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예정지로 지목된 경북 성주의 반대 열기는 뜨거웠다.
시내 전역에 검붉은 현수막이 걸렸고 상점마다 '사드 반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지난 15일 황교안 총리 방문 때 빚어진 마찰로 다소 주춤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은 빗나갔다. 17일 저녁 열린 5번 째 촛불 집회에는 노인부터 아이까지 주민 약 5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집회 참가자들은 "총리 방문 때의 사태는 성주 주민의 심정을 반영한 것"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함성으로 호응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외부 세력 개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 여당 정서도 커 집회 내내 새누리당 탈당계를 작성하는 테이블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뜨거운 반대 열기의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성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군청에서 동남쪽으로 고개를 드니 사드 부대 예정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구글맵으로 거리를 재니 군청까지 불과 3.2킬로미터였다. 사드 레이더가 정북향이 아니라 계룡대 등을 방어하기 위해 약간 서쪽으로 향한다고 가정하면 불과 3.6킬로미터 안에 성주읍 시가지 대부분 들어간다. 미국의 사드 포대는 레이더 전방 3.6킬로미터 이내를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 통제구역으로 정해놓고 있다. 성주의 경우 사드 반경 약 3.6킬로미터 이내에 초등학교 2곳과 여중, 여고 각각 1곳이 있다.
"성주가 작은 지방도시여서 무시당한다"는 말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일방적인 결정 과정에 대한 불쾌감도 상당히 커 보였다. 무엇보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가 강행될 경우 느낄 상실감에 대한 우려와 불안도 높아 보였다. 성주군청 앞에서는 13일부터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1일에는 성주 주민의 대규모 상경 집회가 예고돼 있다.
제헌절을 맞아 거리에 내건 태극기가 주민의 불안감을 담은 현수막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17일부터 양일간 성주의 분위기를 사진에 담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