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 자문 기구인 입법조사처가 지난 4일부터 시행 중인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대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정보원의 권한 확대와 이로 인한 인권 침해 가능성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헌법 소원을 청구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은 14일 소식지 <이슈와 논점> 1180호에서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평상시가 아닌 비상 사태에서도 국가 권력의 비상적 발동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모든 법령은 이러한 헌법의 테두리와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테러방지법 및 시행령과 관련한 논란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구체적으로는 △국정원의 권한 확대 통제 장치 부족 △대테러 특공대의 지역 투입의 위헌성 △인권보호관 제도의 실효성 부족이라는 세 범주로 구분해 문제점을 정리했다.
"국정원에 '행정 주도' 권한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국정원이 정부 각 부처나 시·도 지방 행정부 등 국가 기관에 대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때, 이를 통제할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대테러 센터' 등의 조직과 정원, 운영에 관한 사항이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제대로 규정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다.
현행 테러방지법(모법)에서는 대테러센터에 국무조정실장과 국방부 장관·외교부 장관·국정원장·경찰청장 등 19개 기관장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센터의 조직 정원 운영에 관한 사항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이 시행령에 거의 만들어지지 않음으로써, 국정원은 관계 기관들이 참여하는 '대테러 정보 통합 센터' '대테러 활동 조사팀'등과 같은 대테러센터 하부 조직(전담 조직이라고도 함)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국정원이 정보 수집과 정보 통합은 물론 '조사' 활동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정원은 또 각 시·도와의 '협조'를 명분으로 이들이 참여하는 '지역 테러 대책협의회' 의장과 '공항·항만 테러 대책 협의회' 의장도 맡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국정원에 정부 기관과 행정 기관 전반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법률도 아닌 시행령으로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면서 이를 통제할 장치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지역테러대책협의회 의장을 관할 지역 국정원 지부장이 맡도록 한 시행령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지역에서 국가 행정 체계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소개했다.
"군사 지역 외 작전 '초헌법적'…위헌성 논란"
다음으로 대테러 특공대의 지역 투입 문제를 입법조사처는 거론했다.
시행령 18조는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의 출동 및 진압 작전은 군사 시설 안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에 대하여 수행한다"면서도 "다만, 경찰력의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며 대책 본부의 장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군사 시설 밖에서도 경찰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의 군사 시설 밖 작전 수행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계엄 시에나 가능한 일이며 사실상 계엄 규정을 넘어서는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민간에 대한 군의 투입이 헌법상 비상 계엄 시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할 때, 관련 규정이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군사 지역 외에서의 대테러특공대의 작전은 이미 '초헌법적'이라 법률에 규정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어 향후 위헌성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행령 9조로 규정된 '인권 보호관'과 관련해서는 "권한이 거의 부여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인권 보호관의 활동 지원을 위한 지원 조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빠져있어 인권 보호관 제도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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