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어 새누리당에서는 검찰 출신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그렇게 걱정되시면 선거운동 할 때 '카카오톡' 왜 쓰시나"라는 비아냥으로 응수했다. 다시 박 의원에 이어 연단에 오른 더민주 신경민 의원은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하고, 비밀스런 내용은 '텔레그램'으로 한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과 신 의원의 말씨름이 끝나자마자 표결에 부쳐진 테러 방지법은 새누리당 안대로 통과됐다.
그러나 신 의원의 '간접 광고'에 힘입어서일까. 그날 이후 '텔레그램'에 가입하는 이들이 다시 조금씩 늘고 있다. 외국계 메신저인 이 애플리케이션이 국내 회사의 메신저보다 보안성이 좋다는 평에 힘입어서다. 무엇보다 본사가 외국에 있으니 한국 검찰이나 국정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인기의 한 원인이라고 한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으로 불리는 이런 일들은 지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사태나 2015년의 '해킹팀 게이트'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논란 때에도 있었다. 보통 때에는 휴대전화 주소록에 저장된 이들 가운데 한 달에 한 명 정도가 추가로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면, 이런 개인정보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하루에 두서너 명씩 며칠 동안 계속 '○○○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는 것은 텔레그램 사용자들에게 흔한 경험이다.
'그렇게 걱정되시냐'던 박민식 의원의 호통이 무색하게도, 지난 2일 밤 테러 방지법 통과 이후 또 한 차례의 텔레그램의 '가입했습니다' 행렬이 이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행렬에는 박 의원과 당연히 같은 입장일 줄 알았던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 핵심' 의원이 누구냐고 하면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ㄱ 의원의 보좌관 ㄴ 씨가 3일 '텔레그램'을 설치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유명하고, 이번 테러 방지법 입법 과정에서도 꽤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ㄷ 의원실 직원 ㄹ 씨도 4일 이 대열에 합류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있는 현직 행정관 ㅁ 씨와, 지난해 사표를 쓰고 청와대를 나간 전직 행정관 ㅂ 씨도 우연찮게 테러 방지법 통과 바로 다음 날인 3일 오후 이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정청래 의원이 "청와대 관계자, 여당 의원들부터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던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행정고시 등 국가의 임용 시험을 통과해 '녹을 먹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 이른바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늘공(늘 공무원)'이든, 앞에서 언급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든 가입 동기는 같다. 정부 중앙 부처 소속 사무관 ㅅ씨는 "테러 방지법 때문에 깔았어요"라고 말했다. 위의 정무직·국회직들 가운데 한 명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사람 걱정이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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