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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중국의 꿈'을 모른 척할까?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대답 없는 메아리,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요구

중국이 대미 관계에 있어 줄기차게 주창하면서 간절히 원하는 관계가 있다. 바로 중-미 간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New pattern of relationship between great powers)' 설정이다. 우리는 중국의 일방적 요구인 이 신형대국관계를 미-중 양강 시대를 뜻하는 G2라는 개념과 함께 미-중 양국 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신형대국관계는 기본적으로 냉전기 양극 체제하에서의 미-소 관계 같은 제로섬(zero-sum) 게임을 지양하고, 상호 교류와 협력, 신뢰,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상호 윈윈(win-win)의 관계를 형성하자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 2012년 2월 당시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한 현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 언급했으며 3개월 후 열린 중-미 전략경제대화에서 '중-미 간 신형대국관계 구축'이 공식 제기되었다. 당시 시진핑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나라를 모두 포용할 만큼 넓다"라는 생각을 토로했고, 이는 중-미 양국의 동등성을 강조하면서 신형대국관계를 규정하는 개념으로 인지되었다.

시진핑이 던진 회심의 카드 '신형대국관계'


당시 최고 지도자 등극을 앞둔 시진핑은 부상하는 중국의 위상 정립과 함께 새로운 중-미 양자 관계 설정에 부심하였고, 중국을 견제하는 중국 위협론에 대해 '주권 평등, 공동 안보, 반(反)테러, 공동 발전, 공평 정의, 국제 관계의 민주화 및 법치화' 등을 주장하면서 국력이 강해진 국가가 반드시 패권을 추구한다는 논리를 부정하면서 이 개념을 제기했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향후 중국이 선진국들과의 관계를 개선 발전시킬 것이며, 협력 영역을 확대하고 적절하게 이견을 처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하는 신형대국관계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렇게 신형대국관계 수립은 중국 외교 전략의 중요 내용으로 설정되었고, 대미 관계 구축의 핵심 개념으로 등장했다.

결국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 회담에서 기존 패권 국가인 미국과 신흥 패권 국가인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공식 제안을 하였다. 최근까지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구축 주장은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국가로써 또 다른 질서의 제정자가 되고자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으며, 실천론적 차원에서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발족, 국제통화기금(IMF)의 인민폐 긴급인출권(SDR) 편입 등과 남중국해 등에서의 군사력 증강 등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도전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패권국과 빠르게 부상한 신흥국이 필연적으로 무력 충돌하게 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 역시 그럴 뜻이 전혀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중국이 최대 핵심 이익으로 선언한 영토 문제, 즉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도서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인공 섬 건설 등의 군사 기지화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항행의 자유 원칙'을 강조하면서 첨예한 대립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되었다. 당연히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 설정에 큰 장애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엄밀히 말해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 구축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는 한 번도 답을 한 적이 없다. 양국의 협력이 세계적 평화 유지와 안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하는 정도다.

'신형대국관계', 미국은 왜 모른 척할까?


미국이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구축 요구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 패권 추구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적인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는 것은 결국 미국에게 간섭하지 말라는 주문으로 해석될 터다.

미국은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구축 주장을 중국 공산당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중국의 꿈(中國夢)', 즉 중화 부흥을 위해 선봉에 내세운 국제 질서 논리이며, 중국이 이를 통해 자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를 약화 또는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확실히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국제 사회에 미국의 쇠퇴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이를 미국의 중대 양보로 인식하고 미국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가상의 논리로 간주하고 미-중 간에 존재하는 기존의 대국 관계, 즉 전략적 경쟁이 엄존하는 현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기존 시스템의 수호자가 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 지난 주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모습. ⓒwikimedia.org

지난 6월 6~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중-미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이러한 미-중 양국 간의 인식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막식 축사에서 여전히 '신형대국관계론'을 주창했다. 이번 축사에서도 중-미의 대등한 관계,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에 대한 불만, 영토-안보-주권 등 핵심 이익 존중에 대한 메시지가 강조됐다. 그러나 이번 신형대국관계 주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년의 7차 전략경제대화 축사와 비교되는 용어가 몇 가지 발견된다.

미국의 강경 대응이 계속되고, 선거를 앞둔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줄 이유가 없으며, 나아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이 전혀 양보할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계속 강경한 입장만 강조한다면 현재의 국력으로 볼 때 중국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신형대국관계론을 제기한 초기에는 강조했었지만 최근 수년간 강조하지 않았던 '상호 신뢰 증진', '아태 지역에서의 소통과 협력 강화', '모순과 이견의 적절한 처리' 등의 용어가 다시 출현한 것이다.

미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설정을 갈구하는 것은 중국이다. 최근 미국의 행동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의 복잡한 문제를 피해갈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알았으며, 미국의 대중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국가 이익이므로 중국의 입장을 신경써줄 리 만무하다는 가장 원초적인 사실을 중국이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의 신형 대국에 관한 입장이 용어 몇 개가 다시 출현했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원하는 신형대국관계 추진은 적어도 이 상태로는 동력을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양국은 기타 분야에서 얽혀 있는 게 많다. 여전히 양국의 협력이 국제질서 유지에 중요하고 상호 경제 교류와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국 관계는 파국을 원하지도 않으면서 다툼은 지속되는 투이불파(鬪而不破)의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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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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