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가 지난 2010년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중재(ISD)에서 우루과이 정부가 이겼다. 우루과이 정부의 금연 관련 법률은 정당하다는 것. 지난 9일, 국제 중재 법정이 내린 결정이다. 필립모리스가 제기한 소송은, 담배 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건 첫 번째 ISD였다. 이 소송이 우루과이 정부의 승리로 끝나면서, 유사한 다른 소송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국적 담배 회사, 각국 금연 정책 연쇄 공격
지난 6년 동안,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각국 정부의 금연 관련 정책을 상대로 제기한 ISD가 잇따랐다. 예컨대 아프리카 상당수 국가는 전통적으로 흡연율이 낮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흡연율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다양한 금연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아프리카를 새로운 시장으로 여기는 다국적 담배 회사들은 이런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담배 회사들은 소송을 남발했고, 금연 정책 추진을 접는 국가들이 생겨났다.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우루과이 역시 이런 경우에 속할 뻔했다. 필립모리스의 연간 매출은 우루과이 GDP(국내 총생산)의 두 배에 가깝다. 이 같은 거대 기업과의 소송은 우루과이 정부에게 큰 부담이었다.
'反담배 산업 펀드', 가난한 나라의 금연 정책을 지킨다
이때 힘이 된 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지난해 3월 설립한 '반(反)담배 산업 펀드'다. 국제 무역 분쟁 관련 소송에 익숙하지 않아서 담배 회사의 공격에 당하기 쉬운, 가난한 나라들에게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한다.
예컨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역시 지난 2011년 필립모리스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지난해 결국 승소했다. 펀드 설립 당시 빌 게이츠는 "오스트레일리아 같이 부유한 나라들은 (담배 회사에 맞서) 금연 법을 지킬 힘이 있지만, 작은 개발도상국가들은 그럴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말했다. 우루과이처럼 가난한 나라가 금연 정책을 추진하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우루과이 "담뱃갑 표지 80%를 흡연 위험 경고 이미지로 채워라"
우루과이 정부는 담뱃갑 표지의 80% 이상을 흡연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미지로 채우도록 했다. 또 말보로 등 각 브랜드 별 담뱃갑 포장을 한 가지 디자인으로만 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상표의 담배 포장이 여러 디자인으로 나와서 흡연자들이 덜 해로운 담배인 듯 오해할 소지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필립모리스가 지난 2010년 문제 삼은 건 이런 조치들이다. 담배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지나친 규제라는 것. 필립모리스는 자사의 상표와 상업용 재산권을 보호할 필요 때문에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필립모리스 측은 본사가 있는 스위스와 우루과이가 1988년 체결한 투자협정(BIT)을 법적 근거로 제시했었다.
외신에 따르면, 필립모리스가 제기한 ISD에서 우루과이가 이겼다는 소식을 접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우루과이 국민의 거대한 승리"라면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