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한국과 중국의 언론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가 떠들썩하다. 또 환경 문제다. 한국에서는 요사이 맑은 하늘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국토 전체가 미세 먼지에 휩싸여 있다. 예전에도 똑같이 있었는데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인지, 어떤 다른 이유로 미세 먼지가 심각하게 증가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미세 먼지로 인해 불편의 목소리가 커지자 졸지에 경유차와 고등어가 뭇매를 맞는 코미디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무슨 문제만 발생하면 세금 인상안부터 꺼내기보다는 원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모그세 아닌 교통 체증 유발 부담금(拥堵费)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교통 체증 유발에 대해 부담금(费)을 부과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됐다. 교통 체증 유발 부담금이 왜 한국에서는 스모그세(税)로 전환되어서 보도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 같이 차량이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인한 공기 오염 유발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은 아니다.
한국의 남산터널을 통과할 때 혼잡 통행료를 내는 것과 같이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 또는 차량이 몰리는 지역에 그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부담금에 대한 상세 내용은 아직 논의 중에 있다.
물론 차량의 혼잡이 도심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유발 원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차량에 의한 대기 오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시(市) 정부의 계획은 공기 오염 유발보다는 교통 체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10대 대도시의 교통 체증은 매우 심각하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보유량은 1억6000여 대에 이른다. 경제 성장에 따른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개인의 차량 보유량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의 차량은 560만 대로 개인의 승용차 사용에 따른 비용이 이미 국제 기준을 넘어 섰다. '2015년도 중국 주요 도시의 교통 분석 보고'에 따르면, 베이징 출퇴근 시간에 차량의 평균 속도는 시간당 22.91킬로미터로 소통이 원활할 때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교통 체증으로 인한 비용이 1인당 평균 7972위안(한화 약144만 원)에 이르렀다.
사실 베이징의 교통 체증 문제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차량 구입 제한(차량 번호가 당첨이 되어야만 차를 살 수 있는 제도, 购车摇号), 5부제 차량 운행 제한(尾号限行), 주차비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 체증은 나아지질 않고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베이징 시 정부는 교통 체증 유발에 따른 부담금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최후의 수단을 들고나온 것이다. 교통 체증 유발 부담금 부과로 교통 체증이 해소되고 이와 더불어 대기 질까지 개선되면 좋으련만 이것 또한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경유세·교통 체증 유발 부담금, 본질적 해결책 될 수 없어
한국 정부는 미세 먼지 해결책으로 경유세 인상 이야기를 꺼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경유세 인상에 국민들이 당황스러워하는 이유는 이에 대한 목적이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경유차를 타고 환경을 오염시킨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식의 징벌적 수단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계도적 차원에서 세금 부과의 필요성이 예외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미 유류세에 환경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어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세 먼지 유발의 주원인이 경유차인가? 이에 대한 확신도 없다.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여러 가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미세 먼지 배출량은 경유차나 휘발유차나 별 차이가 없다는 비슷한 연구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사태로 경유차가 마치 대기 오염의 주범이 된 분위기 속에서 경유차 운전자들을 징벌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과연 세금을 부과하면 미세 먼지는 사라질까? 그 답은 담뱃값 인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감소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오히려 경유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으로 국민들의 생활만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미세 먼지 잡아 달라 했더니 오히려 서민 경제를 잡을 판이다.
베이징 시의 교통 체증 유발 부담금에 대한 중국 공민들의 생각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통 체증이 워낙 심하다 보니 부담금 부과를 환영하는 측과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측이 거의 반반이다.
2016년 초 중국 청년보(青年报) 사회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 시 정책에 찬성하는 53.0% 중 68%가 "부담금 부과는 일시적 방안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반대하는 47.3%의 공민들도 반드시 부담금을 내야 한다면, 거두어 들인 부담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인가?
국가가 실시하는 정책은 국민을 모두 만족시키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책은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그 정책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수긍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정부가 아직까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여론을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유세, 교통 체증 유발 부담금과 같이 환경과 관련된 정책은 한 국가의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뿐만 아니라 전 지구와 인류를 생각할 때 꼭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꼭 이것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안 하겠지'라는 단순한 논리로 만들어진 정책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윤성혜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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