는 핵심 시설이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사드 부지로 경주 성주를 발표하면서 이들 시설 방어가 핵심 목적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언론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및 그 내용의 공개는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는 보도를 쏟아낸다.

그래서 반문하게 된다. 북한은 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일까? 나는 앞선 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남한 내 사드 배치에 쐐기를 박으려고 하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북 제재 이완 및 중국과 러시아의 사실상 북핵 용인이라는 '기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거듭 확신을 갖게 되었다. 기실 북한이 공개한 '전략군 화력 타격 계획'이라는 제목의 작전 지도는 군사 기밀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나서, 그것도 부산항과 김해공항까지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는 지도를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 양국 정부의 주장처럼 사드 배치가 북한에게 군사적, 심리적 압박을 준다면, 왜 북한은 사드 배치를 지원 사격하고 나선 것일까?

▲ 북한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는 김정은(왼쪽 위)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나의 결론은 북한이 사드 배치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의 대강은 이미 앞선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사드 배치는 김정은의 '병진 노선'에 큰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는 게 핵심 요지였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완화는 '경제 건설'에, 이들 나라의 북핵 묵인은 '핵 무력건설'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을 묵인해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첫째, 미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의 '확인'이다. 이들 나라는 오래 전부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는 꺼리면서 북핵 위협을 사드 배치를 비롯한 군사력 강화와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의 빌미로 삼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최근 두 가지 미국의 조치, 즉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사드 배치를 발표한 건 이러한 의구심에 쐐기를 박아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조치 발표 직전에 3년 만에 '한반도 비핵화'를 입에 올리면서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답변이 김정은 제재와 사드 배치로 나왔으니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불신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둘째, 미국이 북핵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이용'에만 관심이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로서도 전략적 계산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이 협상에 손 놓고 있으면 북핵은 더더욱 기정사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도 북핵 '이용'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용의 핵심은 전략적 동맹으로 가고 있는 한-미-일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서 북핵을 바라보는 것이다.

향후 북-중-러 관계 양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 생각으론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이완 및 북핵 묵인'과 '북한의 핵실험 중단'이 논의될 공산이 크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북핵을 용인해줄 가능성은 없다. 또한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도 없다. 그래서 이들 나라는 '북핵을 묵인할 수도 있으니 핵실험은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으로서도 손해볼 것이 별로 없는 거래이다.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완료했다면 추가적인 핵실험의 기술적 필요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거래는 세 나라가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이뤄질 것이다. 물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 지 여부에 대한 기술적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드 배치 강행시 최대 수혜자는 미국 및 일본과 더불어 바로 북한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바로 대한민국이다. 왜 북한을 이롭게 하면서 한국에겐 자해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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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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