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초미세 먼지(PM2.5) 노출 정도는 174위, 이산화질소 노출 정도는 180위로 꼴찌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를 검증이나 하듯, 최근 며칠간 뿌연 하늘이 서울 시민을 감쌌고 역대 최고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우리의 숨을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문제의 해결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우리의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
초미세 먼지, 어디서 발생하나
초미세 먼지는 화산 폭발, 황사, 화재, 꽃가루, 미생물, 바다의 물보라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장, 발전소, (경유) 자동차 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비중이 더 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11년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초미세 먼지를 배출하는 배출원은 공장과 발전소 등의 제조업 연소로 전체 배출량의 40.4%를 차지했다.
또한 공기 중의 화학 반응으로 2차 생성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질산화물, 이산화황과 같은 대기 오염 물질은 화학 반응을 통해 초미세 먼지가 된다. 서울시가 2009년 초미세 먼지 구성을 조사한 결과 41.7%(질산염19%, 황산염 22%)가 2차 생성된 것으로 배출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초미세 먼지는 2013년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었고, 호흡기는 물론 피부로도 침투가 가능해 심장 질환 등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 유럽환경청(EEA)이 2015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유럽 전역에서 초미세 먼지로 심혈관·폐 등과 관련된 각종 질환으로 조기 사망한 사람이 약 7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초미세 먼지로 320만 명이 조기 사망하였고, 국내 조기 사망자수는 약 2만3000명에 달했다.
선진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와 경유차 축소 운동
이런 건강상의 악영향으로 인해 선진국들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감축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을 통해 미국 내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 규모를 2005년 배출량 기준 2020년까지 20%, 2030년까지 30% 감축할 계획이다. 이미 2002년 633기였던 석탄 화력 발전소가 2012년에는 557기로 감소했다.
독일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의 단계적 축소와 재생 가능 에너지원 확대를 결정했다. 특히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50%, 2050년까지 80%를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실제로 2010년 이후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 가능 에너지는 52.6테라와트시(TWh)가 증가했다. 이는 핵발전소 축소를 메우고도 남을 양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경유차 퇴출 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4년간 유럽연합의 경유차 신차 등록 비율을 보면, 전기차 보급이 가장 앞선 노르웨이의 경우 35% 포인트 급감했다. 프랑스와 덴마크 등도 15% 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전체 자동차 중 경유차의 비중도 최근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디젤승용차 신차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경유차 축소 운동이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경유차는 '더러운 차'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하고, 몇 년 내로 경유차의 생산 자체를 금지시킬 계획이며, 2020년부터 아예 시내 진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자동차 등급을 표시하는 승용차 식별 제도를 도입했고, 2015년부터 경유에 대한 소비세를 리터당 2센트씩 인상했으며,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 경유차를 폐차하는 운전자에겐 최대 1만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명물 블랙캡은 경유차인데 2년 후부터는 이 모델에 신규 면허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또한 경유차의 경우 도심에 들어올 때 내는 혼잡 통행료(2만 원가량)를 2020년부터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거꾸로 가는 환경-에너지 정책 : 석탄 화력 발전소 증설
지난해 말, 세계는 새로운 기후 변화 체제인 '파리 협정'을 타결하여 저탄소 사회로의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파리 회의에 참석해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자발적 온실 기체 감축에 앞장서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국제 회의 석상에 보인 모습과 우리의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우리의 환경 정책은 선진국들의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매번 생산 비용 절감과 경제 성장 논리에 밀려 환경 정책의 수립이나 달성도가 낮고 정책 방향이나 노력도 엇박자가 나기 일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석탄을 수입한다. 수입 석탄은 주로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화력 발전에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석탄을 통한 전력 생산량도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도 문제지만, 유럽 선진국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석탄 화력 발전을 점차적으로 늘리려는 정책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운행 중인 53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 더해 11기를 현재 건설 중에 있으며, 9기는 향후에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그린피스가 발행한 연구보고서(<살인 면허,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의 건강 피해>)에 따르면, 현재 운전 중인 53기로 인해 매년 11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나오고 있으며, 향후 건설될 20기(11기는 건설 중이며 9기는 건설 예정)는 매년 1020명의 조기 사망자를 유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비극적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석탄 화력 발전의 증가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다.
거꾸로 가는 환경-에너지 정책 : 활성화되는 경유차 시장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경유차 축소 운동과는 정반대로 경유차 소비 활성화 정책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유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경유차는 96만 여대로 전체 183만 대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5년 새 경유차 비중은 20%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신규 수입차의 경유차 비중은 10대 중 7대에 근접한다. 올해 1분기 신규 등록 차량도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많다. 경유차 배출 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유럽 제조사들은 우리나라를 자국의 '경유차 처리 시장'으로 삼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유차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 중의 핵심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싼 반면, 미국은 경유 값이 더 비싸다. 이 둘을 비교해 보면, 경유의 가격 결정은 단순히 시장 논리에 의한다기보다는 정부의 개입에 의해 정해짐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낮은 경유 가격은 경유차가 대기 오염의 주범임을 알리는 전 세계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유차의 활성화를 위해 고수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기 오염 문제를 고려해서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책정한다.
정부는 규제와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했다.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에서 '유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1992년 유로1에서 시작해 2014년에는 유로6까지 순차적으로 강화해 왔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유로6을 받아들여 현재 시행 중이다. 문제는 유로6 규제 이전에 출시된 경유차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경유차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기준에 못 미치는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장치를 부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감시나 지원이 부족하다. 특히 연료 보조금을 대주면서까지 '경유 택시'를 도입∙권장하려던 사례는 정책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경유차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특혜를 제공하면서 소비를 유인했다. 경유차를 사면 연간 24만 원의 환경 개선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50% 공영 주차장 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저공해 차량 인증도 제공한다. 경유차는 휘발유차의 세 배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해도 같은 혜택을 보도록 기준이 낮다.
현재 유럽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개발하거나 기존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낌없는 연구 개발(R&D) 투자와 관련 사업과 업체에 대해 여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있어서의 매출, 투자, 기업 수 등을 보면 2007년, 2008년을 지나면서 증가율이 오히려 둔화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떨어지기까지 했으며, 신재생 에너지 예산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대기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한 조치는 명확하다. 우선 연 평균 25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μg/㎥), 일일 평균 50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으로 규정된 초미세 먼지 대기 환경 기준을 WHO의 권고 수준인 연 평균 10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일일 평균 25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미국은 연 평균 12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일일 평균 35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일본은 연 평균 15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일일 평균 35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캐나다는 연 평균 10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일일 평균 28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서울의 초미세 먼지 평균치가 세계 주요 도시들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초미세 먼지 농도 기준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기준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환경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대기 오염 배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배출량을 초과한 발전소나 자동차에 대한 처벌 및 벌금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석탄 화력 발전소에는 먼지를 거르는 장비가 설치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가동시키지 않아 배출의 기준을 넘기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무엇보다 제재의 법적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미세 먼지 2차 생성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NOx)은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아 현행법상 벌금을 물릴 수조차 없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경유차 규제 강화 방안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가능하다. 우선 경유차 배출 가스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유로5'에서 '유로6'으로 기준이 강화되었으나 이것도 모자란다. 더 높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 경유나 경유차에 환경 부담금을 더 부과해 사용상의 유리한 점을 없애거나 불리하도록 해야 한다. 노후 차량에 매연 저감 장치(미세 먼지의 90%를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를 반드시 부착하도록 강제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휘발유차는 하고 경유차에는 빠져 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를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
위와 같은 규제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오염 물질의 원인 자체를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 따라서 가장 좋은 정책은 석탄을 중심으로 하는 화력 발전소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고 경유차를 줄여가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 소비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현재의 시대착오적 방식에서 벗어나 국제적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핵 발전이 이를 대체해서는 안 되며 핵 발전소 자체도 점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에너지 관련 답은 재생 에너지에 있다. 수력, 풍력, 태양열, 파력, 지열 등을 이용하는 발전이 점진적으로 주류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재생 가능 에너지는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금 이 시장에 지금 뛰어들지 않는다면, 결국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린피스의 에너지 혁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을 60%로 늘리고 21세기 말까지 모든 에너지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기술 가용성이나 용지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과감하게 투자하여 대체의 속도와 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경유차의 축소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프랑스가 했던 것처럼 경유차의 사용을 유도했던 기존의 정책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경유차 축소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노후 차량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도심 진입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경유차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친환경차 사용을 유인할 수 있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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